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중앙일보] 과천 장막성전, 18세 교주 유재열, 그리고 이만희 신천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백마’를 자처한다.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마지막 때’가 되면 재림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 하늘에서 내려와 자신의 육신과 결합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 총회장은 ‘백마’가 되고, 예수의 영은 ‘백마 탄 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땅의 육과 하늘의 영이 결합해 영생을 누린다고 말한다. 이만희 총회장은 이 모두가 “하늘로부터 직접 받은 계시”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기성 기독교에서는 “신천지 교리의 상당 부분은 다른 이단 신흥단체로부터 왔다”고 반박한다. 특히 이만희 총회장이 젊었을 적에 몸담았던 과천의 장막성전이 대표적이다. 신천지의 뿌리가 과천의 장막성전이라는 비판이다.
이단 신흥종교에 입교한 젊은 이만희
이만희는 1931년 경북 청도군 풍각면 현리에서 출생했다. 열두 명의 자식 중 여섯째였다. 어릴 적에는 평범한 시골 아이였다고 한다. 17살 때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형 집에 살면서 건축 공사장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가 한 전도사의 안내로 창경원 앞 천막교회에서 침례를 받고 개신교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다시 고향에 내려간 그는 ‘신비체험’을 했다고 주장한다. 기도하는 방법을 몰라서 집 뒤 들판에서 하늘을 향해 눈을 뜬 채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늘에서 갑자기 별이 자신의 머리 위까지 내려와 헬리콥터처럼 빙글빙글 돌았다고 한다. 이후 사흘 동안 이런 체험을 했다고 말한다.
서울로 다시 올라온 이만희는 구로구 오류동에서 살았다. 그러다 과천의 장막성전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1966년에 설립된 장막성전은 이단으로 분류되는 신흥종교였다. 한국 이단 신흥종교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인 18세의 유재열이 교주였다. 『이단종합연구』에 따르면 “유재열의 설교를 듣고 탄복한 그(이만희)는 돌아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성경 연구에 몰입하게 되는데, 그때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으며 ‘진리를 좇아가라’는 명령을 받고 장막성전에 본격적으로 참석하게 되었다”고 돼 있다. 그게 1967년이었다.
신천지의 뿌리 장막성전, 18세 교주 유재열
과천 장막성전은 당시 경기 시흥군 과천면 막계리에 있었다. 지금 서울대공원이 있는 자리다. 훗날 장막성전이 와해 되자 서울시가 거기에 서울대공원을 조성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일컫는 ‘어린 양’에 빗대 교주 유재열은 ‘어린 종’으로 불리었다. 장막성전 예배당에는 입구 위에 일곱 개의 별이 장식돼 있었다.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별’이다.
당시 장막성전에는 7명의 목사가 있었다. 유재열과 함께 청계산에 들어가 초막을 짓고 기도하며 계시를 받은 7명의 사람이 ‘일곱 천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일곱 천사다"
유재열은 “지금이 말세”라며 “14만4000명이 구원을 받는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말세가 오면 세상은 불바다가 되고, 살아남으려면 청계산의 장막성전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불바다의 환란이 지나가면 14만4000명이 피신처에서 다시 나와 ‘신천신지(新天新地)’를 이룬다고 했다. 실제 1970년대에 장막성전에 입주한 사람은 약 800세대, 무려 5000명에 달했다. 그때는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산 속 골짜기였지만, 한 집 두 집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아주 큰 마을을 이룰 정도였다.
과천 막계리의 장막성전 주변에 들어선 신자들의 집. 당시 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골짜기였지만, 1970년대에는 약 800세대가 있었다. [사진 신천지예수교회]
이단 사이비종교 연구 전문가였던 탁명환(1937~94) 소장의 『기독교이단연구』에는 “(장막성전 신도들은) 교주 유재열을 ‘하나님이 보내신 보혜사 진리의 성령’ ‘영생할 알곡을 거두는 자’ ‘하나님께서 인을 가지는 자로 삼으신 사자’라고 믿는다”고 기록돼 있다.
이만희가 목격한 장막성전 말세 예언의 불발
이만희가 과천 장막성전에 들어간 건 36세 때였다. 신천지 측에서는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그 전에도 다른 신흥종교 단체에 몸을 담았다고 말한다. 이만희가 장막성전에서 높은 직책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집 짓는 일이나, 공사 관련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지냈다. 나중에는 거기서 ‘집사’ 가 됐다. 신천지 측은 “신천지의 교리는 모두 이만희 총회장이 하늘에서 받은 계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지만, 당시 장막성전의 교리가 적잖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교주 유재열은 말세의 구체적인 날짜까지 박았다. 장막성전이 설립된 1966년의 3월 1일을 기점으로 1260일이 지나면 예수의 재림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14만4000명이 모일 때 종말이 온다”고 했기에 서울과 인천, 수원 등지에서 많은 사람이 장막성전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막상 그 날(1969년 11월 1일)이 되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종말 예언이 불발로 끝난 것이다. 이만희 역시 장막성전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겪으며 지켜보았다.
그런 낭패감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일까. 이만희 총회장은 ‘말세의 날짜’를 구체적으로 박지 않는다. 요한계시록의 표현을 빌어 “속히 될 일”이라며 “거의 때가 다 됐다”고만 말한다. “요한계시록에는 마지막 때의 날짜가 명시돼 있지 않다. 그건 하나님만 알 뿐이다. 이만희 총회장도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신천지 측의 주장이다.
종말 예언이 불발로 끝나자 유재열의 장막성전에는 많은 이탈자가 발생했다. 이만희는 1970년 혹은 이듬해에 장막성전을 탈퇴했다. 그리고 1971년 교주 유재열을 사기 등의 혐의로 직접 고소했다. 유재열은 75년에 결국 구속 수감된 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유재열은 26세였다.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정식 교단 소속이 아닌 종교단체는 모두 단속했다. 그때 장막성전은 완전히 와해됐다. 유재열은 1980년 미국으로 갔다가 85년 귀국했다. 미국에서 신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이름을 바꾼 뒤 서울 청담동과 북창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유재열은 올해 71세다. 고향 청도에 내려갔다가 다시 상경한 이만희는 1984년 신천지를 설립했다.
신천지가 믿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역시 이단 신흥종교 단체의 말세론에 속아서 사기를 당한 셈이다. 그런데 신천지의 해석은 엉뚱하다. 그들은 유재열의 장막성전을 일종의 ‘세례 요한’으로 보고 있다. 신천지 관계자는 “예수가 오는 걸 세례 요한이 먼저 와서 알렸듯이, 신천지가 오는 걸 장막성전이 먼저 와서 알린 셈”이라며 “하나님은 처음에 과천 장막성전을 통해서 말세와 구원을 이루려 하셨는데, 사람들이 배도하는 바람에 계획을 바꾸셨다”며 “지금은 말세와 구원의 계획이 신천지에 와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젊었을 적에 이단 신흥종교에 빠졌던 이만희 총회장의 전력을 아예 요한계시록의 예언이 실현되는 과정으로 뒤바꾼 셈이다.
“20대와 30대 청년들이 왜 신천지에 빠지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비단 20ㆍ30대뿐만 아니다. 신천지에는 기성 기독교 목사 출신도 있고, 장로와 권사는 물론 신학교를 다니던 학생들도 있다. 하나님을 더 알고 싶어, 성경 말씀을 더 알고 싶어서 성경공부를 시작한 이들이 상당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세와 영생의 패러다임에 빠져들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신천지였던 것이다. 그때는 이미 자기 안에 콘크리트처럼 강고한 신천지의 패러다임이 구축된 상태다. 그리고 그들은 그 패러다임을 ‘진리’라고 착각하며 산다.
사이비 종교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내 안에 있는 패러다임을 강하게 하는 종교일수록 사이비에 가깝다. 반면 내 안에 있는 패러다임을 내려놓게 하고, 무너뜨리게 하는 종교일수록 성경에 가깝다. 이는 비단 이단 신흥종교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기성 기독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수’를 빙자해 에고의 패러다임을 키우는 기성 교단의 목회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묻고 싶다. 신천지는 내 안의 잣대를 무너뜨리는 종교인가, 아니면 내 안의 잣대를 더 강고하게 만드는 종교인가. 하나 더 묻고 싶다. 신천지가 믿는 것은 ‘교리의 패러다임’인가, 아니면 예수의 십자가를 통해 내 안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린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하나님 나라의 속성인가.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과천 장막성전, 18세 교주 유재열, 그리고 이만희 신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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