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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정치

숨가빴던 '박근혜 선고' 100분


김종훈 기자 입력 2018.04.06. 16:55


"판사님 좀 쉬면서"..숨가빴던 '박근혜 선고' 100분

[the L] 미르·K스포츠부터 삼성·롯데·SK 뇌물,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대부분 유죄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민원인들이 텔레비젼을 통해 생중계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민원인들이 텔레비젼을 통해 생중계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도 곤란하다고 인정돼 형사소송법 제277조의2에 의해 그대로 선고공판을 진행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66)은 6일 오후 2시1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생중계로 진행되는 이날 재판에 박 전 대통령 쪽에서 출석한 이는 국선변호인인 조현권 변호사와 강철구 변호사 등 2명 뿐이었다.


반면 검찰 측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삼성그룹 뇌물사건을 수사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김창진 특수4부장검사 등 검사 9명과 수사관들이 대거 출석했다. 한 차장검사는 오후 1시45분쯤 법정에 나와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선고를 기다렸다.


박 전 대통령 가족 중에선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방청석에 자리했다. 동생 근령씨, 지만씨나 측근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유영하 변호사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공판 시간에 맞춰 입정했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선고공판도 궐석으로 진행한다고 선언하면서 선고 생중계는 부당하다는 박 전 대통령 측의 이의제기를 모두 물리쳤다. 김 부장판사는 "우리 재판부는 변호인 주장과 피고인의 권리를 감안해도 오늘 재판의 중대성과 역사적 의미, 국민적 관심과 알 권리를 고려하면 생중계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 설명을 끝낸 뒤 "박근혜 피고인, 이하 피고인이라고만 하겠다"라며 미리 종이에 준비해온 선고 요지를 낭독했다. 선고는 약 1시간40분, 100분에 걸쳐 쉴새없이 이뤄졌다.

김 부장판사는 시작부터 입에 침이 마르는지 이따금씩 낭독을 멈추고 헛기침을 했다. 그러면서도 글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사실관계 판단은 최순실씨(62)에 대한 1심 선고와 대부분 일치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대기업을 압박해 만들어졌으며 최씨가 재단 사업에 손을 대 이들을 취하려 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사건 규모가 방대하다보니 미르·K스포츠재단 부분을 읽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김 부장판사는 중간중간 피고인석과 검사석을 번갈아 쳐다봤다.


선고가 40분을 넘겼을 때까지도 김 부장판사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계속 판결을 낭독했다.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멈추기는 했지만 한시도 쉬지 않았다. 생중계로 시청하는 국민들의 이해를 도우려는 듯 사건 시점과 장소, 인물을 반복해 설명하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지켜보던 누리꾼들 사이에서 "내가 다 힘들어 보인다", "판사님 쉬면서 하세요. 어지러우실 듯"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후 3시쯤부터는 뇌물 사건에 대한 판결이 시작됐다. 선고 한 시간째가 되자 김 부장판사도 수시로 목을 가다듬거나 말을 더듬는 등 지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쉬겠다는 말 없이 선고를 이어나갔다. 김 부장판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제3자 뇌물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사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뇌물 혐의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좀 더 공들여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경영권 승계작업 부분을 언급하면서 "언론, 경제전문가들이 승계작업에 관해 보도한 것, 언급한 것을 자주 본다"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승계작업이 당연히 필요하고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법정에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은 개념이 명확해야 하고, 합리적 의심 여지 없도록 증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김 부장판사는 승계작업과 부정청탁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정유라씨(22) 승마지원금과 마필 구매대금 72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또 다른 핵심사안이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선고 막바지에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이 밝혀지면서 국정질서에 큰 혼란이 초래됐고, 탄핵결정으로 인한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까지 이어졌다"며 "그 책임은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눈 피고인과 최씨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오후 3시51분쯤 주문을 읽었다.

김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을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에 처한다고 판시하고 자리를 떴다. 선고가 끝난 뒤 최씨 선고 때처럼 고성을 지르는 이들 없이 방청객과 취재진 모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퇴정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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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 보는데 그만 깜박했다 잠시 졸다 다시보는데 그때까지도 읽고 있었다 암튼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