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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4)과학과 신앙의 근본적 차이점1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4)과학과 신앙의 근본적 차이점1

사실에서 원리 찾는 ‘과학’, 계시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신앙’

상극처럼 보이는 과학-신앙
다른 방식으로 형성될 뿐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라는
동일한 출발점 지닌 쌍둥이

발행일2022-02-20 [제3282호, 14면]

세바스티앙 부르동 ‘모세와 불타는 떨기나무’. 과학은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사실들로부터 법칙과 원리들을 향해 간다면, 신앙은 위로부터 유일회적 계시가 떨어져서 우리 각자의 마음에 구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저는 지난번 글을 통해 과학과 신앙은 원래 자연에 관한 경외심이라는 동일한 출발점에서 나왔지만, 계몽주의 시기를 거치는 중에 과학과 신앙이 갈라지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렇게 한번 갈라진 과학과 신앙은 서로 화해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신론적인 성향의 과학자들은 신앙을 미신으로 치부하면서 무시하고, 신앙인들은 그러한 과학자들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지게 되는 악순환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과 신앙은 서로 갈라진 이후 왜 이렇게까지 사이가 벌어져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이제부터 설명해드리는 바와 같이 과학이 신앙과 상당히 다른 고유한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모두 신앙인들이시죠? 모두 가톨릭 신앙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과학만의 고유한 특징이 무엇인가를 우리 신앙과의 비교를 통해서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게 되면 과학의 고유한 특징에 대해서 훨씬 이해하시기가 쉽게 될 것입니다.

과학과 신앙의 성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를 이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과학은 먼저 자연 현상 또는 사회 현상에서 발견되는 경험적인 사실들을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러면서 계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을 하고, 그 데이터 안에서 재현성과 보편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발견되면, 그다음부터 데이터에 관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서 경험 법칙과 원리들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과학은 발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경험적 사실들로부터 시작해서 고차원의 법칙과 원리를 향해 가는 방향으로 과학은 발전합니다.

그런데 신앙은 과학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냥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어떤 절대적인 존재로부터 단 한 번 있는 계시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집니다. 모세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모세는 자신이 속한 민족인 히브리인들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미디안 사람들과 같이 양이나 치면서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저쪽에 있는 떨기나무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모세야, 모세야” 하는 소리에 그쪽으로 가봅니다. 갑자기 얼토당토않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너는 내 백성을 이끌고 약속된 땅으로 들어가라.”

이렇듯이 어느 누구도 이전에 경험해 본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경험할 수 없는 오직 모세만이 경험하는 유일회적인 계시가 그에게 주어집니다. 사실 어떤 한 사람의 신앙 체험은 역사상 어느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 사람만의 경험인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평생 동안 딱 한 번 그 사람에게 그 시점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절대자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일회적 계시가 하늘로부터 뚝 떨어지면 그다음부터 모세는 자신에게 고유하게 주어진 그 계시 내용을 곰곰이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가? 혹시 내가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들은 것은 아닌가?’ 그렇게 분석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이 계시 내용과 자신의 과거 경험들을 비교하게 됩니다. ‘내가 어렸을 때 나의 어머니께서 ‘야훼 하느님이라는 분이 계신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분인가? 진짜 내가 내 백성을 이끌고 가야 되나? 내 형님 아론을 만나서 이 계시 내용을 전달해 줄 때 뭐라고 해야 하나?’ 등등. 그러면서 자신의 삶의 경험과 이 유일회적 계시 내용을 비교해 보면서 이 내용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고 이 계시 내용을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에는 신앙을 받아들이고 그 신앙의 내용에 따라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이 신앙은 하늘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나중에 나의 마음 안에서 내면화되는 과정을 거쳐서 신앙이 더욱 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하늘로부터 아래의 인간에게로 떨어지는 방식을 가집니다. 신앙은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아주 예외적인 사건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과학과 신앙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 수 있게 됩니다. 과학은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사실들로부터 법칙과 원리들을 향해 간다면, 신앙은 위로부터 유일회적 계시가 떨어져서 우리 각자의 마음에 구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과학과 신앙은 서로 상극(?)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상극인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과학과 신앙은 둘 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라는 엄마로부터 함께 탄생한 쌍둥이”이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조화롭게 수용하는 것이 바로 21세기 현대 과학 시대에 걸맞은 신앙생활일 것입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