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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최이락의 글모음

뒷짐진 택리지

뒷짐진 택리지

오비 최이락/ 2021.09.11. 10:36조회 29

 

▣ 우리동네 택리지(擇里志)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이 지은 인문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라는 책이 있다. 이책은 요즘말로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여행답사 가이드북이다.

 

택리지(擇里志)를 마땅히 기록할 지(誌)자를 써야함에도

뜻 지(志)를 쓴것을 까막눈 오비가 어찌 대학자의 심오한 심중을 촌탁(忖度)하리오만 아무튼 '여시아문(如是我聞)' 모드로 說하고자 한다.

우리는 세상의 어디에 삶의 짐을 풀고 살아야 할까?

택리지의 복거총론(卜居總論)에서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삶 터를 선택하는 데는 지리(地理)가 으뜸이고 생리(生理)가 다음이며 인심(人心)은 그 다음이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산수(山水)를 갖추어야 하며 네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낙토(樂土)가 아니다"

총론이니 구체적인 장소를 적시하지 않았지만 요즘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나씩 풀어보면,

첫째는 지리(地理)다.

여기서 지리란, 도로와 물길 등 교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풍수지리를 말한다. 마을입구가 좁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은 곳을 최고 길지로 쳤다. 또한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가 되고 수려한 진산이 북풍을 막아 주고,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야 좋은 동네다.

요즘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주거형태로는 이것을 충족시킬수는 없겠지만 대단지 아파트를 생각하면된다.

척박한 곳에 사는 사람은 정서도 피폐하다.

풍족한 일조량과 알맞은 바람은 사람을 순치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전의 우리 선조들은 자연 풍수지리 신봉자였다.

둘째는 생리(生理)다.

생리란 여성들의 달거리를 말 하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먹고 살 터전을 말한다. 농사가 잘 되는 기름진 땅, 물류를 운반하기 좋은 나룻터, 우마차가 다닐 수 있는 신작로등이 구비되어야 한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이나 생산을 유발할 수 있는 공장이나 사무실이 있는 곳을 말한다. 많은 사람을 고용하거나 인력이 필요한 넓은 농토가 있는 곳이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이다. 요즘의 역세권, 스세권을 말한다.

셋째는 인심(人心)이다.

마을 입구에 효자비나 정려각이 있어야 좋은 동네다.

효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다. 동양 3국 중 우리나라는 효(孝)를 으뜸의 가치로 여겼다. 일본은 충(忠)의 문화이고, 중국은 신(信)의 문화다. 효(孝)라는 단어는 영어로 번역하지 못한다. 영어에 적당한 말이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의 지하철에는 장애인석은 있어도 나이많은 사람 전용인 경로석은 없다.세계에서 효자비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래서 孝에 관련한 스토리가 많다.

그리고 잦은 다툼과 소송이 빈번한 동네는 살 곳이 못된다. 병으로 죽는 사람은 있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으면 안된다.

현대적으로 말하면 앰블란스 소리가 자주 나거나, 소방차 싸이렌 소리가 빈번하게 들리는 동네는 좋지않다.

고가 사다리 소리가 시도때도 없이 나는 동네도 나쁘다.

이를 흉지 신호음이라고 하는데 인심이 박하고 내것을 챙기려는 다툼과 갈등이 있기 때문에 이런소리가 난다.

넷째는 산수(山水)와 경관이 아름다워야 한다.

사는 동네가 관광지 중심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인근에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 있으면 좋다. 옛날 사람들 기준으로 한나절에 갔다가 힐링하고 돌아오는 거리가 좋다고 한다.

인물은 산천을 닮는다. 산수가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사람이 난다. 전국에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곳은 모두 산수가 아름다운 곳이다. 강계미인 진주미인을 알아 주는 이유다. 강계는 북한이라 모르겠지만, 진주는 에나로 아름다운 도시다.

옛날 글께나 읽은 선비들은 모두 다 반풍수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 지방 경승지에 가면 있를 만한 곳에 정자와 누각이 자리잡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어서 마을이 이상적인 거주환경을 갖추었다는 판단근거는 풍수지리적인 입지요소로 수구(水口), 들판의 형세(野勢), 산의 모양(山形), 흙 색깔(土色), 하천의 조건(水理), 마주하는 산(朝山)과 하천(朝水)을 들수있다.

풍수지리 격언에 '인걸은 지령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름난 학자가 탄생한 곳에는 어김없이 문필봉(文筆峰)이있고 재벌이 태어난 곳에는 토성체(土星體)의 안산(案山)이 있다. 외국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너대니얼 호손이 지은 '큰바위 얼굴'에도 나타나 있듯 사람은 주위 산천의 모양을 닮는다고 한다.

현대판 우리동네 주거 명당을 택리지 기준으로 제시한다.

지리(地理)는 터 환경과 교육

생리(生理)는 교통과 생산시설

인심(人心)은 의료와 복지

산수(山水)는 관광과 문화

전통마을 중 박사마을이 있다.

우리나라의 3대 박사마을에 춘천 서면, 임실 삼계, 영양의 주실마을이 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부부싸움을 할 때도 인문학적으로 싸울 것 같다.

한국인의 이상향은 동천복지(洞天福地)개념이 있다.

동천(洞天)이란 중국의 노장사상이 빚어낸 신선이 사는 동네를 말한다. 호중천(壺中天),곧 항아리 속에 존재하는 신기한 세상과 같이 하나의 제한된 공간에 전 우주가 존재한다고 믿는 도교적 우주관에 근거한 이상향이다

각론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디가 가장 살기 좋은 동네인가?  답은, 자기 동네가 동천(洞天)이다.

문자 밖에서 참뜻을 구하시길....

 

오비 최이락書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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