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2020-08-16 [제3207호, 3면]
한국교회사연구소 「빌렘 신부, 안중근을 기록하다」 올해 순국 110주년 맞아 발간
안중근의 ‘영적 스승’이 남긴 편지, 한 권으로 엮었다
안중근 관련 서한 26통 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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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가 2020년 안중근(토마스) 순국 110주년을 맞아 ‘안중근의 영적 아버지’ 빌렘 신부의 서한을 판독·번역한 「빌렘 신부, 안중근을 기록하다」(조제프 빌렘 지음/최용록ㆍ신혜림 옮김/464쪽/2만2000원/한국교회사연구소)를 펴냈다.
책은 빌렘 신부(Nicolas Joseph Marie Wilhelm, 洪錫九, 요셉, 1860~1938)가 1896~1914년 황해도 지역을 사목하면서 작성한 서한 중 안중근 가문과 관련된 총 26통의 서한을 판독·번역해 묶은 것이다. ‘한글 번역본’과 ‘프랑스어 판독본’으로 엮고 주석과 해제를 달았으며, 다양한 사진 자료 및 연보 등의 부록을 수록했다.
1909년 10월 26일 의거를 행한 안중근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중근의 신앙이 굳건해지도록 영적 스승의 역할을 한 것이 빌렘 신부였기에 빌렘 신부의 서한은 안중근에 관한 사료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미 연구자들은 빌렘 신부가 남긴 사료들을 접하고 연구해 왔지만, 안중근과 그의 가문에 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자료화한 것은 이번 서한집이 처음이다.
안중근 의사(오른쪽 두 번째)가 1910년 3월 8일 뤼순감옥 관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빌렘 신부(뒷모습)와 두 동생 정근·공근을 면회하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빌렘 신부는 프랑스 로렌 지방 출신으로 1889년부터 1914년까지 25년간 한국에서 활동한 선교사다. 빌렘 신부는 1897년 안중근의 세례성사를 주례했을 뿐 아니라 안중근 가족의 영적 지도자로서 도움을 줬다.
안중근 역시 빌렘 신부와 여러 지역을 다니며 선교활동을 돕고, 프랑스어를 배우는 등 빌렘 신부를 따랐다. 빌렘 신부는 특히 옥중에 있던 안중근이 한국교회에 성사 받기를 희망하자, 당시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뤼순 형무소를 찾아가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집전했을 정도로 안중근과의 관계가 깊었다.
빌렘 신부의 서한에는 안중근과 그 가문의 신앙생활, 1909년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 의거 이후의 안씨 가문에 관한 기록이 담겼다. 이를 통해 안중근의 독실한 신앙과 안중근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변화해 간 프랑스인 선교사의 시선을 살필 수 있다.
아울러 서한에는 1900년 전후로 황해도 지역에서 발생한 교회와 관·민(官民) 간의 충돌 사건인 해서교안(海西敎案)이나 안중근의 사촌인 안명근이 무관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다 일제에 체포된 안악사건 등의 내용도 다루고 있어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데에도 요긴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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