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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3, 우리 경찰관들 어떡해

[안은영의 뼈 때리는 언니] 우리 고3, 우리 경찰관들 어떡해

(서울=뉴스1) 안은영 작가 | 2020.08.20 17:09:08 송고

지난 광복절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가 열릴 당시 질서유지를 담당했던 경찰 대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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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폭염의 이중고에 다들 안녕? 언니야.

웬만해선 건드리면 안 되는 두 가지가 가족과 벌집이야. 건드리는 순간 ‘이성상실 + 쑥대머리’가 기본 값이거든. 종교계는 한 수 위지. 가족 이상의 보금자리였다가 가차없이 칼춤을 추걸랑. 그래서 세상이 시끄러울 땐 신을 찾는 일도 조심스러워야 해. 종교 자체가 간특한 무리의 보검이 되기도 하니까. 그래, 코로나19 따위 무섭지 않고, 정치적 탄압이니 순교니 운운하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기도발’ 얘기야.

기도는 주술이고 꿈이고 환상이야. 척박한 현실에서 우리에게 꿈을 주고 미래를 헤쳐나갈 힘을 주지. 중요한 건 그것의 순서인데, 미안하지만 기도는 먹고사는 일 다음이야. 코로나로부터 너절해진 생업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에 여야가 따로 있니? 진보와 보수가 다퉈댈 짬은 있어? 여기에 전 목사 측처럼 진영논리를 들이대면 방법이 없어. 종교인의 품위도, 신학자의 고민도 없이 논쟁을 일으켜 몸집을 불리는 천박한 관종 기질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나는 그들이 기도하지 않기를 바라. 교회 재개발 반대를 위한 합숙으로 인근 고3 학생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광화문 집회로 n차 감염을 야기하고, 그들을 막다가 죄없는 경찰관들까지 확진되다니. 양성반응을 부정하며 야반도주할 수 있는 과감성은 그들이 이기적이고 삿된 본심을 기도라는 행위에 담았기 때문이야. 광신도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왜곡과 파행이지. 기도하지 말아야 할 시국과 집단이 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 전 목사와 그 일당일 거야.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은 기도의 본질은 읊조림이 아니라 행동이며, 세상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적었어.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하늘에서 허공에서
눈의 가위로
그 손가락을 잘라라
너의 입맞춤으로
이렇게 접힌 것이 숨을 삼키는 모습으로 나타날지니

기도하는 간절한 손가락을 잘라내라니, 시인은 종교를 경멸하고 있을까? 분명 아닐 거야. 아직 펼쳐지지 않은 성찰, 아직 읽히지 않은 책, 아직도 한 자락 접혀있는 탐욕이 그 기도를 삼키면 우리는 한 걸음 더 세상에 나아갈 수 있다- 시인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

귀가 트이기도 전에 우리는 엄마의 기도를 듣고 자라. 기도의 바탕은 이타심과 선함이거든. 그들처럼 정치적 선동과 개인의 영달을 위한 행위는 기도가 아니라 광란이야. 그래서 그들의 기도는 무력하고 무가치해. 기도를 하지 말라니 대체 뭘 하란 말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있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숨만 쉬세요. 당신들이 쑤셔놓은 코로나 대유행의 벌집을 아프게 바라보면서.

 안은영 작가. 기자에서 전업작가로 전향해 여기저기 뼈때리며 다니는 프로훈수러.


과연 뼈 때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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