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 때문에 강남지하상가를 또 가게됬다
"이번에는 살짝 볼일만 딱보고 와야지" 했다마는 이것저것 보는 재미에 그냥 한바퀴 적당히 돌다 인조꽃 전문매장쪽에 의자가 있어 앉았다 그랬더니 80대의 할머니가 옆에 앉는다
노인들은 앉자마자 술술 말을 한다 시키지 않아도 한다
이노인은 집에 있긴 뭐하고 친구들도 별로없고 그래서 집은 근처인지라 이렇게 쓸떼없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내가 말했다 "그래도 다리가 튼튼해서 이렇게 다니니 얼마나 좋아요 다리 아프면 아무데도 못가요"
할머니는 옛적분 같은데 강남 한복판사니 그런데로 여기저기 다니며 보는데 취미는 없고 집에 있자니 심심하고 해서 아무데나 마구 돌아다닌단다 그러다가 다리 아프면 쉬기도 하고 타인들과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보고 젊으니 얼마나 좋냐고 한다
젊긴?
그분이 볼때 젊어 뵈는것이지 나도 많이 늙었다
이런분들은 대게 결혼해서 살림하고 아이낳고 기르고 가족들 뒷바라지 하는 바람에 취미도 못가졌다 할줄아는게 없으니 그냥 구경다닌다 확실히 서울은 시골보다 볼거리가 많다
남자 노인들은 아예 아침부터 컴푸터를 켜거나 친구들끼리 뭉쳐다니며 오늘은 서울어디서 놀이가 있고 지하도 어디서 누가 섹스폰을 불고 밥은 어디서 공짜로 주고 하는것을 직접 들은적 있다
이렇게라도 돌아다니면 다행이다
형부가 다리아퍼 꼼짝 못하는것을 보니 여간 안스럽지 않다 시골처럼 앞마당이라도 있으면 텃밭이라든가 아니면 화초라도 가꾸고 하는것이 그들 부부의 생각인데 죙일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심심할까
티비보는것도 질린다
부부 칠순때 자식들이 어디로 여행보내 준다고 나도 들었다 한달전에 언니가 다녀가면서 아들이 여행을 어디로 보내준다고 하는데 다리아퍼 못간다 했다고 속상해 한다 언니는 여행을 좋아한다
남편이 못간다고 하니 자동으로 가지 못했다
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10월 가을쯤 제주도를 잘안다는 분과 지인이 게스트하우스를 하는데 숙박을 하고 렌트카를 빌려 여행하기로 일단했는데 언니가 갈려는지
가끔씩 언니는 미안해서 못간다고 한다 남편은 맨날 집에있고 혼자만 친구들과 다니니 그게 미안했던 모양이다
80~100살되도 일단 걸어 다닐 수 있다면 그건만으로도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