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차례 모르는 분들 여기 정통상차림을 오비님께서 올리셨으니 그대로 따라하면 됩니다(블,저자)
추석 차례상 과일
오비 최이락/ 2021.09.14. 16:23조회 16/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아카데미 교수
▣ 추석 차례상 과일
대통령 선거로 세상이 시끄러워도 세월은 가고,
코로나가 우리의 삶에 관여를 해도 추석명절은 돌아옵니다.이번 추석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야 하는 성숙한 시민으로서 딱 좋은 핑계거리가 됩니다. 간소하게 차립시다. 이런 미증유의 사태를 경험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조상님이 강림하여 불충하다고 꾸짖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추석은 다른 말로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합니다. 가을의 중간에 들어있는 명절이라는 뜻이지요. 설날이 아침 해를 맞이하는 陽의 날 이라면, 추석은 저녁달을 반기는 陰의 날입니다.
서양에도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추수감사절이 있고 한자문화권인 동북아는 명절로서 지내는 방식이 비슷합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추석과 가장 비슷하지요. 날짜도 음력 8월 15일로 똑 같습니다. 중국은 중추절에 달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전통도 있는데 이를 석월(夕月)이라고 합니다. 중추절 명절 음식으로는 ‘보름달 모양의 떡'이란 뜻의 ‘월병(月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송편과 같은 셈이지요.
일본은 양력 8월 15일에 오본(お盆)이라는 명절을 쇠며 조상의 영을 기립니다. 오본절 밤에 꽃을 본떠 만든 알록달록한 화과자와 달 모양으로 빚은 떡인 ‘당고’를 만들어 먹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둥근 모양의 빵인 '바잉쭝투'를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바잉'은 빵이란 뜻이고 '쭝투'는 '중추(仲秋)'라는 한자에서 유래했으니 근본은 같은것이지요.
한가위가 되면 차례를 지내는데, 항상 논란이 되는것이 제수진설 방법과 올려지는 과일이 문제입니다. 제수준비는 여자들이 하지만 진설은 남자들의 몫인데,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1.대추(棗)
대추나무는 새봄에 가장 늦게 새순이 돋아나는 느긋한 나무로서 암수가 한 몸(雌雄同株)인 나무입니다. 대추나무에 열매를 많이 열리게 하려면 봄에 대추나무에 염소를 매어 놓으면 됩니다. 염소가 성질이 급해 대추나무를 끊임없이 흔들어 대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 대추나무가 종족보존을 위해 열매를 많이 맺습니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데 벽조목(霹棗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벼락맞은 대추나무를 말합니다. 대추나무는 양의 나무인데 양의 기운인 벼락을 맞았으니 극양(極陽)이 되고, 이는 음(陰)의 기운인 악귀를 막는다고 합니다. 이전에 벽조목으로 만든 도장은 아주 비싸게 거래되었습니다.
대추나무는 아주 단단하고 무거워서 물에 가라앉습니다. 요즘의 대추는 과일보다 약재에 가깝습니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중에 서열 1위를 획득한 이유입니다.
2. 밤(栗)
밤은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의미합니다. 근본과 뿌리를 잊지말고 자자손손 대대로 DNA를 이어주는 신성한 역할을 하지요. 이런 이유로 밤나무를 깎아서 위패를 만듭니다.
전통혼례시 폐백을 올릴때 시어머니가 며느리 치마에 알밤을 던져 줍니다. 토실토실 알밤같은 아들을 낳아서 대를 이어라는 주문이지요. 또한 밤 꽃이 이야기 거리가 되지요. 밤꽃의 향기는 약간 비릿하다고 할까요? 남성의 정액냄새와 흡사합니다. 그래서 밤나무꽃 냄새를 맡은 과부는 바람난다는 속설까지 생겨났지요.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니 3정승을 의미합니다. 이런 연유로 차례상에 당당히 올라갈 명분을 얻었지요.
3. 배(梨)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비이락(烏飛梨落)입니다.
오비이락은 저의 별명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이 말이 싫었는데 지금은 팔자려니 하고 받아들이니 정이 갑니다.
'오비이락'이란, 아무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을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억울한것은 배가 아니고 까마귀입니다.
사람들은 오비이락만 말하고 그 뒤에 생략된 파사두(破蛇頭)를 말하지 않습니다.
까마귀가 날아가려고 점핑을 하는데 꼭지가 약한 배가 떨어져 그 밑에 똬리를 틀고있던 뱀의 머리에 맞아 즉사했다는 스토리입니다. 이후에 악연이 계속된다는 말인데 악연의 대속을 끊어야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여기에도 크고 무거운 배가 등장합니다.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오행에서 土를 상징합니다.
황색은 땅의 중심을 나타냅니다. 土의 氣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위장과 관계가 깊습니다. 그래서 다른 과일보다 당도(Brix)가 높습니다. 배는 과일 중 으뜸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자대학교명도 이화(梨花)를 붙인것을 보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여전히 비싼 고급 과일로 인식되어 평상시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고, 명절이나 제사때가 되어야 맛을 볼 수 있는 고급 과일입니다. 배는 씨가 6개여서 자손 중에 6조판서가 나오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차례상에 올립니다.
4. 감(枾)
감처럼 친숙한 과일이 없습니다. 시골 풍광이라면 울타리안에 고목나무 감나무 한 그루쯤 있어야 그림이 완성됩니다. 센스있는 사람은 지인의 개업식에 감 그림을 선물합니다. 탐스런 감이 주렁주렁 달린 그림을 걸어 놓으면 일거리 (枾=事)가 많이 들어오라는 염원을 담고있기 때문입니다.
감나무와 관련된 추억이 하나쯤은 있겠지요 어릴 때 감나무에서 떨어진 아이가 많았습니다.
감나무는 의외로 무르고 내한성이 없습니다. 추운지방에는 감나무가 자라지 않습니다.
감은 말려서 곶감으로 만들기도하고 무르게 놔두면 홍시가 되기도합니다. 요즘은 감나무도 먹방 TV를 보는지 예쁘고 맛있는 단감만 열립니다. 예전에는 떫은감이 많았지요. 감은 씨가 8개여서 8도 관찰사를 뜻합니다. 감을 차례상에 올리는 이유는 8도 관찰사가 후손에서 나오라는 의미입니다. 3정승보다 관찰사출신 대통령후보 출마자가 많은것을 보면 차례상에 당당히 올라야겠지요.
5. 사과(沙果)
요즘 사과는 과일의 대표주자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사과가 없었기에 조율리시(棗栗梨枾)에 포함되지않아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조율이시에 비해 늦게 접한 과일이라 문중이나 학파에 따라 진설하는 방법에 따르는 시비거리가 적지요. 사과의 씨와 연관지어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겉 껍질이 붉고 속살이 흰것은 화극금(火剋金)의 상극이론을 상기시켜 줍니다.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사과에 관한 스토리가 많습니다. 창세기에도 나오고 그리스 로마신화의 파리스 심판에도 나옵니다. 뉴튼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하지요. 요즘은 사과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스마트폰 회사입니다. 사과를 차례상에 올리는 이유는 후손중에 이름난 과학자가 탄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해 둘까요?
6. 수박(水瓜)
수박은 수과(水瓜)라는 한자가 말하듯 과일이 아니라 오이와 같은 채소의 일종입니다. 우리나라에 전래된지는 오래 되었지만 지금처럼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저장성이 떨어져 설날이나 추석에는 노지의 과일을 올릴 수 없었기에 별도 언급이 없습니다. 특이하게도 진천의 보탑사에는 초파일에 공양한 수박을 한 여름을 거뜬히 견디고 동짓날에 불자들과 나눠먹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만, 그건 일반적이 못되고 특이한 사례일 뿐입니다. 지금은 하우스시설에서 생산한 수박을 1년내내 먹을 수 있어서 차례상이나 제수진설에 빠지지않고 오릅니다. 수박을 올려야 비쥬얼이 괜찮거든요. 수박은 겉이 푸르고 표피층 과육은 희고 속 과육은 빨갛고 씨는 까맣습니다. 노랑색을 더하면 오방색을 다 갖춘 과일입니다. 오방(五方)은 천지자연을 말하니 사람이 자연속에서 순응하고 적응하라는 의미를 부여할수 있겠습니다.
다만 씨가 없는 수박은 안 올리는 것이 좋겠죠?
7.상위에 올려서는 안 되는 과일이 있습니다.
복숭아입니다. 복숭아는 조상령이 접근하지 못한다고해요.이는 중국의 도교영향인데요. 복숭아는 산 사람의 영약으로 불사, 장수의 상징입니다. 죽은 조상의 영을 부르는 상차림에 삼천갑자 동방삭과 손오공이 훔쳐먹은 복숭아가 놓여 있다는 것은 조상신에게 오지말라고 선전포고를 하는것과 같습니다.
생선 중에 갈치. 삼치. 꽁치등 치 자가 들어 간 고기나, 비늘이 없는 고기를 올리지 않습니다
채소류의 과일은 올려도 되고 안 올려도 그만입니다
위에서 과일의 지위를 획득한 수박이 그러하고 슬금슬금 과일의 영역을 넘보는 참외,딸기,토마토,포도 등이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농업이 최첨단산업일때 자연신과 조상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데 뜻을 둡니다. 그래서 차례상에 올리는 원칙은 제 철에, 제 땅이 길러낸 것 중에 햇 과일을 올리는 것인데 요즘은 수입 과일이 넘쳐나고 시설재배와 저장시설이 발달하여 연중내내 과일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기후가 하도 이변을 일으키니 우리나라에도 열대과일을 재배하기도 합니다.그 때는 대추와 밤은 약재로 밀리고 열대과일이 자리를 차지하리라 예견됩니다.
그때는 이런공식이 되겠지요.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망고, 아보카도, 두리안...
훗날 우리의 자손들이 제사를 지낼지, 안 지낼지 모르지만 만약을 대비해 두리안을 먹는 연습을 해 두셔야 합니다.
몇 가지 과일을 하던 짝수접시를 진설하고(4,6,8... 陰) 한 접시에 홀수 개의 과일을 올리면 됩니다(1,3,5...陽)
해묵은 논쟁거리 하나...
조율시리(棗栗枾梨)냐? 조율리시(棗栗梨枾)냐? 사과가 포함되면 사과의 위치는?
제가 정해 드리겠습니다.
이(李)씨, 배(裵)씨 가문에서는 무조건 조율이시로 하시고 다른 성씨는 마음대로 하세요. 사과는 홍동백서의 원칙에 따라 오른쪽에 진설 하면됩니다. 이 또한 가가례(家家禮)이므로 집집마다 다를 수 있으니 너무 비중두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냥 할일이 없어서 해본 소리입니다
오비(悟丕) 최이락書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아카데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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