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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어느 노파의 과거

구민회관은 강남역에서 멀지않다

강남역에 내려서 밖으로 가는중에 우리나라 가볼만한곳을 멋지게 사진을 찍어 군데 군데 놓았다 내가 보려는 사진을 바짝 다가서고 있는데 마침 벤취에 두다리를 뻗고 있던 70대 중반쯤 뵈는 여자분이 묻는다

신발을 끌지말라고 조용히 말한다 "어  그랬어요 몰랐어요 죄송해요 저는 안끈다고 생각하는데 그랬군요" 했더니 그분 말씀 몸이 피곤하고 안좋아지고 있으면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네  요새 몸과 맘이 안좋아서 그런가봐요?" 하면서 신발 안끌고 사박사박 걷는 스타일인데 했더니

몸이 피곤하면 다리부터아퍼 자신도 모르게 신발을 끌게 된단다

내가 싫어하는것중의 하나가 젊으나 나이드나 신발 질질 끌거나 너무요란하게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계단내려오는 젊은 여자들 구두소리다


'분명 안끌었는데...." 했더니 그분은 심하게 노인처럼 안끌었으나 피곤하면 발을 끈단다 즉 다리가 무거워진단다 올해는 한번도 구두를 안신고 새로산 굽이 살짝만 있는 하얀운동화를 정장에도 어울려 입었다 믿창이 좋아 소리도 안나는데 굽도 거의 없는편이고 가볍고 이쁘고 가격도 싸다


나는 속으로 깜짝놀랐다 "내가 신발을 끌다니..." 그분은 직직 끌진 않았지만 자기귀에 그게 들렸단다 그리고 자기가 젊어서 의학책을 하도읽어 사람을 보면  조금 안다고

프랑스에서 생활했던 일, 어디지방 어디에 있는 산은 아름답고 건너면 영국이고 건너면 스페인과 포루투칼도 좋고하며 불어와 영어를 섞어가면 자기 케리어를 말하고 있었다


난 뭐하는분이냐고 묻지 않았고 나이도 묻지 않았다  몇살이라고 주민등록증을 뵈준다

그것보단 "아토피를 혹여 낫게 하는 방법 없을까요? 아토피는 아직 세계가 못고치는 병이라고 한다마는,,,,"

있단다 "그게 뭐예요?" 했더니 나쁜음식 안먹으면 된단다

"전 인스턴트 음식, 밀가루음식도 어쩌다 먹고 나뿐것은 대체로 안먹어요"  


 돼지고기 안먹고 소고기는 먹는다 튀김이 가장 안좋다고 해 1년에 한번 먹을까말까 우유안먹고 주로 한식을 간단히 먹는데 해산물은 무지무지 좋아한다

된장찌개를 좋아해 옅으게해서 먹고 싱겁고 밍밍하게 먹는다 

 커피도 안좋고 아이스크림도 안좋고 뭐가 앉좋고 ....

 

그날 구민회관 '목요예술무대'가 있어서 가는중인데 넉넉하게 시간있어 그분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절대 커피는 먹지말란다 중독중의 중독이 커피가 아주 안좋다고 그러면서 '중독'이란 말을 아느냐고 묻는다

대략 안다고 말하며 옅으게 한잔정도 마신다고 했다 실지로 여름에는 카누를 큰 머그컵에 넣고 어름도 가득넣고 마시다말고 또 어름타고 하면 완전 커피도 아니고 그저 색깔만 검으스레한 시원한 물을 마시는편


그래도 먹지 말란다 자기는 구룡포 마을가서 깻잎을 날로따서 먹었는데 그건 농약을 안친거라서 좋다고 그러니 농약안친 좋은먹거리와 제철음식 먹으란다 나도 그쯤은 안다 그냥 그러냐고하며 듣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 반응을 해주며 듣는데 조금 목소리가 커서 "저 목소리 낮추어도 잘들려요"해줬더니 조금 낮춘다

한마디 한마디 뭔가를 강조하는 느낌이 든다


프랑스는 이민자가 많은데 가난한 사람이 많고 양손가락을 엑스자 비슷하게 펴보이며 먹을것을 달라고 한단다 그런 손짓을 하는것은 나는 가난하니 도와달라는 표시라고 

공원같은데 요구르트 같은 안뜯은 새것처럼 보이는것을 자기도 목이말라 먹으려 했더니 중년의 여인이 보더니 먹지말란다 그들이 바늘같은것으로 보이지않게 살짝 뚫어 약물을 타서 놓는다고

"그럼 그걸 마시면 사람이 죽잖아요?" 했더니 그렇단다 "왜 그런짓을 할까요"  그냥 그렇다고

외국은 그런일이 많단다


자기가 프랑스 유학을 장학생으로 갔다왔다는 말을 강조한다 "대단하시군요" 하며 듣고 의학서적이야기도 자주한다 구체적으로 하는것보니 젊은날 잘 나갔던것 같은데 지금 행색으로보나 뭐로보나 한마디로 말할다면 쫄딱 망한사람 같다 페지줍는 노인들보다 행색이 더 초라하고 허연머리는 며칠을 안감았는지 흩트러져있고 얼굴은 씼었는지 어쨌는지 쌔까맣고 꽤좨좨하다 두다리를 뻗은것도 피곤해서 인것 같은데....


"그럼 지금은 뭘하시는지요? 혹시 명함이라도 있으면????"했더니 명함은 없단다

그러면서 계속 말을 이어간다 뉴욕도 있다왔고 주로 프랑스에서 살았단다 이분은 내가 프랑스란 나라를 전혀 모를것같이 보였는지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가면 뭐가 좋고...  

 

경노당은 안간단다 왜냐면 수준차이가 나서 말을 못하겠다고 그것도 안물어봤는데 스스로 말한다

계속 끄덕이며 듣는중인데 갑자기 "왜 이렇게 말을 못알아 듣는거야? 불어로 말해야 알아듣겠어?"하며 고함을 친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죄다 일어나서 다른데로 간다


기가 막혀서...

시간이 있어 자기말을 그래도 들어주는 중인데 갑자기 화를 내다니 솔직히 이런 거의 거지차림의 노인하고 사람들이 말을 잘 섞지 않으려한다 들어주기는 더욱 안한다 잘 듣는 중인데 왜 저러지 하며 "잘 들었어요"

하며 내 갈길을 갔다


음악회는 길지않게 하고 끝났다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봤다 "내가 뭘 잘못해서 잘 들어주고도 욕을 먹지!" 오샌 어쩐일인지 잘하려고 할수록 일이 꼬인다 우리말에  '잘해주고도 욕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잘하려고 할수록 더욱 힘들어지는것은 무엇인지 '기도' 할수록  힘들어지고 이상한 일도 일어난다


그 노인은 한때 잘나가던 사람인것은 분명한데 지금은 그야말로 행색이 아주 초라한 노파가 됐다

그래도 말하는것을 잘 들어주고 가끔 질문도 하고 그랬는데 그분이 볼때는 내가 자기란 사람을 긍정하지 않는것처럼 보인것 같다 칭찬하고 거듭 칭찬하고 아주 대단하다며 해야 하는데 그냥 "잘하셧어요 대단하십니다" 정도로만 했다 그게 못마땅해서 자기를 안 알아주는것 같아서...


인간은 누구나 잘난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현재야 어떻든 과거에 "나는 이런사람이었어!" 하는것을 남녀노소가 그렇다

그래도 그사람은 이야기거리가 있어서 좋겠다마는 아무리 좋은말이라도 자기자랑이 심하면 한번은 듣지만 두번은 안듣는다  그래도 그런 추억을 안고 그분은 살것이다

건강해서 잘 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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