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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는 진정 감사했다

이번 주 어르신댁을 나 혼자 갔다

할머니는 혼자서도 말씀을 아주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우울한 얼굴이다 들어보니 매주오던 청소아주머니가 있는데 이분이 안오셨다는것이다

그분에게 심부름을 시킬일이 있어 시켜야하는데 갑자기 연락도없이 안왔다는 것, 빠지게 되면 항상 전화로 이만저만해서 못가게 됬다고 연락했는데 이상하다며 나더러 전화좀 해보란다

 

종이에 적힌대로 걸었다 받는사람이 매우 의아해하며  "그런사람 없는데요!"한다 

  자꾸 캐물으니 이모란다  자기핸폰도 있을텐데 안갈쳐주고 족카의 핸폰을 대준것이다

 

할머니 심부름 시킬것은 딸이 요양원에 있는데 돈을 부쳐야되는데 우체국 근처에 그분이 살어 우체국으로 부친단다 돈을주면 여지껏 잘부쳐주고 딸이 꺼내쓰고 한모양이다

 

이분은 참 박복하다  막내아들도 장애고 큰아들은 암에 걸리고 딸도 사고로 중간에 장애가 되 이혼하고 영원히 요양원에 머무는 신세가 됬다 보통장애도 아니다 걸음을 기계없이는 전혀 못걷는다  요양원서 엄마네 집이 택시로는 10분도 안걸리고 버스도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에 있는데 할머니도 나이많고(87세) 방에서만 겨우 걷는다  그래서 이런 심부름을 잘아는 사람들에게 시킨것이다

 

"할머니 제가 할까요?"  그래 내가 돈을 줄테니 우체국가서 부치고 오라고 한다 비밀번호도 어쩌구 하면서 ....

"할머니 전 그렇것은 안해요 나중에 사건생기면 복잡하니까" 하니 서로 믿고 살지 난 안그렇다고 한다

할머니 자꾸 사정사정한다 제발 우체국가서 부쳐달라고....

"할머니 그러면 제돈으로 부칠테니  다음주 제가 올때 주세요?" 하니  그럼 그렇게해라 한다

정확한 주소와 병실번호  딸의 이름을 물으니 명함 한장을 내논다 평소엔  00병원이라고 하더니 병원이 아니고 요양원이었다 사진을 앞뒤로 찍었다

 

할머니 그제서 물건을 챙긴다

딸은 이제 겨우 53세다 다친지는 확실히 몇 년 됬는지 모르지만 꽤 오래된것같다 장성한 아들이 두명이나 있다

맨날 병실에 있으니 이것도 먹고싶고 저것도 먹고싶고 엄마도 보고싶고 오십대 초반이면 활발하게 활동할 나이다

40대에 사고났다고 들었다 커피도 먹고싶고, 빵도먹고싶고 .... 나도 이 딸을 한번 집에서 봤다

이런이야기를 엄마하고만 한다 오빠기 셋이나 있으나 엄마만 못하다 엄마가 한달에 한번 삼만원도 부치고 오만원도 부치고 한다 이번엔 육만원을 부친다고하며 믹스커피 커다란것을 꺼내 반을 덜어내고 준다

 

복지관서 가져간빵과 집에 사논빵 두유도 8개  다른음료도 3개 합하니 묵직하다 현금 육만원도 준다  할머니는 내돈 먼저 준다는 소리를 그렇게 알어들었나보다 암튼 한보따리들고 요양원을 갔다

병실 찾아들어가서 인사를 하는데 몰라본다 "언젠가 집에서 한번뵜어요 저는 자원봉사하는 누구입니다"했더니 그제서 알아본다  할머니 심부름으로 이런것을 갔고왔고 돈도주니 무척기뿐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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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서로 살면서 단지 걷지못한다는 단하나 이유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줄것도 못주고 한다

엄마가 정말 보고싶을땐 택시대절해서 오는데 그때는 돈이 여유있게 있을때만 그렇다 택시잡아주고 내려주고 하는것도 누가 있어야한다  옆에있는 다른분이 자기가 그런걸한단다 저번에도 자기와 함께 엄마집에 갔다온 이야기를 한다

 

이런걸보면 우리는 걸을수만 있어도 정말로 감사해야한다 난 평소 불만이 많은사람이다 별로 특출하지도 않고, 잘난것도 없고, 할 줄 아는것도 없고, 집안도 안좋고, 얼굴도 별로고,  가난하고,  자주 아프고, 어쩌고....

집에 오면서 이런사람과 비교하니 난 너무 많은걸 가졌다

하느님에게 정말로 감사하다고 감사기도를 진정으로 바쳤다 평소도 그냥 '감사합니다'는 하지만 오늘은 진정 뼈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였다 

 

"하느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불평불만한것을 용서해주세요 글구 그분들이 살기가 좀 나아졌으면 합니다" 

 

딸의 오빠들도 하나만빼고 전부 같은시에 산다 족카들도 있다 할머니와 함께사는 젊은손주도 있는데 아무도 심부름을 하지 않는것이다  고모가 근처요양원에 30분도 안되는거리에 있는데 안가는것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야속해하지도 않고 자식들 칭찬하기 바쁘다  할머니의 특징은 '위로'다

 

그래서 언제가 딸이 그러더란다 "엄마 10년만 더 살아 엄마가 그안에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꺼야" 

엄마란 이름은 참으로 위대하다 

병실을 나서며 감사기도와 더불어 저분들이 여기서 더이상 나뿐일이 안생기기를 기도했다

 

"암튼 할머니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딸을 위해서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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