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8 17:36:44 / 이수민,김연하 기자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QPWU6486
"결혼한 딸 'AS'에 등골 휘어요"…황혼육아 떠밀리는 노년층
#. 정확히 2년 전 고향인 부산을 떠나 아들 부부가 사는 서울 영등포구로 올라온 김영란(64)씨. 그가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다른 도시로 이주를 감행한 것은 아들과 며느리가 “손자 좀 돌봐달라”며 눈물로 호소한 탓이었다.
맞벌이인 아들 부부는 당시 18개월 아들이 하나 있지만, ‘맞벌이 다자녀’ 가정에 가점이 밀려 인근 어린이집에 줄줄이 낙방(?)하자 김씨에게 SOS(긴급 구조신호)를 쳤다. 낯선 서울로 올라가면 아는 사람도 없고 하루 종일 손자만 돌봐야 할 상황이었지만 부부 중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두면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없다며 매달리는 아들을 모른척하기 어려웠다.
“손자는 정말 예쁜데 아침부터 애들 퇴근 때까지 맡아주려니 밤에 잠들 때는 허리에 어깨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남편이 ‘그만 봐주고 부산 내려오라’고 하지만 아들네 사정을 뻔히 아니까 결혼할 때 보태주지 못한 것, 몸으로 갚자 하고 있죠.” 김씨는 “덜컥 몸이 아플까 봐 제일 무섭다”며 “이 아파트 단지 노인정에 가 ‘손자 보러 와 있다’하니 저 동 누구도, 이 동 누구도 손주 몇 년 돌보다 중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며 두려워했다.
서울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손주돌봄 교실에 참여한 조부모들이 영유아 발달 이해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조부모들에게 손주 돌봄 교육을 제공하고 돌봄 수당까지 지급하는 ‘손주 돌보미’ 교육을 지난 2011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입했으며, 4개월 이상 24개월 이하 손자녀를 한 명 이상 키우는 조부모들에게 영유아 육아법과 소통법 등 육아에 필요한 손주 돌봄 교실을 25시간에 걸쳐 제공하고 있다. 교육은 격월 단위로 진행된다. /사진제공=서초구
#.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중견기업 과장 정승민(38)씨는 2년 넘게 아이의 등·하원부터 식사 챙기기 등을 맡아줬던 친정엄마 한순자(69)씨가 지난달 갑자기 위암 1기 판정을 받아 심각하게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 정씨의 어머니는 건강검진 과정 중에 암을 초기에 발견해 적출이 가능한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정씨는 친정엄마가 암 투병을 하게 된 이유가 아이를 봐달라고 했던 자신의 요청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자꾸 자책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서른 넘어서 아이를 낳은 저도 애 키우는 것이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닌데,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며 엄마에게 기댄 것이 너무 후회된다”면서도 “워킹맘인 딸이 힘들까 내색 안 하시는 엄마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 등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돌보는 일명 ‘황혼육아’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황혼육아에 떠밀리는 노년층이 원하지 않는 육아를 부담하며 겪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저출산과 돌봄 공백의 해결책으로 내세운 공공 아이돌보미 사업이 여러 문제로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별 가정이 육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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