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사주팔자 탓 대신 진인사대천명
2021.08.01. 20:31
몇 년 전에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해 징역형을 받았던 모 대기업 회장이 수사 과정에서 역술인의 자문을 받아 투자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역술인의 도움을 받는 대기업 총수가 적지 않다고 한다.
‘어느 역술인이 어느 재벌 총수의 장자방’이라는 루머도 종종 들린다.
시장선거에 출마하려는 남편이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역술인에게 굿을 의뢰한 부인이 수십억원을 털린 사건도 있었다. 결국, 남편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만한 게 다행이다 싶다.
수십억원을 들여 그토록 원하던 공천을 받아 시장에 당선됐더라면, 들인 돈이 얼만데, 본전 생각을 안 할까. 그러다 쇠고랑 차면...
이렇듯 일생일대의 한판 승부 앞에서 한없이 불안해지는 건 인간으로서 어쩌면 숙명이 아닌가 싶다.
태어난 ‘연월일시’로 개인의 타고난 적성과 미래를 예측하는 흔히 사주팔자라고 불리는 운명학은 때로는 미신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가까운 조선시대에는 공개 시험을 통하여 관료로 선발한 후 여러 가지 일을 맡아보게도 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정규과목의 하나로 가르치기도 한다.
동양 특히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사람의 미래와 운명을 예측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학술적 방법을 연구해 왔다. 그 중에 ‘점’이 있다. 점은 그때그때 당면한 문제의 해답을 얻고자 할 때 쳤다고 한다.
공자도 열 번의 점을 치면 일곱 번은 맞았다고 적혀있는 기록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역이라는 학문은 점을 치는 점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사람이 타고난 전반적인 운명을 알고자 할 때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바탕으로 한 사주명리학이 있다. 사주명리학에서는 사람의 운명을 읽어내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타고난 ‘명’이라는 것이다. 바꿀 수 없는 한 개인이 타고난 정해진 그릇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운’이라는 것이 있다. 운은 말 그대로 타고난 명의 움직임, 흐름, 변화를 말한다.
아무리 타고난 삶이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어려워 보여도 누구에게나 어떤 시기에는 운의 변화로 인하여 환경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오고, 때로는 오랜 시간 노력하고 추구해 오던 꿈과 이상이 이루어지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온다는 게 사주팔자의 결론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설령 운명이란 것을 전혀 모르고 살아가더라도 때를 기다리며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면, 하늘인들 무심하겠는가.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가 작동하고 SF영화에서나 봤던 우주여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무슨 사주팔자 타령인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금에도 여전히 사주팔자를 다루는 역술과 무속은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 마음속을 파고들고 있다. 때로는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불안을 증폭시켜 돈과 이성을 빼앗아간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사주팔자만 탓한들 남는 게 패가망신밖에 더 있겠는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운명을 기다려 보자. 그러면, 사주팔자는 반드시 당신 편이 되어줄 것이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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