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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정치

[WIKI 인사이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신속하게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3부

[WIKI 인사이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신속하게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8-16 08:43:16  /  최종수정 2021.08.16 07:30

수도 카불 150km까지 진격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군들 [AP=연합뉴스] 출처 : 위키리크스한국(http://www.wikileaks-kr.org)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탈레반 사령관들이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 대원 수십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BBC는 15일(현지 시각) 탈레반이 이처럼 신속하게 세력을 떨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보도했다.

그렇다면 상황이 어쩌다가 이렇게 급전직하로 변했을까?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나토 동맹국은 지난 20년 동안 귀한 시간을 내가면서 아프간 보안군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공급해왔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수많은 장군들은 더욱 강력하고 유능한 아프간 국군을 육성했노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장담이 오늘날 공염불이 되고 있는 것이다.

탈레반의 저력

이론적으로만 보면, 더 강한 세력을 지닌 아프간 정부군이 우위를 점해야 맞다.
서류상으로 알려진 아프간 보안군의 숫자는 30만 명이 넘는다. 그 안에는 아프가니스탄 육군과 공군 및 경찰력이 포함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보면 아프간 정부는 언제나 신병 모집 숫자를 채우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아프간 육군과 경찰은 사상자가 많이 나오고, 탈영병이 많으며, 부패로 점철된 악명 높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다 파렴치한 지휘관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병사들을 부풀려 급료를 빼돌리기까지 한다. 이른바 ‘유령 병사들’이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감찰관(SIGAR)’이 미국 의회에 밝힌 가장 최근의 보고서는 “부패로 인한 부식 효과를 심히 우려하며 …… 실제 전력과 관련한 정확한 데이터에 의문이 든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의 ‘왕립 합동 국방안보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은 심지어는 아프간 군조차 자신들의 병력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에다, 아프간 군은 장비와 사기 면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고 말한다. 병사들이 자신들의 부족이나 가족과 아무 연관이 없는 지역에 배치되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일부 병사들이 싸워보지도 않고 그렇게도 황급히 위치를 이탈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가 하면 탈레반의 전력은 더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내 ‘대테러 전투 본부’는 탈레반의 핵심 전력 규모를 6만 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다 다른 민병대 단체들과 지지자들을 합치면 그 숫자는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직 영국군 장교 마이크 마틴 박사는 탈레반을 거대한 단일 조직으로 평가하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어를 할 줄 알며, 『친숙한 전쟁(An Intimate War)』이라는 책을 내고 헬만드 지역에서의 충돌의 역사를 추적해왔다.

대신에 그는 “탈레반은 독립적으로 자치권을 소유한 세력들이 느슨하게 결합된 연맹 형태에 더 가까우며,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일시적으로 연합되어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아프간 정부 또한 지역의 분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사분오열되어있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변모하는 역사는 가족들과 부족들, 심지어는 정부 관리들조차 생존을 위해 편을 이리저리 옮겨 다닌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무기에 대한 접근권

다시 말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자금과 무기 측면에서 우위를 점해야한다.

아프간 정부는 병사들의 급여와 장비 구입 명목으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돈 대부분을 미국으로부터 받아왔다. 2021년 7월 SIGAR가 내놓은 보고서는 880억 달러 이상의 돈이 아프가니스탄의 안보를 위해 지출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보고서는 불안한 조짐을 숨기지 않았다. “이 돈들이 잘 쓰였는지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지상전의 결과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인 것이다.

전투에서 승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 공군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아프간 공군은 211대 달하는 전투기들의 유지에 급급한 실정에 있다. 여기에다 탈레반이 교묘하게 조종사들을 목표로 삼음으로써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아프간 공군은 지상 지휘관의 공격 지원 요청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미국 공군이 탈레반의 공격을 받고 있는 라슈카르가 같은 도시들에 공습을 지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미 공군의 지원이 뒤따를지는 알 수 없다.

탈레반은 오랫동안 마약 거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특히 파키스탄과 같은 외부 세력으로부터도 자금을 지원받는다.

가장 최근에는 탈레반은 아프간 보안군으로부터 무기와 장비들을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험비(군용 지프트럭)나 야간투시경, 자동소총, 박격포, 대포 같은 이들 장비들의 일부는 미군이 공급해준 것들이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소련 침공 이후 이미 무기가 넘쳐나고 있으며, 탈레반은 가장 조악한 무기로도 세련된 군대를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급조폭발물(IED)이 미군과 영국군에 미친 피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저력에다 지역 특성에 밝다는 점과 지형을 잘 이용한다는 점은 탈레반의 장점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미군 [AFP=연합뉴스] 


북서부에 집중하는 탈레반

탈레반이 상이한 집단들이 결합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진격을 통해서는 합동 작전의 흔적들을 관찰할 수 있다.

전직 영국군 준장이자 현재는 ‘전략연구소(ISS)’의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벤 배리는 최근 탈레반의 성취가 기회를 잘 잡은 효과가 크다고 말하면서도, “만일 선거 전략을 짜라고 압력을 받는다면 나는 그들보다 더 잘 할 무엇을 찾기 위해 애를 써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탈레반이, 전통적인 거점인 남부가 아닌, 북서부를 중점적으로 공략하며 중심 도시들을 연이어서 손안에 넣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탈레반은 또한 주요 국경 경계선과 검문소들을 점령해서 그렇지 않아도 자금난에 허덕이는 정부로부터 세관 수입을 탈취하고 있다.

탈레반은 나아가 핵심 관료들과 인권운동가들 및 언론인들을 살해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이룩해놓은 작은 성과들을 천천히 그러나 아주 확실하게 말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아프간 정부의 전략과 관련해서는 이렇다하게 정의할만한 것이 없다. 탈레반에게 빼앗긴 지역을 탈환하겠다는 약속은 점점 공허하게만 들린다.

이와 관련해 배리 연구원은 큰 도시들을 방어하는 계획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헬만드의 라슈카르가를 탈레반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아프간 특공대가 이미 파견되었다.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의 규모는 1만 명 정도로 비교적 적은 숫자이며, 이미 전체 병력 구성을 끝낸 상태이다.

탈레반은 선전전과 말싸움에서도 승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리 연구원은 탈레반이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사기도 높아가고, 일치감도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에 아프간 정부는 장군들을 해임하고 서로 싸우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물론, 앞으로 탈레반이 분열된다면 흐름은 뒤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와 안보, 안전을 확보하려는 미국과 나토의 노력은 그들보다 먼저 이 지역을 노렸던 구소련의 몸부림만큼이나 무위로 끝날 것처럼 보인다.

dtpchoi@wikileaks-kr.org

출처 : 위키리크스한국(http://www.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