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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김장,김치

며칠됬다 누가 유기농채소라고 하면서 약간 덜 자란 배추를 준다 배추라고 하기엔 좀 어리고 속도 차지 않았는데 모양새는 일단 배추다 더 준다는데 들고 오기 힘들어 들을 수 있을만큼 가져왔다 어린배추 일수록 일찍 시든다

그날로 다듬어서 씼고 절이고 양념은 거의 집에 있는데 아예 이걸로 겨울나려고 갓 한단과 무 1개를 사왔다

 

청갓 너무많아 다 넣지 않았고 무는 단맛이 강해서 석박지처럼 그냥 썰어넣었다

동료들은 찹쌀가지 주면서 찹쌀풀 쑤어 넣으면 좋단다 일단은 받았지만 난 항상 밀가루 풀을 쑤어넣었다 김장은 보통 풀을 안넣는것으로 아는데 워낙 얼마 안되니 맛있게 담그라며 잡쌀도 주는데

 

밀가루 풀은 다 식지 않아도 된다 헌데 참쌀풀은 한참 끓여야되고 식혀야되고 혹 식혀서 넣는다해도 믹서에 갈아야되고해서 안넣다고 했더니 준사람이 웃으면서 믹서에 안갈아 넣어도 김치에서 저절로 삭는단다 그걸 이제서야 알았다

실지 김치 먹을때 다른 반찬도 마찬가지 반찬에 밥알이 있거나 하면 기분 안좋다 김치에 밥알이 동동 굴러다닌다면...생각만 해도 끔찍

 

그런말을 했더니 주의 사람들이 배곱을 쥐며 웃는다

여기선 쉽게 말하지만 그날 진짜로 죽는줄 알았다 이젠 점점 어려운 일을 하기 힘들어진다

그 옛날에 백포기씩 어떡게 했을까

지금은 보통 3~4가족 있어도 20포기 정도한다 그것도 절인것 택배시켜서 한다

 

요새 재례시장을 가끔 가는데 동네가 워낙 그래서 그런지 노인들이 많고 배추포기를 제법사간다 고추도 건고추 빻지도 않은것을 사갖고 빻아가고 마늘도 통채로 사고 속으로 "저거 누가 다하지!"

 

중년들도 있어 같이 말하니 자기들은 대부분 사다먹는다고 한다 아님 절인것 사오고 그럼 배추 몇포기는 왜 사가냐고 물으니 며느리 해주려고 한다고 내가 볼땐 며느리보다 아들 먹이려고 하는것 같다

 

암튼 배추가져온날 죙일 다듬고 씻고 절이고 무썰고 우거지 골라서 씼고 삶고 실파 다듬는데 허리 나가는줄 

대파 몇개사서 하는데 아줌마들이 실파도 줬다 실파가 맛있다고

저녁 10시에 끝마쳤다 주방도 좁아 치워가면서 해야한다 특히 설거지 통은 더 적어서 뭣을 할때마다 속상하다

 

그래서 이번 공공임대에 꼭 당첨되어야 하는데 거긴 여기보다 넓을것  여기도 그렇게 좁지는 않은데 난 꼼꼼하지못해 널어놓고 김치담고 널어놓고 무얼한다

여기 사는데 김치담는사람 아마도 나 밖에 없을것 대형할인마트 시키는 사람도 나만 있을지도

그래서 그런가 처음와서 주소대며 배달시키니 잘 모른다 지금은 하도시켜서 직원이 바뀌어도 잘만 찾아온다

 

김장철이라 그런가 하루가 다르게 생새우,굴,젓갈, 갓 등의 가격이 오른다

배추는 많이 내려갔다

양념이 남아있어 배추 두포기정도 생각했는데 날도 추어지고 다 귀찮아서 그만할 생각 예전같지 않고 한겨울에도 마트가면 김치있다

 

얼마전 슬쩍 봤는데 유네스코 2013년에 등재되었던 한국의 김장문화가 이젠 달라졌다고 들었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올해 배추수확이 좋지않아 김장풍경과 정을 나누는 풍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 이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김장하던 모습은 점점 없어지고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아마도 못볼지 모른다 아니 김장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찬바람불면 예전에 땔감과 먹을것 그중에도 겨우내 먹을 김장을 빼놓고 겨울을 말하기 어려운데 지금은 김치냉장고 나오고 가족도 적어지고 사철 김치나오고 그전처럼 김치도 많이먹지 않는다

유네스코가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김장문화를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것도 한국만이 가진  이웃들간에 일손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것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자칫하면 이젠 김장하는것도 추억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