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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지금이라도 나와 사죄하라

하얀물결처럼 2021. 2. 19. 20:49

가해자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지금이라도 나와 사죄하라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입력 2021. 02. 17. 08:47 수정 2021. 02. 17. 08:54

 

[스포츠경향]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


프로배구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가 봇물처럼 나왔다. 한국배구연맹은 학폭연루자 영구 징계, 신인 드래프트시 학폭 관련 서약서 제출, 학폭 향후 적발시 학교 지원금 회수를 발표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도자 및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거론했다. 흥국생명, OK저축은행은 잔여시즌 결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들은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이들이 사과하고 사죄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이들이 유감표명 이상으로 사죄할 만큼 잘못한 게 있나. 이들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사과를 받는 게 합당한 것일까. 선수, 부모, 지도자, 학교장이 입을 다물었다면, 학교 내부에서 쉬쉬하면서 입막음을 했다면, 학폭이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다면, 제3자가 학폭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물론 알고도 방치했다면 사죄하는 게 맞지만, 사실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면 사죄는 과한 게 아닐까.

가해자는 누구인가.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이다. 부모도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선수들은 당시 미성년자였다. 책임을 질 사람은 또 있다. 당시 지도자, 학교장이다. 이들은 운동부를 관리, 감독할 의무와 권한을 가진 이해 당사자였다. 그런데 가해자가 한 것은 자필 사과문, 구단을 통한 입장 발표가 전부다. 부모는 입을 다물었다. 지도자, 교장이 누군지도 모른다. 가해자는 피했고 책임자는 숨었다. 이게 공분을 키웠다. 대신 연맹, 협회, 구단이 과도하게 매를 맞았고 결국 중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연맹, 협회, 구단은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기자는 피해자라고 본다. 연맹은 프로배구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협회도 저변 확대, 선수 육성, 대회 개최 및 출전 등 업무를 수행했다.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매년 40억~50억원 정도를 받아 선수를 영입했고 높은 연봉도 줬다. 그런데 이들이 과도하게 비난을 받았고 단체 위상도 크게 추락했다. 도의적 사과, 유감표명, 엄중한 대책 발표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사과 또는 사죄해야 하는 사람은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정도가 아닐까. 어쨌든 현재 소속팀에서 스타들 간 갈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사과, 사죄는 가해자가 하는 것이다. 연맹, 협회, 구단이 대신 할 수도 없고 대신 해서도 안 된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건 어떤 모습일까. 자필 사과문, 입장문 대리 발표는 너무 부족하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받고 싶으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프로선수로서 공개석상에 등장해 사과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것이다. 그래도 그게 피해자와 팬에게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라면 해야 한다. 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징계했다면 어땠을까. 국가대표·지도자 자격 포기, 연봉 반납, 피해자 보상 등을 공개석상에서 눈물로 약속했다면 상황이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은 피해자와 팬 앞에 나서야 한다. 우선, 말과 눈물로라도 용서를 구해야 한다. 물론 이후에는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걸 어떻게,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기자도 모른다. 다만 그건 기한을 정해서 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용서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게 인간으로서, 프로선수로서, 팀 동료로서, 직장인으로서, 옛 친구로서 지금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