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화요일날 얼마나 춥던지 그야말로 발발 떨다 들어왔다.
팬츠는 초겨울것을 입었고 슈트도 초가을것, 그런데 속안의 티는 여름것을 입었다. 추운줄 알았지만 아래,위 든든하게 입었고 여름티지만 깃이 목까지 올라오는거라 추울 때 목만 가려도 덜 춥다.
아무튼 그날 동묘까지 가서 등산화를 사고 집에 들어와서 당장 보일러를 켰다.
그 다음날 일어나 여름옷 모아 돌렸다. 옷감이 다르니 두번이나 세탁기를 돌려 두 방과 거실은 죄다 세탁물로 가득이다.
세탁물을 널면서 "이제 더웁던 여름도 정말로 끝이구나!" 하는 맘에 살짝 울컥했다. 이런것이 바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조라고,, , ,,
단순 세탁만 한것이 아닌 가을옷 꺼내 옮기고, 헹거도 정리하고, 여름옷 챙겨 깊숙히 띠로 넣어두고
난 좀약도 넣고 비누도 넣는다.
우울감이야 어렸을적 부터 있었다.
어떡게 아냐고?
집안환경이 안좋은데다 명량하지 못한 성격, 누구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자주 아펐다.
학교가서도 주로 혼자 않아 있었고 누가 말 붙히면 겨우 상대하고 또 한가지는 정말로 누구 말대로 하늘에다 큰 죄를 지었는데 이상하게 어렸을적부터 일찍 죽고싶었다. 그냥 살기 싫었다 이유를 대자면 있겠지만 생략하고 .....이렇게 우울한것을 아마도 엄마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많이 우울하고 아프지 않았을까 한다.
태아는 부모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고, 물론 안그런 아이도 있다.
지금도 혼자 있는걸 좋아한다. 어렸을적 사진보면 옛날 6.25 전쟁후에 찍은 사진 어린이들처럼 나왔다.
지금 어느정도 살만큼 살았는데 안정감보다 다시 우울감이 가을이면 더하다. 특히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불고 낙엽을 보면 더하고 두터운 외투걸치고 어깨를 움추리고 걷는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확실히 날씨는 많은것을 말해준다.
이태리의 날씨가 좋다고 흔히 말하는데, 그래서 그 국민들이 일(job)보다 놀러다니는것을 좋아한단다.
반대로 독일의 날씨는 우중충한 날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전쟁을 많이 했나
젊었을땐 가을이 좋았다.
우리나라 국민들 반은 아마도 가을을 좋아할것,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곡식도 풍성하고 열매 맺고, 타작하고, 거두어들여 곡식창고에 넣어두고
그 옛날은 춘궁기라 하여 봄을 가장 어려운 계절로 말하기도... 지금이야 그런말이 없어졌지만
여자들은 옷정리를 하면서 계절을 느낀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 가을에 홋이불 빨고 겨울이불 준비하느라 솜틀고 다듬이 방망이 두드리고 하는것을 봤다. 자식이 많고 가난해서 그런지 엄마는 계절이야기 하는것은 못들었고 겨울걱정은 했다.
그때는 보통 연탄을 땠는데 연탄걱정, 쌀 걱정, 김장걱정을 두분이 하는것을 들었다.
연탄광이라하여 부엌 한쪽에 백장~이백장씩 들여놓고, 쌀가마니 들여놓고, 김장 보통 백포기씩 했는데 그걸 다 준비해놓으면 두분이 일단 안심한다.
난 지금 그런거 하나도 걱정 안하면서도 왜이리 우울한지
그렇다고 외로워 하지도 않는다. 밖의 활동이 많고, 할 일도 많고, 갈곳도 많고, 하는데
그냥 인생무상이 자주 느껴진다. 병상을 많이 돌아서 그런가, 죽는 사람들을 많이봐서 그런가
태여나서 죽음은 자연의 이치이다.
그것보단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자주 뇌에 저장된다.
어제도 오늘도 계속 보일러를 돌리고 아침에 끄고 나가지만 쫌 있으면 계속 켤것 추위를 몹씨타는 나는 아마도 노숙하면 얼어죽을것
옷정리, 세탁기 돌리며 그냥 한번 써봤습니다
사진은 비시 스토리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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