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기도의 효험
주님 안에서 영혼을 쉬게 하는 기도
몸·마음 가는 대로 머무르는 게 좋아
인간 뇌의 영적인 영역을 발달시켜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도록 이끌어
발행일2021-11-07 [제3268호, 13면]
“기도하다 졸았습니다.” 고해소에서 가끔 듣는 말입니다. 죄가 되지 않는지라 말씀드릴까 합니다. 기도하다 조는 것은 절대로 죄가 아닙니다. 기도란 무엇입니까? 하느님 안에서 내 영혼을 쉬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엄마 품에 안긴 아기가 편안히 자는 것처럼 하느님이 편하게 느껴지시면 조는 것이 당연합니다. 어쩌면 기도시간에 조는 분들이야 말로 하느님을 진정 편안한 분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이 깊은 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잠이 안 와서 고민이란 분들에게 묵주기도를 권합니다. 단조로운 기도문을 하다보면 저절로 잠이 오기 때문입니다. 가끔 기도 중에 졸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분들을 보곤 하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기도시간에는 몸이 가는 데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편안한 시간을 가져야 지친 마음과 몸이 재충전되는데, 기도야말로 부작용 없는 수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젊은 시절 어머니 속을 썩이는 아들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머니이신 모니카 성녀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회개했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합니다.
한희원이란 화가도 술주정뱅이였는데 술이 깨서 어머니가 자기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술을 끊고 그림에 전념해서 ‘대화가’가 됐습니다. 어떤 집은 부부가 이혼 직전일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는데 아이들이 부모를 위한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화해했다고 합니다.
기도는 예수쟁이들이나 하는 것이다? 이는 무식한 자들이 하는 말입니다. 기도는 인류가 만든 만병통치약입니다.
기도하면 사람이 되고 기도하지 않으면 짐승이 됩니다. 뇌기능에서도 입증이 된 말입니다. 기도는 인간 뇌의 영적인 영역을 발달시켜 사람다운 사람이 되게 하지만, 기도하지 않으면 파충류 포유류의 뇌만 발달해서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됩니다. 종교 탄압 국가들이 야만화 돼가는 것이 이것을 입증합니다.
신학생들도 기도시간에 조나요? 좁니다. 신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아침 성체조배시간. 미사 전 고요하게 다들 묵상하거나 졸고 있는데, 중간쯤 앉아있던 신학생이 느닷없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주변 신학생들이 다들 놀라서 쳐다봤는데 주변을 둘러보던 그 신학생이 슬그머니 다시 앉는 것입니다.
미사가 끝난 후 아까 왜 일어났었냐고 물었습니다. 그 신학생 왈 분명히 “자! 다같이 일어나서 기도합시다”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젊은 나이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도하다보니 앉은 채로 꿈을 꾼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앞자리의 신학생이 쓰러졌습니다. 놀란 신학생들이 업고 뛰어나갔는데 미사가 끝난 후 의무실에 가보니 세 명이 뒤엉켜서 자고 있었습니다. 졸다가 쓰러진 녀석을 눈치 빠른 둘이 업어서 의무실로 간 다음 다같이 잔 것입니다. 군대와 신학교는 잠이 모자란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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