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 입력 2019.03.16 03:04
예능은 性 범죄자 봐주고 시사는 정부失策 눈감고
철학도 원칙도 염치도 없이 날로 추락해가는 공영방송
[터치! 코리아] 정준영과 현실 권력에 면죄부 준 지상파
/ 김윤덕 문화부장
김윤덕 문화부장가수 승리와 정준영의 '성(性) 스캔들'은 지상파 방송의 또 다른 민낯이다. KBS '1박2일'은 몰카 영상으로 물의를 빚은 정준영을 넉 달 만에 복귀시켰고, MBC '라디오스타'는 반라(半裸)의 외국 여성들을 거느리고 사교 파티를 연 승리에게 찬사를 보냈다. 제2의 스캔들을 일으킬 수 있는 출연자를, 검증에 엄격해야 할 지상파가 앞다퉈 기용하는 이유를 묻자 방송계 사람들이 코웃음 쳤다.
"요즘 지상파에 철학이 어디 있고 염치가 어디 있나. 시청률 올라 광고 붙고 돈 벌어주면 최고지." 정준영을 대체할 캐릭터가 없었다는 '1박2일' 제작진의 해명은 나름 진심이었다. 4차원에 똘끼까지 갖춘 정준영이 등장할 때 광고 시장 큰손이라는 '2549 시청률'이 치솟는다고 했다. 사생활이야 어찌 됐든 정준영류의 기이하고 비상식적인 캐릭터들이 지상파 예능을 휩쓰는 이유다.
'낯선 재미'를 위해 정도(正道)를 벗어나 파격, 혹은 막장으로 가는 추세는 지상파 시사 프로도 다르지 않다. KBS는 대통령과 친한 개그맨이 매일같이 나와 코미디도 시사도 아닌 'B급 감성'으로 정부 입장을 교묘히 대변한다. 저널리즘 비평을 표방한 프로엔, 어린아이에게 "이명박이 더 나빠, 박근혜가 더 나빠?"라고 물으며 시시덕거리던 팟캐스터가 고정으로 나와 현 정부를 비판하는 출연자를 골리고 망신 준다.언론학자 지분으로 앉아 있는 사람의 선동적 발언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기성 언론이 쌍욕과 희롱을 입에 달고 사는 팟캐스터들의 인기를 질투한다고 조롱하는가 하면, 유명 앵커의 교통사고 의혹을 보도한 언론들이 남의 불행을 기쁨으로 느끼는 악마 근성을 지녔다고 질타했다.
낄낄 저널리즘, 망신 주기 저널리즘의 전형인 이 프로들의 편향성과 몰상식을 지적하자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조선일보가 보도한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가 대중에 큰 반향을 일으킨 직후다.지상파와 좌파 성향 인터넷 매체들의 '협공'이 특히 흥미로웠다. 음모론의 진원인 일군의 좌파 온라인 매체들이 '조선일보, 무엇을 노렸나' '조선일보가 빅 픽처를 그리고 있다'란 제목의 황당 소설을 쏟아내자 공영방송 KBS가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
연구자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2차 미·북 회담 결렬, 환경부 블랙리스트미세 먼지 대책 등에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는데도 정부 입장만 굳세게 대변해 오더니 이젠 과대망상증까지 걸린 걸까.
"왜 지상파만 문제 삼느냐"고도 항변했다. 국민 혈세(血稅)로 전파를 쏘고, 월급 주고, 거액의 출연료까지 지급하는 방송이니 그렇다. 시장성보다 공정성, 권력 비판이란 본분에 누구보다 충실해야 할 언론이라 비판한다.대중은 자신이 막연히 느끼던 문제의 핵심을 누군가 정확히 짚어줄 때 환호한다. 지상파의 편향성은 길 가는 사람 10명을 붙들고 물어봐도 단박에 알 수 있는 결과였다. 보수층은 물론 중도 성향 국민까지 지상파를 이탈하는 이유,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이 날로 확산하는 이유를 스스로 통렬히 돌아봐야 한다.
빅 픽처(big picture)? 맞는다. "정부가 잘하는 걸 잘한다고 말하는 게 왜 편향이냐"고 궤변을 늘어놓는 지상파로부터 경제 수렁, 안보 위협에 갈 길 잃은 국민을 구해내는 것이 정상(正常) 언론이 그려야 할 '큰 그림'이다.한 시청자가 '1박2일' 게시판에 "KBS가 정준영에게 면죄부만 주지 않았어도 성범죄 피해자를 한 명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상파가 일방으로 권력 편만 들지 않았어도 나라가 이 지경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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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5/20190315027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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