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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정치

교황이 동성 결혼 지지? 맥락·의도 분명히 살펴야

가톨릭 뉴스

10/23(금) - <1> 교황이 동성 결혼 지지? 맥락·의도 분명히 살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 필요성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언론들은 교황이 동성 결혼을 지지했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발언의 맥락과 의미는 이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황의 발언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올해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프란치스코’ 예고편입니다.

2018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과 동행하며 제작한 작품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이주민, 인종차별, 기후변화, 인권 등 교회의 관심사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동성애에 관한 교황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감독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동성애자들이 성당에 자녀를 데리고 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교황은 "동성애자는 하느님의 자녀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성간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는 Civil Union law, 시민 결합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언론들은 이 발언을 근거로 "교황이 가톨릭의 금기를 깨고 동성 결혼을 지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교황의 발언은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제시한 것이 아닙니다.

교황은 그동안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우리는 예수님의 모습처럼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동성애자가 예수님을 찾아왔다고 가정합시다. 예수님께서는 결코 ‘당신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교황이 말한 ‘Civil Union law, 시민 결합’의 의미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황은 프랑스 사회학자 도미니크 볼통과의 대담집 「공존을 위한 8가지 제언」에서 시민 결합과 가톨릭교회의 혼인을 분명하게 구분합니다.

교황은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하는 것으로, 이는 아주 명확한 용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동성 간 결합은 ‘시민 결합’으로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시민 결합은 존엄한 인간으로서 결합하든 흩어지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우리 사회가 노동조합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박동호 신부 /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혼인이라는 것과 결합이라는 것을 구별해야 될 것 같다. 혼인은 한 남성이 한 여성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자신을 온전히 헌신하겠다는 맹세, 하느님과의 약속에서 나오는 거고, 결합은 한 개인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존엄에서 나오는 자기 삶을 꾸려갈 주체로서의 권리 중에 하나다."

따라서 교황의 발언은 동성 커플이란 이유로 국가가 제공하는 보건의료와 주거정책 등에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57항은 "동성애는 자연법에 어긋나고, 동성의 성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동시에 2358항은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돼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에 대해 "내가 뭐라고 타인을 심판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어 "맥락에서 벗어난 말에 빠져드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교리에 관해 자신은 보수적"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교황의 이번 발언 역시, 가톨릭교회 교리와 다른 부분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앵커 리포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