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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정치

대통령·당선인 회동 취소…인사권·사면권 놓고 충돌했나

대통령·당선인 회동 취소…인사권·사면권 놓고 충돌했나

 
윤수희 / 2022.03.16. 22:02

                                           © news1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독대' 오찬 회동이 당일 4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되는 사태를 둘러싸고 인사권·사면권 등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한 양측의 신경전이 주요 원인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양측은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이유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일부 공석인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인사와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 여부 ,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연계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사면 등에 있어서 양측이 의견을 좁히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과 공석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 인사다.

 

아직 퇴임하지도 않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흔들지 말아야한다는 의견과 임기가 정해진 중요 자리의 경우 새 정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한다는 점에서 윤 당선인의 생각을 반영해 인사를 진행해야한다는 의견이 서로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은 총재와 감사위원의 임기는 4년, 선관위원의 임기는 6년이다. 한은 총재 및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자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해 현 시점에 대통령과 당선인이 합의해 임명해도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직후 청와대에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협의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고, 청와대는 이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더뉴스'에 출연해 "소위 말하는 '알박기 인사'로 임기제 기관장들이 최근 임명된 사례가 있다"며 "중요 포인터에 있는 자리들에 대해 인사권한을 서로 어떻게 존중하면서 협의를 해 가느냐의 문제가 있다. 조금 더 양쪽의 협의가 필요했던 상황이 아닌가"라고 짚었다.

 

반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단 하루도, 한 달도 중요한 국정운영의 일부이다. 공공기관 인사의 임기는 정권이 바뀌어도 침범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당선인과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자로서 판단하는 게 맞다"고 맞섰다.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측에선 대장동 의혹 등 수사에서 미진했다는 이유로 김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자 청와대와 민주당에선 법으로 정해진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윤 당선인의 '법과 원칙' 정신에 어긋난다는 기류가 감지됐다.

 

김 총장이 양측의 오찬 회동 취소 직후 대변인실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것 역시 이러한 기류가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문제도 회동 취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 김 전 지사의 사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이 국민의 공감을 사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내놨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윤 당선인 측이 전날 청와대 회동 발표와 동시에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현직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 행사를 요구하는 모양새가 기분을 상하게 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여권에선 "그럴 거면 당선인이 취임 후에 직접 이 전 대통령만 사면하라"는 비판이 나온다.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도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민정수석실 폐지'와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한 입장차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불쾌감을 드러낸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구중궁궐 청와대 내 깊숙한 곳에서 벌여온 온갖 음모와 조작의 산실 민정수석실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역대 정권교체기에 불거진 신·구 권력간 파열음은 그동안의 업적을 평가받고 싶어하는 옛 권력과 과거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새 권력 간의 불가피한 충돌로 해석됐고 이번에도 같은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양측은 무난한 권력 이양을 약속했지만, 이날 회동 취소를 계기로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될 것이며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남이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