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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재를 바르던 날

지난 수요일(18)은 재의 수요일 그러니까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이다 유럽이나 남미국가들 특히 부라질 같은 나라는 카니벌을 시작한다 40일 사순절 동안에 지켜야 할것도 많고 절재 할 것도 많고 경건하게 지내는 달이다 그럴것에 대비해서 미리 축재를 지내는 것이다

사순절이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교회력절기를 말한다 이마에 재를 바르며 죄를 통회하며 절재와 회개를 한다

재를 사제가 신자들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며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것이다 " 이런말을 하는데도 있고 "회개하여라!"하는데도 있다  어떤데는 머리에 뿌려주는데도 있다

 

사람은 그야말로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언젠가는 돌아갈것이다  이 흙으로 돌아간다는것이 고향으로 간다는 말과 같은가!  돌아간다 즉 원래있던대로 간다는것 그러면 원래 있던곳은 어디였든가 인류의 원천였던곳으로 세속적으로 말하면 고향 부모님이 계셨던곳이다  세상에서는 죽음이다 이 죽음의 시간이 요즘은 길어졌다 무병장수가 아닌 유병장수가 됬다

이마에 재를 바르면서  "오래살면 안됩니다 빨리 돌아가고 싶습니다"  하고 기도했다 하지만 수명 짧은 집안에서 몸이 제일 허약하면서 젤로 오래살고 있다  저를 보는 사람들이 오래사는 상이란다

 

쭈구렁 박아지가 이리딩굴 저리딩굴하며 깨지지않고 오래가듯이 오래사는 타입이란다 이소리가 젤 듣기싫다

노인들집 방문가서 보면 어떤 노인들은 "아침에 눈을뜨지 않았으면 좋겠서"하신다 가족도 없고 있어도 안 찾아온다 요즘은 큰병이나 죽을(?)병에 걸려도 병원가면 심폐소생술로 다 죽어가는 사람도 살려논다 목에 호스 꽂고 옆구리나 아래로 소변줄 꽂아가면서 일단은 생명을 살려논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것이 아닌 그야말로 목숨만 살아있다 의사는 살아있게 하는것이 우선이다 죽음은 의사의 실패로 아는것이 의료계의 현실이다 편안하게 보내주지 않는것이다

 

어떤 자매의 남편이 사고를 당했다 "그저 살려만!" 주십쇼 간절히 기도한 탓인지 의술이 좋은지 살아났다 그야말로 목숨만 살았는데 다행히도 말도하고 정신도 멀쩡한데 그만 전신마비가 되서 백가지 천가지를 다 해줘야 한다 첨에는 살아났다는 것에 감사를 했는데 몇 달이 지나고보니 생활도 어렵고 특히나 수발하기가 여간이 아닌것이다 아내가 벌어야 아이들하고 먹고살지  간병인 구하자니 배보다 배꼽이 크고 ...

그러다보니 이젠 솔직히 남편이 귀찮아졌다 저렇게 마냥 병원침대서 세월을 보낼바에얀 차라리 하늘나라가는것이 더 좋을것 같다고 말하는것을 들었다

 

요즘 이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해본다 어떻게 편안하게 죽을까  건강하게 살다 적당한 때 며칠만 앓다가 가면 좋을텐데 이게 맘대로 안된다 잘 죽는것도 은혜다 잘 선종하는 기도문을 젊은날부터 하루도 안빠지고 했다 그 기도문 탓인지 안죽고 오래산다 나도 나이가 있다보니 만사가 귀찮다 우선 움직이기가 싫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을 위하여 현재의 내 나이보다 많았어도  그것도 현대의 아파트처럼 뜨거운물 나오고 수도시설, 난방등이 잘 된곳도 아닌 허름한 집에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그 추운데서 밥을 해줬다

 특히 나때문이다 

도시는 대체로 시설 잘되어있다  냉장고 열면 다 있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

점점 게을러져 아무것도 하기싫다 그런것보면 우리부모는 수퍼부모님이다 특히 엄마는 늦도록 일하시고 집안 일 하고 맨날 아프다고 하는 못난자식 뒷바라지하다 돌아가셨다  에그~ 난 천하의 몹쓸 자식이다

 

지금 내가 그 부모님 나이가 거의 되간다 이 빚을 세상에다라도 갚고 가야 되는데 ...

재를 바르고 돌아와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요즘은 재수없는 노인이 오래산단다

 

우리모임에서 바로 이 죽음에 대해 쓰라고 해 '사전의료지향서'에 대해 썼다 이'사전의료지향서'는 내가 고칠수 없는 더 나아질 수 없는 병에 걸렸을 때 더 이상 쓸모없는 치료를 즉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하나의 서식인것이다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실지로 죽음은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발달한 의학이 자연적으로 죽을 수 있는것을 죽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누가 힘들어 하는가? 가족도 힘들고 환자도 힘들고 의사도 힘들어진다 

 

의사는 왜 힘들어지는가?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는 환자의 분명한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 모든 의학기술을 동원하여 생명을 연장한다는 윤리적인 압력을 받는다 의료윤리의 기본이념은 환자에게 선(善)을 행하여야 하고 환자를 살리는 것이다 만약에 의사가 환자를 위해 모든 의학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살인행위로 간주 될 수도 있다

발전된 현대의학 기술은 사망에 임박한 환자라도 호흡과 심박동을 상당기간 지속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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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혼한 죽음'이라는 나가오 카즈히로씨가 쓴 책인데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사는 민족이다 이미 수퍼고령사회다

일본도 더이상 나아질 수 없는 죽을 환자들이 생명연장을 힘들게 하는 것을 보며 그야말로 평혼하게 죽을 수 있는 것을 저자인 의사가 나름대로 썼다 평혼하게 품위있게 죽을 수 있는데 그야말로 끝까지 힘들게 경비를 들여가며 환자를 힘들게 하는것이다 온갖 기계장치를 달아놓고 살지도 죽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이다 환자를 끝까지 돌보지않고 죽게 내버려뒀다고 하는 주의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있다

또 부모님 원없이 치료하다 가셨다는 주의시선과 자신의 편한 마음에서 하는경우도 한국과 같다  이런것을 오랜 경험을 통하여 사실대로 썼고 미리 '사전의료의향서' 같은것을 써 놓으면 좋다는 것이다

 

이미 소멸상태에 들어간 생명을 현대의학기술을 이용하여 개입한다 이것은 생명의 신성함과 고귀함을 마지막까지 유린하는 것이다  스스로 숨도 못쉬고 기계에 의존하는 목숨은 그야말로 연명하는 것이다 이런것에 대해 어떻게 마지막 가는길을 평혼하게 갈 것인가를 썼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문화가 많다

 

재를 바르며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나도 기다리며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나름대로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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