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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어르신들을 모시고

 

사당동서 노인들을 모시고 우리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첫날은 바뻐 참석하지 못하고 1주일에 두번있는 목요일에 참석했다 아침도 점심도 못먹고 부지런히 지하철을 탔다 요즘은 시간없어 밥을 굶는다 커피 두잔은 오전에 마시고 전철을 기다리며  율무차를 마셨다 사당동 가면 쫄쫄 아무것도 없고 서너시간 지나야 하니 그때까지 버틸러면 이렇게라도 해야한다

 

도착하니 노인들은 앉아있는데 아직도 준비중이다 어르신들은 가만히 앉아있다 이런걸 미리 좀 해놓고 시간 딱 되면 바로바로 하는걸 선호하는 나는 어디가서 준비가 덜 되어있으면 10분 쯤 기다리다 자리박차고 나온다

"준비도 안해놓고 말야"

 

 내가 보니 좀 답답하다 우리도 처음하니 그렇고 장소도 그렇고 또 무료인지라 ...

암튼 준비가 다 됬는지 사회자가 오늘 강의 할 강사를 소개한다  오늘의 강사는 현직에 있는 교수다

나는 누구며 이름대고 나이대고 어디살고.....

 

어르신들 나이를 듣더니 너무 젊어보인다고 .. "머리를 아줌마들처럼 뽀글뽀글 하지않고 생머리처럼하고 다녀서 그렇것 같아요" 하며 오늘의 주제는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이다 ppt 띄우고 풀어내기 시작한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말도 잘한다 교수라고 다 말을 잘하는것은 아니지만 이분은 워낙 오지랍도 넓고 ....

 

한쪽에는 나보다 먼저온 뚱뚱한 남자분이 차를 준비한다 한명도 커피를 안먹는다 전부 녹차 아니면 둥글레차다 쟁반도 없다 차가 먼저 나가고 군것질거리는 그냥있다 나도 뒤쪽 한구석에서 듣는데 어르신 중의 대표 되어뵈는 분이 간식거리를 돌리라고 주문한다 간식은 마트에서 파는 호떡을 등분해놓고 과자와 사탕을 준비했는데 접시도 없고 도대체 어디다 줘야하나 망서리는데 냅킨 비슷한것을 가져다 깔고 호떡은 각자 집으라고 하고 사탕은 돌렸다

 

한참 하는데 불렀던 사람이 또 부른다 한시간 반만 하기로 지난주에 합의를 봤으니 길게하지 말란다 사실 노인들에게 두 시간 강의는 너무 지루하다 그것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것을 젊은 사람들도 두 시간이면 지루하다 헌데 서울시에서 그렇게 하라고 한단다 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손뼉치며 노래하고 율동하는데 길들여져서 기가 막히는 강의가 아니면 긴시간 동안 들을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기가 막힌것도 두 시간이면 지겹다 물론 휴식시간은 있다

저번에 두 시간이 지루했었는지 90분만 하기로 했다고,  한참 강의중에 메모지를 전달했다

알았다고 하고 이분도 진짜 할 말은 적당히 하고 잡설을 자주한다 어르신들 지루해 할까봐이다

 

끝났다

 "안녕히들 가십시요" 정중히 인사를 하니 또 아까 그분이 한마디 한다 "다음 무슨요일 2시에 뵙겠습니다"를 해야지 왜 안하냐는 것이다 맞다 각자 여기저기 불려는 다니지만 우리단체가 주체가 되서 하기는 첨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첫날은 나만 빠졌지 거의 핵심멤버가 왔는데 오늘은 반도 안왔고 핵심멤버 두명이 바뻐서 얼굴만 비치고 가버렸다

 

 이런걸 만들려고 준비기간이 그간 거의 2년을 넘겼고 출자금도 내고 했는데 정작 문을 여니 시큰둥한다

고객은 안오면 우리만 손해다 어떻허든지 청중을 끌어들이고 잘 보이도록 해도 모자랄판인데 어째 ...

어르신들이 가면서 한마디씩 했을것이다 "뭔가 엉성하다"

 

우린 끝나자마자 사진을 카톡에 올리고 여기저기 보고하기 바쁘다 pt가 가끔 말을 안들었지만

강의는 잘했고 한분도 중간에 간 사람이 없어 좋았다고 떠들며 왔다 담주 목요일은 내차례인데 그때까지 어르신들이 와 줄려나 어쩔려나 첫날보다 인원이 줄었다고 한다 어째 차차 줄어들것 같은 기분이다

빨리가서 자료준비 해야겠다 5월에 하기로 했는데 한분이 준비가 안됬다며 내가 먼저하기로 했다


사진 몇장

 

 

 

간식거리도 이빨이 빠진것 같다

     현직에 있는데 참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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