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혐오와 정치 불신만 키우는 역대급 막말 대선
기자명 뉴스더원 / 입력 2022.01.19 00:00
뉴스더원] 대선이 4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력 대선 주자와 그 가족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이 정파성 강한 매체들에 의해 지난 16일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MBC는 이날 심층 보도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 를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진보 유튜브 매체인 ‘서울의 소리’의 촬영 기자인 이명수 씨 사이의 사적 통화 내용 등이 담긴 7시간 45분짜리 녹음 파일 중 일부를 발췌해 보도했다. 평소 2%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스트레이트는 이날 방송에서 사상 최고 시청률인 17.2%를 찍을 만큼 이목을 끌었다.
이에 질세라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이 후보 아내 김혜경 씨가 자신의 조카와 나눈 이른바 ‘욕설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가세연이 이날 공개한 4분 25초짜리 영상에는 이 후보가 과거 자신의 형수와 나눈 ‘욕설 통화’ 녹음 파일 및 이 후보 아내 김혜경 씨가 자신의 조카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이 담겼다.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은 이미 여러 차례 다뤄졌지만, 이번과 같이 유력 대선 후보 배우자들의 사적인 통화 녹음을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한쪽은 저급한 처신이, 다른 한쪽은 패륜에 가까운 욕설 통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은 김건희 씨와 김혜경 씨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 후보의 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영부인이 될 자격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통화 내용을 들은 국민들은 이들의 저급한 언사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가뜩이나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가 높아져 가고 있는 터에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현실을 접한 국민들의 냉소가 투표 포기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역대급 막말이 판을 치고 있다. 정책경쟁은 온데간데없고 극단적인 마타도어만 난무하는 형국이다. 여·야 모두 ‘오늘만 사는 사람들’처럼 오로지 상대방 흠집내기에만 골몰하다 보니 정치가 국격을 하락시킨다는 자조 섞인 푸념만 나온다.
국민의 정치 혐오가 이렇듯 심할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는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정쟁이 멈출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 막바지까지 상대 후보를 향한 마타도어는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 대리전 양상을 띤 폭로와 비방, 조롱은 언론사의 댓글과 SNS상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듯한 거대 양당의 그릇된 정치 행보에 맞춰 정파성이 강한 매체들이 여론몰이를 하는 사이 중도층과 무당층의 정치 혐오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데 있다.
상대를 흠집 내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마타도어는 결국 중도·무당층을 늘려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등을 돌리게 하는 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가 지금과 같은 정치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 통합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거대 양당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지긋지긋한 막말 일변도의 선거운동에서 벗어나 정책으로 승부하고 심판받는 정정당당한 경쟁을 보여주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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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더원(http://www.newsthe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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