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라 입력 2019.05.17. 20:22 수정 2019.05.17. 22:24
최순실, 호통치며 '취임사' 수정 지시..박근혜 "예예예"
'정호성 90분 녹음파일' 속 국정철학 쥐락펴락..'최순실 파워'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13년 2월 최순실 씨와 취임사 초안을 고치는, 이른바 '비선회의' 녹음파일을 시사저널이 공개했습니다.
[최순실 : 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좀 상의를 해보세요]
[박근혜/전 대통령 : 예예예]
[최순실 : 하아(한숨)…좀 적어요]
[정호성/전 비서관 : 예 (노트북 치는 소리)]
최순실 씨는 정호성 전 비서관을 나무라기도 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도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은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주장을 줄곧 부인해왔지요. 하지만 파일 내용을 들어보면, 최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임소라 기자입니다.
[기자]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 전에 녹음된 90분 분량의 파일입니다.
참석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호성 전 비서관. 그리고 최순실 씨입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취임사 콘셉트와 내용을 하나하나 지시합니다.
[최순실 : 정 과장님, 팩트가 있어야지 정확하게. 딱 내지르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초안은) 부사적이고, 막 이렇게 막 드라마틱도 아니고, 어떡하지.]
[박근혜/전 대통령 : 딱 꽂히게. 나중에 다 듣고 나면 그것만 남게.]
[최순실 : 근데 이건 너무 막 그…주저리주저리 이야길 해가지고.]
박 전 대통령이 띄엄띄엄 아이디어를 나열하면, 최순실 씨가 이를 완전한 문장으로 고쳐 말합니다.
[박근혜/전 대통령 : 국민행복은 우리가 이렇게 맞춤형 복지라든가, 왜 그런 걸로 했잖아요.]
[최순실 : 하나하나 다 챙겨주는.]
[박근혜/전 대통령 : 생애 주기 이렇게 하는 그거. 그 다음에 당당하고 이제 그거 한 대한민국은 이제 그.]
[최순실 : 대한민국 사람들 어느 나라에 어디에 가든지 항상 그 네트워크가 형성돼서 당당하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을 만들고 그 틀을 마련하는 거에 아주 저기 쏟아부을 것이다. 그 이야길 좀 해야지…]
[박근혜/전 대통령 : 그런 게 없으면 이게 뻥을 치는 거 같은데…]
최씨는 인수위 실무진들이 만든 초안을 읽어내려가며 비웃기도 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크게 웃으며 호응합니다.
[최순실 : 청소년들이 위 불량식품에 노출되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이게 취임사에 있는 게 말이 되냐? 참나. 못살겠어. 진짜. 아이스크림 얘기를 왜 안했어요. 아이스크림 먹으면 배탈 나지 않겠습니까? 그 얘기를 넣지. 못살겠어 정말]
대통령의 취임사는 5년 국정철학을 압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 씨는 단순한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 국정기조, 국정철학의 설계도를 그리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최순실 : 정 과장님 부국 강한 거하고, 정국에서 행복하고.]
[박근혜/전 대통령 : 평국이 행복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고.]
[최순실 : 자긍심을 살리는 걸 뭐라고 표현할지. 딱 규정짓는 말을 찾아야 돼. (예.) 두 마디씩 해서. 박(정희) 대통령처럼 자조. 자립. 뭐 있잖아. 그런 게 나와야 하는데.]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최씨가 자신의 사적인 업무를 봐주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최순실 (자료 : 시사저널) : 개인의 능력과 꿈과 끼를 발휘해서 능력을 최대한 좀 발현할 수 있는 그런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하면 되지. 같은 말을 하더라도 좀 멋있게 완전히 꽂히게. 좀 이렇게 철학이 담기게.]
(자료제공 : 시사저널/영상제공 : TV조선)
(영상디자인 : 이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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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라' 최순실 지시, 취임사에 어떻게 반영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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