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10)과학과 신앙 간의 적절한 접목 시도를 향하여
과학만능주의 결합된 영육일원론은 참된 신앙 막는 ‘뱀의 유혹’
교회는 이미 과학과 적극 대화
과학만능주의 영향 빠지지 않고
창조주 하느님 제대로 이해하며
신앙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야
지난 글을 통해 저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던 책인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2002년)와 「더 시크릿」(론다 번, 2007년)에 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러한 서적들에는 공통적으로 우주적 기운, 우주 에너지, 정신 에너지 등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점을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라는 개념은 철저히 물질적인 개념이라는 것 말입니다. 에너지는 과학적인 도구를 통해서 측정이 가능한 양으로서 정의되고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의 칼로리가 얼마다’라고 할 때 그 칼로리가 바로 에너지인 것입니다. 에너지는 측정이 가능한 물질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사이비 과학 내지 사이비 영성에서는 이 에너지 개념을 영적이고 정신적인 능력으로 ‘구체적인 근거 없이 교묘하게 확대 적용’시켜 해석해 자연스럽고도 모호하게 영육일원론으로 이끌어갑니다. 이런 식의 영육일원론을 우리가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는 육체적 건강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물질적 풍요를 과도하게 추구하게 되면서 동시에 육신의 죽음 이후의 내세, 즉 영혼의 구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태도 안에 이러한 영육일원론이 예상외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왜 한국교회에는 점점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요? 그들이 단지 학업, 취업 문제로 인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과학적 언어를 신봉하는 과학만능주의와 절묘하게 결합된 영육일원론’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영육일원론은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더 시크릿」에 따르면,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간 개개인의 위치를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신적 위치로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에이지 운동에 속한 여러 사상, 영성들은 공통적으로 인간 개개인을 신적 위치로 끌어올리는 식의 주장을 펼칩니다. 개개인의 수련을 통해서, 의지와 생각의 조절과 통제를 통해서 ‘너도 신이 될 수 있어!’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입니다.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창세 3,4-5)
창세기 3장에 나오는 뱀의 유혹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과학만능주의와 절묘하게 결합된 영육일원론’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 영육일원론는 결국 무신론의 한 방식인 것입니다.
저는 다양한 종류의 뉴에이지 운동이 파급된 결과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된 ‘과학만능주의와 절묘하게 결합된 영육일원론’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무신론이 가져온 폐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 폐해는 결국 교회의 구성원들이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믿는” 신앙으로부터 벗어나서 비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육체적 건강을 과도하게 의식하고 물질적 풍요를 과도하게 추구하는 식으로 만들고 맙니다. 현재 우리 교회가 직면한 위기는 사실 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신앙인 모두는 이러한 폐해로부터 벗어나서 참된 신앙,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믿는 신앙을 제대로 회복해야만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일 예전처럼 성경 말씀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식의 신앙, 과거의 창조론적 유신론으로 가게 되면 우선은 교회 전체 차원에서 신앙적 열성을 회복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우리는 하느님의 6일간의 창조로 인해 이 우주와 지구가 6000년 전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하는 개신교의 극보수주의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게 될 것입니다.
다행히도 가톨릭교회는 이미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교황청립 과학원, 바티칸 천체관측국 등의 기관들을 통해서 일선 과학자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에 참여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대 과학의 내용을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과학만능주의의 영향에 빠지지 않고 우리 고유의 신앙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는 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창조주 하느님을 제대로 이해하고 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주 하느님을 찬미하고, 흠숭하고, 섬기기 위해서,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각자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 창조된’ 이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창조된 이 목적을 위해서라도 21세기 현대 과학 시대에 걸맞은 신앙생활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제가 쓰는 이 글은 바로 이 신앙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제부터 저의 글은 구체적인 과학 내용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신앙에 이 과학 내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드릴 것입니다. 다음부터 우리는 빅뱅 우주론과 진화론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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