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성물의 의미
눈에 보이는 성물·성상 활용해
믿음 돈독하게 키울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공경 대상 아닌
하느님 찬미 위한 기도의 수단
발행일2022-06-05 [제3297호, 15면]
우리 교회에서는 기도의 수단으로 성물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일부 종교인들이 우리의 이런 기도방식이 우상숭배라고 비난합니다. 구약에서 형상을 만들어 공경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느님의 뜻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비난은 사실 성경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무지에서 나온 발상입니다.
구약에서 하느님을 본 딴 상을 만들지 말라고 한 것은 신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구에 대한 경고의 말씀이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성물을 사용해 기도하는 것은 그런 의미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습니다. 하느님을 공경하고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 그리고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서 성물을 기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수영장에서 처음 수영을 배우는 사람들은 손에 무엇인가를 잡고서 운동을 합니다.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아무 것도 잡지 않고도 수영을 할 수 있지요.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믿음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성상 성물들이 믿음을 돈독히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들은 다 당신에게로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힘들고 고달플 때 십자가나 성모상을 보면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가톨릭신자들은 늘 몸에 성물을 지니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성물은 기도를 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수단이지 성물 자체가 공경 대상이 아니란 것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거룩한 물건이지만 신적인 공경을 받는 대상은 아니란 것입니다. 가끔 성상이나 성물을 신처럼 섬기는 분들이 계셔서 다른 종교인들로부터 우상숭배를 한다는 비난을 받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꼰대유머 하나 전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퇴직 후 성당 일에 매진했습니다. 미사에 참례하고 단체 활동을 하시느라 매일 집을 비웠는데 외출할 때마다 성모상을 향해 “어머니 집 잘 지켜주세요”라고 인사하고 외출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감사합니다’ 하고 성모상 앞에 과자나 과일을 놓아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성당에 다녀왔는데 도둑이 들어서 물건을 다 훔쳐갔습니다. 텅 빈 방을 본 그 자매는 너무나 화가 나서 성모상에 욕을 했습니다. “도대체 집하나 못 봐주고 이게 뭐요”라고 소리치다가 화가 안 풀려서 성모상을 다락에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얼마 후 이 자매님의 제자들이 소식을 듣고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모인 성금이 잃어버린 재산의 두 배나 됐습니다. ‘아차’ 싶은 자매가 다락문을 열고서 성모상을 찾는데 성모상은 안보이고 쪽지 한 장이 있더랍니다. 쪽지에는 성모님이 이런 글을 써놓으셨습니다.
“난 너같이 의리 없는 것과는 같이 못살겠다!” 성모상이 가출한 것입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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