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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스포츠

“왜 도쿄 가냐구요. 금메달 아닙니까? 장수에겐 핑계 없어”

“왜 도쿄 가냐구요. 금메달 아닙니까? 장수에겐 핑계 없어”

 

정병선 기자 / 2021.07.29. 00:23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글이 길지만 상당히 뼈있는 말을 한것 같습니다 끝가지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블.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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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63) 야구 국가대표 감독은 비장했다.

 

“도쿄올림픽 출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금메달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도쿄올림픽 선수 소집을 앞두고 김 감독은 프로야구 리그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환경에 흔들리면 감독이 아니다”며 명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김 감독은 도쿄 출국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전쟁에 나서는 장수는 핑계가 있을 수 없다”며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을 일궈낸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겠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는 아름다운 말을 쓰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며 “결과로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2021년은 2008년의 대표팀과 겉과 속이 다르다. 판이 다르다.

 

우선, 류현진·김광현 등 마운드를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투수들이 없다. 투수진을 비롯 전체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김경문호는 확실한 원투 펀치의 부재, 세대교체라는 격랑속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마운드에서 류현진·김광현의 강력한 원투펀치를 내세웠던 베이징과 달리 타력으로 승부걸어야 할 판이다. 김 감독은 “투수가 좋다는 건 벤치에서 계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아직도 계산 중이다”며 “선발이든 불펜이든 강력한 툴로 승부를 걸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임팩트 있는 야구에 승부를 걸 참이다. 일단 수비에 기대를 한다.

“야구는 수비가 (타자를) 죽여줘야 한다. 병살 기회가 오면 병살해야 한다. 강팀의 요소는 선발 투수가 6~7이닝을 던져주는 것이다”고 했다. 내야진의 수비는 말할 나위없고 특히, 안방을 지키는 포수에 기대가 크다. “양의지는 공수에서 핵심이고 강민호는 팀 내 최고참 급이다”며 “이들이 13년 전 이대호 이승엽처럼 이젠 큰형 역할을 해야할 때”라고 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올림픽 엔트리 24명을 선발하기까지 고민했지만 지금은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 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오지환은 그동안 팀의 (후배로) 밑에서 야구를 했지만 지금은 팀의 중심이됐다. 타격에 눈을 뜨듯이 수비에도 눈을 떴다. 타격에선 강백호와 양의지 강민호의 타격감이 좋다. 강백호가 타격 천재라지만 양의지 타격하는 거 보면 그 역시 타격을 확실히 터득한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장·단점 하나하나를 열거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 선발을 두고 병역특례 등의 논란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은 국위선양 등 성적을 고려해야 하는데 선수들의 병역 문제까지 고려할 여유도 없다며 더 이상 선수 선발에 대한 논란이나 잡음은 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1위를 하더라도 금메달 결정전까지 최소 3경기를 더 치러야 하고 패자부활전을 거치면 경기수는 더 늘어난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력을 요한다. 국제대회는 체력 소모가 국내리그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할 것이다고 했다. “천하의 류현진도 베이징올림픽, WBC에서 한 경기 던지고 어깨 쭉 처지는 거 보셨지요? 우리 투수들이 국내선 5~6 이닝을 쉽게 던지지만 국제대회는 호흡부터 다르다”고 했다.

 

그는 “2008베이징올림픽선 류현진과 김광현이 워낙 잘 던져 밀어 부쳤다. 배짱이 생겼다. 현진이 광현에게 나가서 무조건 승패를 결정하라고 했다. 지금은 다르다. 투수들이 1이닝이라도 확실히 책임질 수 있으면 상황에 따라 내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사실 국제대회는 1점 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점수 낼 기회에 반드시 내는 전략을 쓸 예정이다고 했다. 이기기 위한 전략을 쓸 것이라고 했다. “이승엽이 베이징올림픽 때 막판 제역할 하는 것 보셨지요.

 

하지만 이번 도쿄대회에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줄 그럴 여유가 없다”고 했다. 13년 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은 홈런 한 방에 아픔을 겪었다. 2-2로 맞선 8회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았고, 이후 무너졌다 이승엽은 이전 경기까지 22타수 3안타였다. 앞서 4회말 기회에서도 병살타로 물러난 이승엽의 타석에 기대 반 우려 반이었는데 바로 그 투런홈런이 터졌다. 이날 3타수 3삼진을 당하고 있던 강민호도 2루타로 터뜨려 6-2로 점수차를 벌렸다. 8회까지 역투한 김광현에 이어 윤석민이 9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는 베이징올림픽처럼 저돌적으로 못하겠지만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찬스나 날 때마다 분위기를 살리고 득점하는 전략을 펼 것이다. 절제된 것과 소극적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중용이다. 감정을 절제한 채 냉철하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다.

 

한국은 도쿄올림픽에서 일본·미국과 메달색 경쟁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물론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메달색을 장담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도 동메달을 생각했는데 첫 경기 미국을 맞아 역전승하면서 어~어~어~ 하다보니 결승까지 갔고 금메달을 땄다. 메달에 대한 부담을 가지면 될 것도 안된다. 선수들도 부담을 가지면 제 실력을 발휘못한다.

 

일단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만 생각한다. 첫 계단을 잘 올라가야 마지막 계단에 오를 수 있다.

한국은 이스라엘·미국과 한조다. 일본은 멕시코 도미니카공화국과 조를 이뤘다. 조별리그서 일본을 피해 다행이라는고들 하는데 마음같아선 차라리 첫 경기나 개막전에 일본을 만났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일본을 만나 이판사판으로 하면서 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돌이켜보면 베이징올림픽선 김광현이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투구하면서 ‘한번 갖다 쳐봐라’ 하고 던지니 일본 선수들이 ‘워매 기죽어’ 한 것처럼 왼손에서 쏴줄 선수만 있으면 일본과 정면 대결을 펼치고 싶다.

 

이번 올림픽은 참가국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본은 투수가 좋다. 투수가 좋으면 야구하기 편하다. 미국도 달라졌다. 국제 대회에 20대 초반 선수들을 출전시켰는데 이번엔 서른예닐곱 선수들이 11명이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빠진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경험과 관록이 상당하다. 우리가 메달을 따기 위해선 이들을 전력을 완벽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올림픽 경기장 이용과 대진표에 불만을 나타냈다. 어떻게 야구 경기 당일까지 경기를 치를 경기장 구경도 못하냐며 격분했다. 만약 이런 말하면 (일본이) 도발한다고 하겠지만 해도 너무한다고 지적했다. “이게 올림픽 정신인가. 과연 일본도 그럴까? 정정당당한 경기를 해야지 올림픽 대진표도 교묘하다. 일본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한 경험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우리가 일본을 2번 이기고 1번 졌는데 일본이 우승하지 않았나. 이런 시스템을 또 올림픽에 적용한다니 이해가 안 간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한번 결속하면 단단하게 뭉치는 특별한 게 있다고 했다. 대표팀 감독을 하다보니 이 응집력은 프로팀과 다르더라. 대표팀은 2+2가 4가 나오는 게 아니더라. 2+2가 8이 나올수도 있고, 0이 나올 수도 있더라. 베이징올림픽에선 2+2가 10이 나온거 같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20이 나오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일본을 만나면 다른 경기보다 눈을 하나 더 뜨고 할 것”이라며 “반드시 일본을 꺾는 것이 한국야구의 숙원이기에 베이징올림픽처럼 연승으로 결승 진출해 금메달을 따 도쿄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난 행복한 감독이다. 첫 올림픽(베이징) 감독하고 13년 뒤 2번째 대회 감독을 한다는 거 생각이나 했겠나. 베이징올림픽에선 무덤에 갈 때까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었듯이 도쿄에서도 인생의 기막한 추억을 하나 더하고 싶다.”

 

한국의 복잡한 상황을 뒤로하고 일본으로 떠나면서 김 감독이 한 말이 귀에 남았다.

“주어진 여건에서 이뤄내는 게 감독이지. 불편하다 어렵다 말할 수 없는 것이 감독이다. 약하고 불편해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감독이다. 결과로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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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에 퍼런색으로 저자의 글을 올려서 조선일보에 죄송하고요 글을 내리라고 하면 내리겠습니다(블.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