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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정치

사퇴 요구받은 이준석, 대본 없는 30분 '일장연설'로 단결 호소

사퇴 요구받은 이준석, 대본 없는 30분 '일장연설'로 단결 호소

기자명 채승혁 기자  입력 /  2022.01.06 19:19  / 수정 2022.01.07 09:03

 

키워드는 '2030'… "'그래서 이재명 찍을 거야?' 따위로 지지율 회복 불가"
"책임 방기한 것에 사과, 거꾸로 '이준석 대책위원회'도 옳은 것 아니었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출처 : 뉴스더원(http://www.newstheone.com)

 

[뉴스더원=채승혁 기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6일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사퇴 결의를 제안한 가운데, 이 대표는 오후에 의총에 참석해 30여 분간의 일장연설 속 본인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당과 의원들의 단결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 제가 서서 굳이 공개 발언을 요청한 이유는 딱 한 가지"라며 입을 연 이 대표는 "지금까지 당내 오랜 불신과 반목을 우리가 털어내기 위한 자리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저는 이 발언이 가장 많은 분께 들리길 바랐고, 내용이 그대로 전달되길 바랐다"며 본인의 공개 발언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최근 2030세대에서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점은 우리를 대신해서 많은 자료를 만들어주고, 방어해주고 온라인상에서 여론전을 펼쳐주던 젊은 세대가 오히려 가족 단톡방에서 우리를 저주하는 이야기를 부모에게 전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당에 비해 조직이 약하다. 우리가 기댈 것은 자발적인 젊은 세대의 참여 문화"라면서 "그런데 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우리는 하루하루 표를 잃고 있다. 지금 우리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의 대부분이 20·30·40표임을 모두가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표는 "저는 3주 전 깔끔하게 상임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밖에서 선대위 개편 얘기만 하면 당연히 저 없이도 어떤 새로운 방향성이 설정되고 다 같이 노력할 수 있고, 저는 당대표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 그 예상이 틀렸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의원님들께 제 책임을 방기한 것에 사과드리겠다. 하지만 거꾸로 제가 묻고 싶은 건 지난 2주간 3주간 '이준석 대책위원회'라고 제가 조소적으로 표현한 그 활동 또한 옳은 것이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당대표지만 계급장을 내려놓고 한 논객으로 돌아가 우리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하루에 방송을 10개 뛰어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 고민을 하는 와중에 저에게 선대위 복귀요청이 많이 오셨다. 저는 선대위 복귀할 수도 있었다. 제 정치적으로 민망한 상황을 극복하면서도 선거 승리를 위해 복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제가 지난 2주 동안 선대위에 돌아올 수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많은 젊은 세대가 아직도 우리 당에 기대를 하고있기에 저는 그들과 함께 가려 했다"고 덧했다.

이 대표는 "제가 이 당에 선거 업무에 복귀할 때는 저 단순히 개인이 책임감에 의해서 복귀하는 모양새보단 당이 다시 젊은 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서 그들이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2주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 우리에게 왔다고 착각하는 그 지지층은 4년 전 문재인 정부의 열렬한 지지층이었고, 우리 당을 탄핵으로 내몰았던 지지층"이라고 말하면서 "지금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지지율 고전을 겪는 이유는 그들에게 와닿지 않는 명분 하나만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너 그래서 이재명 찍을 거야?' '그래서 너 문재인 정부 연장 원하니?' '너 정권교체 안 할 거야?'와 같은 말로 계속 접근했을 때 저희는 젊은 층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없다"고 강하게 호소했다.

그는 "만약 이번 의원총회에서 존경하는 의원님들께서 의견을 모아서 이준석의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저는 지정해주신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 하지만, 그 방식으로는 우리가 대선 승리를 위해 확보해야 하는 젊은 층의 지지는 절대 제가 같이 가져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일 것"이라며 당 전반의 변화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출처 : 뉴스더원(http://www.newstheone.com)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진행한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의 제안으로 '이준석 대표 사퇴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 의원들은 '오만방자'와 '사이코패스' 같이 강도 높은 발언을 동원하며 이 대표를 비난하는 한편, 하태경 의원 등은 이 대표의 사퇴안에 반대 입장을 취했다.

오전 내내 진행된 '이준석 사퇴안'에 대한 처리는 오후로 넘어갔다.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의총 참석'과 '비공개 토론'을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의총에 참석하는 대신 조건으로 모든 과정을 공개하는 것으로 역제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적으로 의원님들이 원하신다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무제한 토론에 응할 자신이 있다"면서 "만약 오늘의 기회로 부족하다면 며칠에 걸쳐 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왜 통상적으로 대표가 할 수 있는 공개 발언을 이번에 하지 못하게 되는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모든 토론 과정을 공개로 할 것을 제안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이 대표의 '공개 모두발언' 요구를 수락했고, 이 대표는 오후 5시 20분경 당대표실을 나서 의총실에 들어섰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 이후 국민의힘 의총은 비공개 토론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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