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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그냥 가려했는데 한 자 적는다"..'수원 세 모녀'가 남긴 숙제

"그냥 가려했는데 한 자 적는다"..'수원 세 모녀'가 남긴 숙제

박지혜 입력 2022. 08. 23. 23:33 댓글 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이른바 ‘수원 세 모녀’의 유서가 이 사회에 숙제를 남겼다.

지난 21일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 곁에는 공책 크기의 수첩이 남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JTBC에 따르면 40대인 둘째 딸이 쓴 고된 삶의 흔적이었다. “그냥 가려 했는데 한 자 적는다”라고 시작한 글에는 2년 전 그나마 경제활동을 하던 오빠가 병으로 숨지고, 몇 개월 후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슬픈 가족사가 담겼다.

또 난소암에 걸린 어머니, 희귀병으로 아픈 언니를 대신해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해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토로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60대 어머니의 유서에는 “딸들이 어릴 때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워 힘들었다”, “빚 독촉을 피해 주소만 화성시에 두고 수원시로 이사를 왔지만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공과금 체납과 단전 등을 토대로 위기 가구를 파악했고 수원 세 모녀도 여기에 해당했지만 실거주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 어머니의 유서 내용처럼 주소지와 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이다.

 

8년 전 송파 세 모녀도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복지혜택을 받지 못한 채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지자체나 복지 담당 기관이 뻗는 도움의 손길에 빈틈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출근길에서 이와 관련해 “그동안 정치복지보다 약자복지로, 자신의 목소리를, 어려움을 한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들을 찾아서 어려운 삶을 배려하겠다고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려왔는데, 중앙정부에서는 이분들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다”라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