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40년 만에 물가폭등에 피까지 뽑아 파는 미국인들
이용성 기자 입력 2022. 05. 24. 21:49 수정 2022. 05. 24. 21:52 댓글 1개
40년 만에 가장 가파른 물가 상승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헌혈센터를 찾아 ‘혈장 공여’를 하고 금전적 보상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혈장은 혈액 속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성분으로 치료에 쓰인다. 미국에선 혈장 공여 행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가능하다.
40년 만에 가장 가파른 물가 상승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헌혈센터를 찾아 ‘혈장 공여’를 하고 금전적 보상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트위터 캡처
WP는 이와 관련해 루이지애나 주(州) 슬리델에 사는 공립학교 교사 크리스티나 실(41)의 사연을 조명했다. 실은 18년간 일해온 유아 특수교사이자 15세, 12세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의 연봉은 5만4000달러(약 6800만원)다.
그런데 지난해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식재료 구입비가 150달러(약 18만원)에서 200달러(25만원)로 늘었고, 유류비는 40달러(약 5만원)에서 70달러(약 8만원), 전기‧가스 요금은 150달러에서 두 배가량 치솟았다.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빚까지 쌓였다.
부업에 쏟을 기운이 없었던 실은 ‘혈장 공여’를 택했다. 실은 지난 6개월간 매주 화요일, 목요일 꼬박 헌혈 센터를 찾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혈장을 기부하면 월 400~500달러(약 50만~63만원)를 벌 수 있다. 실이 헌혈 센터를 방문한 지난 4월 말에는 혈장을 제공하고 돈을 받으려는 이들로 센터가 꽉 차 있었다.
실은 WP에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혈장을 팔아야 할 줄은 몰랐다”며 “모든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서를 냈지만 중산층은 어떤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주 2회씩 혈장을 제공하다 보니 실의 몸은 엉망이 됐다. 그는 단백질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더 이상 채혈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실은 단백질 음료와 철분 보충제를 마셔가며 3주 만에 정상 수치로 끌어올린 뒤 다시 센터로 찾아갔다. 팔에 난 주삿바늘 자국은 비타민E 오일을 발라 완화시켰다.
지난달에는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담낭이나 궤양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실은 치료비가 1000달러(약 126만원) 가까이 든다는 말을 듣고선 수술을 포기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혈장 수출국이다. 미시간대가 지난해 발표한 ‘혈장 기증(공여)와 빈곤의 상관관계’ 연구에 따르면, 2019년 혈장 유상 공여 사례는 5350건에 달하며, 기부금 액수도 2006년의 4배 이상 늘었다. 2005년 약 300개였던 미국의 혈장 기증 센터는 2020년 900개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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