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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육아 4 [디지털스토리] 부모, 자식, 손주…끝없는 '뫼비우스의 띠'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로고송고시간 | 2018-05-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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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부모, 자식, 손주…끝없는 '뫼비우스의 띠' 황혼육아

[디지트리플케어에 내몰린 50·60세대…수고비도 거의 없어
"가족 부양과 노후준비 사이에 적절한 균형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경기도 파주에 사는 김 모(62) 씨는 주중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머문다. 딸 집에 상주하며 손주를 봐주기 위해서다. 직장에 나가야 한다며 "울며불며 애 봐달라는" 딸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남편(65)과 주말부부로 지낸 지 벌써 1년. 딸과 사위는 여전히 바쁘고, 김씨가 얻은 건 수시로 찾아드는 통증이다. 지난 15일 저녁 삼성동에서 만난 김씨는 "손목이며 허리며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디지털스토리] 부모, 자식, 손주…끝없는 '뫼비우스의 띠' 황혼육아 - 1

김 씨처럼 황혼 육아에 뛰어든 이들이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부 2명 중 1명은 부모님께 육아 도움을 받는다. 문제는 김 씨와 같은 50·60세대가 자칫 '트리플케어'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더블케어' 가구가 손자 육아까지 떠맡을 가능성이 크고 빈곤층이 될 여지도 높다고 우려한다.


 ◇ "내 처지가 서글프다"…노부모·성인 자녀에 손주까지 돌봐

"시어머니가 작년에 치매가 와서 지금 요양병원에 계세요. 비용은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들죠. 주말에 가볼 때가 많고, 평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들 내외 손주를 보고 있어요."

경기도 성남에 사는 박 모(53) 씨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하소연했다. 박 씨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데, 손주까지 봐야 하니 내 처지가 서글플 때가 있다"며 "가끔은 손주를 보고 집에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화가 울컥울컥 치민다"고 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간한 '2018 미래에셋 은퇴라이프 트렌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노부모와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50·60세대 '더블케어' 691가구 중 손주 양육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른바 '트리플케어' 상태에 놓인 가구는 39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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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손주가 있는 가구의 절반 이상은 황혼 육아를 경험한다. 주된 이유는 맞벌이가구의 증가에 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30대 가구주 가계의 맞벌이 비중은 44.6%에 이른다. 젊은 세대가 맞벌이를 지속하려면 어린 자녀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 황혼 육아 수고비 55만 원…못 받는 경우도 태반

황혼 육아는 증가추세지만 경제적 보상은 적다. 트리플케어 중인 50·60세대 10가구 중 3가구(28.2%)만이 손주를 돌보며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양육수고비를 받았다. 매월 약 55만 원 정도다. 양육수고비를 받지 않는 경우는 43.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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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를 돌보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체력의 소진을 고려하면 고강도의 노동인데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부모가 양육비 받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황혼 육아를 하는 조부모 500명 중 자녀 양육비를 받지 않는 112명을 대상으로 이유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빨리 안정됐으면 해서'(52.7%)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내 손주이므로 양육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37.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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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는 손주를 돌보며 제일 힘든 건 '체력적 한계'(55.6%)라고 답했다. 스트레스로 심장 등 신체적 질환이나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2003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4년간 일주일에 9시간 이상 손주를 돌본 60세 전후 노인 1만여 명을 조사했더니 동년배의 다른 노인들에 비해 심장병 발병률이 5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 10명 중 7명은 여건만 된다면 손주를 그만 돌보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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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60세대 노후준비 미흡…사회 전반 관심 필요


전문가들은 수명 연장과 취업난, 만혼 등으로 트리플케어가 보편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50·60세대가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성인 자녀와 노부모에게 매월 생활비를 주고 있는 더블케어 가구(491가구) 중 케어 푸어 가구는 108가구로 전체의 22%다. 케어 푸어 가구는 현재 월 소득 대비 가족 부양(성인 자녀와 노부모 생활비 지원) 지출 비율을 산출해 이 비율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가구다.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원은 "50대와 60대는 성인 자녀와 부모를 부양하면서 노후생활까지 걱정해야하는 세대"라며 "노후준비 자금을 먼저 준비한 뒤 나머지 금액으로 자녀를 지원하는 등 가족 부양과 노후준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 아이 돌보기 누구의 도움 받나 (PG)

맞벌이 부부, 아이 돌보기 누구의 도움 받나 (PG)[제작 최자윤 조혜인] 일러스트


황혼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제도 개선 및 관련 정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육아는 이미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이라며 "중앙정부가 주당 40시간 이상 근로하는 맞벌이 부부에 한해서 조부모의 양육수당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지난해 12월 '할마할빠법(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자·손녀를 돌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조부모가 손자·손녀와 동반할 경우 공공시설이나 여가문화시설 이용료를 감면해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인포그래픽=이한나 인턴기자/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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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아도 걱정, 안 낳아도 걱정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불,저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