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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사제직이란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사제직이란


죄에 집중된 병적 죄책감 벗어나
신앙의 참된 기쁨 찾을 수 있도록
신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직분
교회가 신자들의 짐이 돼선 안 돼

발행일2022-06-26 [제330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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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는 오랫동안 두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죄 짓지 말라’와 ‘성인들처럼 완전한 자가 되라’는 두 가지. 물론 이 두 가지는 복음에 근거한 것이기에 틀린 내용은 아닙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간과됐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사람들이 그런 종교적 목표에 어느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알려고 하지를 않았습니다. 사람 마음의 여러 가지 변수들, 허약함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군인들처럼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기에 급급했습니다. 심지어 그로 인해 생긴 신경증 증세들을 믿음이 약한 것으로 치부했고, 심리적 부작용들을 은폐하거나 ‘영적 포장’조차 했습니다.

신앙생활이 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경우, 병적인 죄책감을 비롯한 신경증적인 증세들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구원불안증 같은 종교적 우울증이나 완전강박증 같은 증세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종교에 대한 식견을 가진 심리학자들에 의해 이미 지적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신경증적인 신앙생활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엄격하고 잔정 없는 부모 마음에 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애쓰는 아이들을 연상하게 합니다. 부모가 어린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자식들의 행복일 것입니다. 그래서 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애씁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가장 중요한 행복보다는 죄를 강조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습니다. 물론 죄를 짓지 말 것을 강조하는 것은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복음의 산상수훈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강조하신 것을 생각해본다면 가치순위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우리 교회가 신자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주면서 종교적 지배 욕구를 채우려고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오랜 세월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온 교우분들의 마음상태는 처절하게 보이기조차 합니다.

사제들은 신자들을 죄인을 만드는 직분이 아니라 행복감을 안겨주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내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시기에는 위로와 격려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가뜩이나 무거운 인생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워주거나 교회가 신자들의 짐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신자들은 사제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만약 신자들이 사제를 보고 불행감, 두려움을 느낀다면 사제직분 뿐만 아니라 사제로서의 인성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이 가까이 가는 사제, 신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사제가 참사제입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