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 한 번 못치고 완패.. '버럭 호철' 쓰라린 데뷔전

호통 한 번 못치고 완패.. '버럭 호철' 쓰라린 데뷔전
양지혜 기자 입력 2021. 12. 20. 03:02김호철(66) IBK기업은행 신임 감독은 V리그 남자부 사령탑 시절 ‘버럭 호철’로 유명했다. 작전타임 때마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벌건 얼굴로 선수들을 향해 속사포처럼 호통을 퍼붓는 게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여자부 지도자 경험은 없는 그가 내홍 속의 IBK기업은행 감독직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은 그가 어떻게 윽박질러 선수단 기강을 잡을지 궁금해했다.
김 감독은 18일 경기 화성실내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6위) 사령탑으로서 데뷔전을 치렀다. 상대는 흥국생명(5위). 그는 경기 전 “이제 ‘버럭 호철’도 많이 죽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아빠 같은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겠다. 최대한 선수들에게 맞출 것”이라고 했다. 1세트 초반엔 기업은행이 리드를 잡았고 김 감독은 함박웃음에 박수를 보태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외국인 선수 캣벨(29득점)의 맹타와 김미연(10득점), 정윤주(9득점) 등 국내 선수들의 활약을 더해 중반부터 역전하더니 1·2·3세트를 내리 따내 이겼다. 김 감독은 버럭 대신 생수를 쉼없이 들이켰다.
김 감독이 마주한 기업은행의 현실은 3세트 24-23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 점만 더 내면 기업은행이 3세트를 가져가는 상황. 서브를 위해 교체 투입한 최수빈이 서브 범실을 저질러 듀스 접전에 돌입했다. 김주향은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상대 블로킹에 계속 막혔고, 표승주의 리시브는 흔들렸으며 김희진의 공격은 아웃됐다. 특히 세터 김하경이 토스 범실로 허무하게 점수를 내줬을 때 ‘컴퓨터 세터’로 이름 날렸던 김 감독의 눈동자가 노기(怒氣)로 흔들렸다. 결국 27-29로 3세트도 헌납했다.
이날 교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산타나(26)는 벤치에서 접전을 지켜봤다. 지난해 무릎 수술을 받았고 올해 푸에르토리코 여름 리그 이후 소속팀 없이 지내다가 기업은행과 계약한 그는 육중한 체격으로 나타나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더니 결국 점프가 안 돼 한 세트도 못 뛰고 7득점(리시브 효율 6.67%)에 그쳤다. 김 감독은 “산타나가 개인 훈련을 해왔다는데 경기 뛸 몸 상태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달 중순까지 현대건설·한국도로공사·GS칼텍스 등 리그 강팀만 줄줄이 상대한다. 이미 3연패 중인데 계속 가시밭길이다. 그는 “마스크를 끼고 있는 게 천만다행으로 느껴진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면서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선수들이 못 따라온다. 일단 선수들과 호흡 맞추는 것부터 신경 쓰겠다”고 했다.
19일엔 한국도로공사가 김천 홈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대1로 누르고 8연승을 질주했다. 블로킹 싸움에서 16-6으로 압도한 도로공사는 GS칼텍스를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외국인 선수 켈시가 26점을 꽂았고, 박정아도 18점을 보탰다. 남자부 1·2위 팀이 격돌한 의정부에선 선두 대한항공이 2위 KB손해보험의 7연승 도전을 저지하고 세트스코어 3대2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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