박항서 감독에 대한 평론(?) 2부 (박항서 재계약 테이블이 사라진 진짜 이유는?)
매경프리미엄 스페셜리포트: 하노이 드리머 / 입력 : 2019.07.16 15:01
박항서 재계약 테이블이 사라진 진짜 이유는?
[신짜오 베트남-46] 최근 호찌민 출장을 가서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참석한 행사에 앉아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박 감독 재계약 이슈를 놓고 한창 이런저런 '설'이 나돌 때였습니다. 당연히 좋지 않은 내용의 기사도 나올 때였죠. 그런데 박 감독 인기는 여전하더라고요.
행사는 한국의 한 금융사의 론칭 세리머니였는데, 한국 기업인과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을 소개하는 멘트에는 형식적으로 나오던 박수가 박 감독 차례에는 완전히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장내 멘트로 박 감독을 소개하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행사장 공기가 달라지더군요. 당시 호텔에서 열린 행사는 초대받은 관계자 수백 명만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박 감독 이름이 나오자마자 '우와' 하는 합창이 찰나의 시간을 두고 급격히 데시벨을 높였습니다.
당시 저는 박 감독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행사 중간 식사시간에 스마트폰을 들고 박 감독에게 달려들어 함께 사진을 찍겠다는 요청이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식사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고 밝은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박 감독은 여전히 베트남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맡은 이후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 등을 포함한 굵직한 성과를 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당연히 박 감독과 빨리 재계약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그 결과 베트남축구협회와 박 감독 사이에 재계약을 위한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일 박 감독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분간 재계약 일정을 뒤로 미루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보도자료에는 "박항서 감독의 재계약 관련 계약 세부 내용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이른 재계약 갱신으로 박 감독이 본업에 더 집중하고, 나아가 베트남 대표팀 발전과 성공에 기여하자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라 판단했다.
우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과 동남아시안(SEA·Southeast Asian Games)게임 등과 같은 중요한 대회를 앞둔 베트남 국가대표팀과 박 감독을 위해 금일 베트남 축구협회에 재계약 협상 관련 유보의 시간(Break time)을 공식 요청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추측성 보도가 있었을까요.
6월 말 베트남축구협회와 박 감독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자 박 감독 연봉 인상 요청설 등 기사가 쏟아진 게 단적인 예입니다. 외부로 알려진 박 감독 연봉은 세후 24만달러(약 2억83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 감독 측이 연봉을 세후 120만달러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연봉 10배 인상을 요구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을 떠나 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다' 등 '카더라'식 기사가 쏟아진 것입니다.
디제이메니지먼트 측에서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금전적인 논의는 아직까지 전혀 진행된 바가 없으며, 언론에서 언급된 모든 추측성 금액은 사실이 아님을 말씀 드린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한번 이어진 소문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는 법입니다. 협상 테이블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귀를 쫑긋 세워가며 협상 관련 소식을 알고 싶어하는 수요가 끊이지 않을 테니 당분간 이를 아예 차단하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박 감독 임기는 내년 1월까지입니다. 일단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고 추후 다시 테이블을 차려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미입니다.
박 감독과 베트남은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인 '윈윈' 관계였습니다. 한국에서 쓸쓸하게 커리어를 마감할 운명에 놓였던 박 감독은 운명처럼 베트남에 넘어오게 되었고, 축구 열풍이 거센 베트남에서 그의 지도력이 빛을 발하며 그는 베트남 영웅이 되었습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박 감독은 출전한 거의 모든 대회에서 성과를 낸 '명장 중 명장'이 된 지 오래입니다. 박 감독은 부임 4개월 만에 AFC(아시아축구연맹)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10년 만에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스즈키컵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박 감독 특유의 '파파 리더십'에 베트남 전 국민은 감동했고, 성과를 내고도 무덤덤한 박 감독의 겸손함은 그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베트남 국민은 박 감독을 원하고, 박 감독 역시 베트남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모호한 논조의 기사가 나오고, 애써 차려진 협상 테이블은 다시 뒤로 들어가야만 했을까요.
협상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결국 돌고돌아 '돈'일 확률이 지배적입니다. 돈독에 눈이 오른 박 감독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원하고, 베트남축구협회는 한 푼이라도 연봉을 깎으려고 눈이 벌개지는 막장 드라마 시나리오를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빠듯한 월급으로 생활비를 쓰고, 적금을 들고,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고 애들 학원비에 기름값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평범한 돈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들 예상하다시피 베트남축구협회 예산은 상당히 한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 베트남축구협회 측은 잇달아 '새로운 기업과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며 '예산을 확보한 덕에 박 감독 연봉 문제를 포함해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팀 운영비, 훈련비용 등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축구협회가 박 감독 연봉을 맞춰주기 위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협찬을 요청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실정입니다. 베트남축구협회 측에서는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그러면서도 늘 겸손한 박 감독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연봉은 올려야겠고, 지금 곳간은 넉넉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없는 돈을 꿔서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누군가 돈은 내야 하고 그러려면 기업 협찬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 협찬은 또한 비즈니스 영역이기에 '돈 나와라 뚝딱' 하면 돈이 어디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베트남축구협회의 빠듯한 예산 덕분에 박 감독의 베트남행이 이뤄진 역설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베트남축구협회에 '만수르' 같은 후원자가 있어 돈을 펑펑 써댈 수 있었다면 아마 베트남은 이름값이 훨씬 높은 감독을 데려왔을 것입니다(누가 왔다 하더라도 박 감독만큼 성적을 내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박 감독 취임 이후 성적은 기적과 같은 수준이었으니까요. 많은 우연이 하나로 모여 박 감독과 베트남 간 윈윈 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박 감독 역시 베트남축구협회의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을 잘 압니다. 그래서 그도 무리할 생각이 없다고 늘상 말합니다. 60대에 접어든 박 감독이 한 푼이라도 더 돈을 받아내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 역시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박 감독이 속한 세계는 '프로'의 세계고, 프로에서 성과는 곧 돈으로 이어집니다.
그건 어찌보면 박 감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역을 떠난 문제입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큰 성과를 낸 선수나 감독은 당연히 연봉이 올라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고, 그건 박 감독도 예외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박 감독이 무수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연봉 동결을 원한다 하더라도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진실은 이 사이에 있습니다. 베트남축구협회와 박 감독은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알기에 서로의 체면을 높여주기 위해 '피냄새'를 맡기 힘든 조용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을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진실을 빨리 알기 위한 대중의 심리는 조용한 협상판을 가만 놔둘 리 없고 정작 협상장에는 별 긴장이 없는데 협상장을 둘러싼 관중석에서 긴장이 팽팽한 모양새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대로 가면 불필요한 오해만 불거질 뿐이니 일단 당면 과제에 집중하고자 협상 테이블을 잠시 치운 것입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은 오는 9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중국 U-22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릅니다. 잘 알려진 대로 히딩크와 박항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시절 감독과 수석코치를 맡아 팀을 4강으로 이끌었지요. 한국의 국민 영웅이 된 히딩크 감독의 거취를 놓고도 여러 가지 설이 일었지만 결국 그는 한국과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습니다.
그 덕에 한국인 마음속에 히딩크는 여전한 영웅 이미지로 남아 있지요. 세월이 흘러 박 감독은 강산이 두 번쯤 바뀐 시절에 베트남에 나와 그 당시 히딩크 감독이 받았던 인기보다 더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월을 뛰어넘어 9월에 감독 대 감독으로 만납니다. 그런데 시기가 참 묘합니다. 박 감독 재계약이 걸린 시점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히딩크 감독은 박 감독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박 감독을 사랑하는 일부 교민은 박 감독이 '아름답게 퇴장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하곤 합니다. 그가 신이 아닌 다음에야 그에게 쏠렸던 각종 기적이 영원히 계속되리란 보장도 없고, 재계약 이후에 출전한 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비난에 시달릴 공산이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입니다.
그런데 정작 박 감독은 '아름다운 이별' 같은 고차 방정식에는 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그냥 축구가 좋은 사람이고, 베트남 대표팀을 맡아 좋은 성적이 나는 것에 기쁜 단순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살림이 뻔한 베트남축구협회 속사정과 연봉을 크게 올릴 수밖에 없는 박항서의 입장이 있습니다.
과연 결론은 어떻게 나게 될까요. 앞으로 일정이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다만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에 기여한 공과 박항서를 뜨겁게 사랑한 베트남 국민의 '진정'은 역사책이 길이길이 남을 것입니다. [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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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길지만 상당한 사실적인 글이라 싣었습니다 빨간줄 친것은 블로그저자가 중요한 글같아 임의로 했음을 밝힙니다
묘하게도 베트남 축구협회가 돈이 넉넉치않아 가격이 싼 박감독을 영입했다는 말도 그럴듯하고 그게 그만 대히트를 치는 바람에 ....계약날짜는 다가오고 박감독을 잡고싶고 협회에 돈이 없어 한국기업에 기업협찬을 바란다니 참...
사회주의에 물들어 있는 그들이 바라는것은 "너무크게 연봉을 달라하지말라 베트남은 가난한 나라다"
뭐 이런것을 내포한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박감독은 베트남의 사정을 알아 누구처럼 천문학적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당국 사람들의 심정은 별별것을 다 만들어내니 당분간 협상중지하고 얼마 안남은 나머지 경기에 임한다는데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기다려 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