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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현장을 가다

작년 평생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았던 중장년들 몇 명이 모여 단체를 만들었다 우리의 목적은 거창하게 말한다면 지구를 깨끗하게 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모든것을 저지하며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않고 단속하고 실천하기라는 다소 좀 거창하게 출발했다 이런것을 나이드신 어느분이 굳이 하겠다고 하셔서 이름 올리고 몇번 참가했다(실지 난 이런거 별로다)

그러다가 자원봉사부터 하자고해 어느복지관에서 상담활동가들이 필요해 몇번 교육받고 오늘 드디어 현장을 간다 

 

2인 1조인데 내 짝꿍은 오늘 일이 있어 못나와 나혼자 갔다  난 현장경험이 약간있고  어떻게 대할 것인지도 대략안다 처음 그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할것인지 교육할 때 사람들은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걱정 말아요 말하는것 잘 경청하고 칭찬하면 됩니다" 내가 말했다

부부가 한조가 되기도 했다 내가 질색하는것은  뭐를 안다고 잘 지껄이는 상담가를 싫어한다 노인들은 말 한해도 자기들 스스로를 말하기 좋아한다 더구나  아무나 찾아가는것이 아니고   원하는 사람한테만 가는것이다 

 

우리 팀원이 몇 명은 안되지만 그래서 얌전하고 차분한 어떤분과 같이 하자고 해 한조가 됬다 

나보다 앞선 노인들은 대체로 어려운 세월을 살았다 고생하고 힘들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자기가 겪은 삶을 말하고 싶어한다 또 나이가 들면 말도 많아진다 

 사람은 누구나 속에 담겨진 그 무엇인가를 쏟아내고 싶어한다

 차분히 들어주고 공감하고 수긍해주고 해야지 상담가가 디립다 이말 저말 늘어놓면 안된다

병원에서 환자방문 해서도 주도권이 환자에게 있지 절대 방문자가 가지면 안된다 아무리 재미난 이야기도 먼저 나서서 하면 안좋다 상대방이 우울하고 침울할 때 빼놓고는,  말하고 싶어하는 내담자가 시작해야 한다

 

오늘 소개받고 들어가서 인사하는데 나이가 상당히 많고 건강해뵈지 않는 분이다 누어있다 일어나서 말하기 시작하는데 말도 잘하고 앞쪽의 이빨은 하나도 없어 완전 합죽이가 됬다 깡마른 다리하며 고생한 몸체와 얼굴이 안스러뵌다 

장애아들하고 청년손자하고 셋이서  방 두칸짜리에서 산다 며느리는 세상을 일찍 떠났다 87살이라 하는데 나이에 비해 정신이 멀쩡(?)하고 잘 일어서지도 못하는데 아들, 손주 밥을 손수 해주고 반찬도 만들고 한단다  

"이 나이에도 아들 밥을 해 주세요?" 물으니 "내가 없으면 아들이 해" 

 

옛날 여자어르신들은 아무리 아퍼도 부엌을 기어가서 밥을 한다고 들었다 남자가 부엌에 가면 안된다는 ....

젊은날 50대의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는데 남편이 뻑하면 두들겨 패 못살고 나와 허름한 쓰러져가는 방에서 살고 아들들이 가끔씩 방문하는걸 봤다 이분 말씀이 그렇게 밤새 맞고 아침이면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그야말로 부엌을 기어가서 불 때고 반찬 만들고 해서 바쳤다고 말한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하는줄 알았단다

 

이 할머니는 남편은 없지만 아들이 60살이면 그다지 늙지 않고 스스로 밥을 할 수 있는데 성치 않은 어머님이 해준다 내가 보기엔 끝까지 자식을 돌보는 어미로써 밥을 하는것 같다 그래도 힘들다는 소리 안하고  절대 남의 흉을 안본다

신세타령도 거의 안한다 다만 늙어서 여기저기 아퍼 약을 많이 먹는것만 말한다

고생하고 살았고 현재도 상황이 그다지 안좋은데도 이분 꽤나 긍정적이다 가만 들어보니 젊은날 장사를 하며 우리나라 팔도강산 안가본 곳이 없단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싶은, 가고 싶은 곳을 그분은 이뤘다  

"어르신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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