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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나와 요새 들어가는 게 소통이냐".."용산 일대 교통지옥·임대료 급등 우려"

"궁궐 나와 요새 들어가는 게 소통이냐".."용산 일대 교통지옥·임대료 급등 우려"

이유진 기자 입력 2022. 03. 17. 21:08 댓글 256

 

용산 집무실' 시민 반응

[경향신문]

주민 “동네 시끄럽게 됐다”
상인들 “상권 활성화 기대”
효자동선 “투기 바람 우려”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

“나도 윤석열 찍은 사람인데, 용산으로 오겠다는 건 도통 이해가 안 되네. 왜 온다는 거예요?” 17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65)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될 수 있다는 소식에 난색을 보이며 반문했다.

김씨는 “참 조용한 동네인데 시끄럽게 됐다”며 “(집무실) 옮기는 비용이 100억, 200억 든다고 한다. 갑자기 국방부 사람들 다 나가라고 하고 여기로 온다는 건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은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올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집값 얘기하기엔 이른 것 같다”면서도 “용산 이전설이 나온 후 (건물) 투자자들한테 건물 높이 제한 등 규제 관련 문의가 꽤 들어왔다”고 전했다.

 

용산구에서 23년을 살았다는 표모씨(32)는 “고도제한 문제는 미군기지 시절부터 있던 거라 주민 입장에서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도로 계획을 잘 세우지 않으면 지옥도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 왕복 5차선 도로는 상습 정체 구간으로 꼽힌다.

 

삼각지 일대 상인들 사이에선 ‘상권 활성화’ 기대감과 ‘임대료 상승’ 우려가 엇갈렸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56)는 “손님 절반 이상이 국방부 소속 공무원”이라며 “대통령이 오면 직원들도 따라오고 외부인들도 많이 찾지 않겠나. 상인 단톡방에선 ‘잘됐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반면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이태원과 경리단길에서 넘어온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또다시 임대료가 치솟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용산 밖’ 시민들은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통’을 앞세우면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것이 모순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김모씨(31)는 “국민과 소통하겠다면서 집무실 이전은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게 앞뒤가 안 맞다”며 “광화문 이전이 어려우면 취임 후 다른 대안을 물색해야지, 국방부 청사로 간다는 건 궁궐을 나와 요새로 이전하는 격”이라고 했다.

 

청와대 인근 효자동의 20년 거주민 유모씨는 “그렇게까지 급하게 옮겨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청와대 시설뿐 아니라 영내 바깥에 경호직원 시설 등 부속건물이 꽤 많은데 그렇게 단기간에 다 나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집무실 이전엔) 일장일단이 있다”며 “주말이면 집회·시위로 앓던 몸살이 사라질 것 같아서 좋다. 반면 (이전 후) 개발 바람이 불면 부동산값이 들썩이거나 호재를 노린 외부자본 유입이 많아져 동네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다. 치안도 예전보다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이전 준비 치안대책위원회’를 신설한 경찰은 이전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무실 이전이 확정되면 기존 청와대 안팎 경비를 맡은 서울경찰청 산하 101경비단과 202경비단의 인력 재배치도 불가피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확정 전까진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인수위나 대통령경호처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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