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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님자리

불편한 인생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불편한 인생

살다보면 마주치는 불편한 마음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그것이 내게 주는 의미 생각해야

거룩한 삶이란 역설적으로
자신이 거룩하지 않음을 깨닫는 삶
이런 깨달음은 불편함에서 얻어져

발행일2022-03-13 [제3285호, 15면]

인생을 살다보면 견디기 힘든 일들이 생깁니다. 자신에게 버거운 일 혹은 정말로 하기 싫은 일, 불편한 사람들과의 만남 등 이런 상황과 마주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이런 불편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자아의 힘이 약할 때 그 불편함은 가중됩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불편함이 다가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럴 땐 ‘불편함’을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야 합니다.

토마스 무어는 저서 「영혼의 돌봄」에서 “불편함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온전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불편함 자체가 사람을 온전하게 해주려는 영혼의 소리라는 것이지요.

 

 

람은 부족한 것을 완전하게 채우도록 부름 받은 존재가 아니라 부족한 채로 일상생활에서 거룩함을 발견하도록 부름 받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거룩한 삶이 어떤 인간적 감정으로부터도 초월한 것으로 아는데, 그런 경지의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설령 그런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일시적 착각이거나 자폐적 상태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룩한 삶이란 역설적으로 자신이 절대로 거룩하지 않음을 깨닫는 삶인데 이런 깨달음은 불편함 안에서 얻어집니다. 즉, 거룩한 삶이란 거룩함과 세속성이 뒤섞인 상태란 것입니다.

기도생활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갖는 불편함 중에는 완전한 평화, 불편함이 없는 삶을 꿈꿔서 생기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신앙 강박증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근하고 쉬지 못하도록 하는데서 오는 불편함입니다. 가톨릭 수도원의 영성은 불편함의 영성입니다. 공동생활을 하며 불편함을 수용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가톨릭 영성이란 것입니다. 그러하니 기도를 해도 자신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고 시궁창 같더라도, 자신을 몰아대지 마시기 바랍니다.

 

꼰대 유머입니다. 젊은 신부가 예쁘고 젊은 처녀들만 보면 마음이 흔들려 몹시 괴로워했습니다. ‘내가 성소가 없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환속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다 본당신부에게 고백을 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알려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런데 야단칠 줄 알았던 본당신부는 야단은커녕 껄껄 웃더니 “내 나이에도 아직 흔들리는데 자네 나이에는 더 하겠지” 하더랍니다.

 

그래도 고민이 풀리지 않은 젊은 신부가 재차 물었습니다. “여인을 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때가 언제나 올까요?” 그러자 본당신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흔이 넘은 신부님께 여쭤봤는데 그분 말씀하시길 나이 아흔이 넘으니 그런 흔들림은 없는데, 우울증이 오더라고 하시던걸?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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