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0.01.09 00:28 종합 27면 지면보기
[홍성남 신부의 속풀이 처방] 웃음의 효능
암세포 공격할 NK세포는 / 웃을 때에 가장 활성화돼 / 종교의 영성만큼 긴요한
웃음으로 몸·마음 건강을
오랫동안 영성의 본질을 찾아다녔다. 나이 육십 중반이 넘어 알게 된 건 영성의 수준은 웃음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는 웃음에 인색한 편이다. 주님이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셨는데 우리가 웃고 떠들 수 있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오래전 수도원에서 독을 바른 유머집을 보다가 죽은 수도자들에 대한 영화까지 나왔던 이유일 터다. 그러나 아무리 기도를 많이 하고, 기적을 일으키고, 설교를 잘해도 웃음이 없으면 신경증자일 뿐이다. 그래서 어떤 영성가는 성경과 유머집을 꼭 같이 보신다고 한다.
웃음은 심리적·신체적 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우연히 의사 이타미 니로의 글을 읽다가 무릎을 탁 쳤다. 그는 웃음이 사람의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사람의 몸에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Natural Killer cell)가 있는데, 이것이 활성화될 때가 바로 웃을 때라는 내용이었다
.
영성과 건강 모두에 영향을 주는 웃음의 방법에 대해 설명해 보려 한다. 웃음은 몇 가지로 등급이 나뉜다. 가장 낮은 단계의 웃음은 억지웃음이다. 별로 웃고 싶지 않을 때 웃는 웃음. 언젠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분이 “거울 좀 보세요” 하셨다. 거울 속 웬 영감이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 게 보였다. 에고, 이게 내 얼굴인가.
그 다음부터 웃고 싶지 않을 때 억지웃음이라도 웃으려고 노력한다. 이타미 니로 박사에 의하면 억지로 웃어도 NK세포는 활성화된다고 한다. 억지웃음의 효과를 톡톡히 본 사람이 있다. 100m 단거리 세계챔피언 칼 루이스, 경기 중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80m에서 그는 항상 웃었다. 그 모습을 본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자기도 힘들지만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으면 근육의 긴장이 약간 풀려서 억지웃음을 짓는다고 했다.
두 번째 웃음은 얼굴만 웃는 웃음, 그냥 웃는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다니는 분들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포르투갈 파티마는 성모 발현지로 유명한 곳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지다. 몇 해 전 신자분들과 이곳을 찾았다.
순례를 마치고 다음 행선지로 가야 하는데 몇 분이 안 보인다. 저만치서 어떤 외국인 할머니 수녀님의 손을 그분들이 놓지 못하고 있었다. 웃음 짓는 할머니 수녀님의 모습이 천사처럼 보였다. 웃음은 사람의 얼굴을 아름답게 만든다. 물론 웃음이 통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러시아 순례 때의 해프닝이다. 러시아 기사가 식당에서 계속 나를 노려본다. 왜 저러지? 가이드에게 물으니 러시아 사람들은 웃으면서 다가오는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 경계한다고 한다. 계속 웃고 있는 내가 그 기사의 경계심을 부추겼던 것이다.
세 번째 웃음은 파안대소다. 억지웃음이 입만 웃는 것이고, 그냥 웃음은 얼굴만 웃는 것이지만 파안대소는 폐까지 웃는 것이다. 이 파안대소를 김영삼 대통령의 주치의셨던 분이 ‘내면의 조깅’이라 칭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운동을 못하는 분들에게 파안대소를 권한다. 파안대소만 해도 폐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웃음은 박장대소다. 손뼉을 치고 발 구르면서 웃는 웃음. 웃음 중 최고의 웃음인 박장대소는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갖게 해주는 최고의 명약이다. 어떤 분이 넌지시 이런 말을 던지고 간다. “신부님 성경에 ‘너희가 어린아이처럼 웃지 아니하면 하늘나라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아시나요.” 그러고는 웃음은 요일마다 의미가 있다고 하셨다.
월요일은 원래 웃는 날, 화요일은 화나도 웃는 날, 수요일은 수시로 웃는 날, 목요일은 목 메이도록 웃는 날, 금요일은 금방 웃고 또 웃는 날, 토요일은 토할 때까지 웃는 날, 일요일은 주일이기에 주구장창 웃는 날이라고 해서 배꼽을 잡았다.
웃을 때는 걱정근심하지 않는다. 웃을 때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웃을 때는 그냥 즐거울 뿐이다. 그래서 심리치료에서는 웃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의 시간이며 웃음이 어떤 약보다도 명약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2020년 올 한해 늘 웃음으로 보내며 마음과 몸의 건강을 지키시길 기도한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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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라도 웃는게 좋다는데 그것도 젊을때 이야기지 나이 먹을수록 웃음은 점점 사라진다
나도 잘 웃지 않는 스타일, 웃지않고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은 화난줄 안다 그래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 산다 이것도 고욕이다
젊은날엔 그런대로 웃었는데 내가 언제 가장 웃었나 기억해보니 어려서도 아니고 학교다닐 때도 아니고 고교졸업하고 비록 아프기는 했어도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신나게 쑈보러 다니고 한 몇년 안되는 시절였던 같다
웃음은 가정에서부터 웃어야 한다 내가 왜 웃음이 없어졌나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웃어본적이 별로없다
요새 우리본당 두분이 왼만해서 웃지 않는데 그걸보며 생각한다 "억지로라도 웃음띈 얼굴로 다녀야겠다"라고, 엄숙한 얼굴이 좋은 얼굴은 아니다 길가다 누가 쳐다보더라도 실실 웃어야겠다
웃음은 만병통치라는데 누가알아! 억지로웃어 가뜩이나 몸이 아푼데 억지로라도 나을지^^
"밴드에 카페에 또 중앙일보에 좋은 글을 써주시는 신부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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