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두번째 이야기
건망증은 누구나 조금씩 있지만 대체로 여자들이 많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을 비롯하여 중고생 대학생 젊은이들도 심심찮다
내 개인적 생각으론 순전히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 휴대폰, 컴퓨터, 등이 발달하여 그렇게 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예전엔 나도 전화번호 중요한건 외워두고 써먹었다 요즘은 한 개도 못 외운다. 그냥 손가락만 까닥하면 되니까…….
심지어 자기 집 번호도 생각이 잘 안나 끙끙거리고 헤맨다.
모든 건 저장했다 꺼내 쓰니 어렵게 외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역시 뭐든지 안 쓰면 퇴보 한다
현대사회는 너무 복잡다다하고, 할 일도 많고, 기계는 발달하고, 해서 건망증은 어린이들을 비롯해서 점점 심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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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의 예
•지금은 결혼해서 아기낳고 산다
원래 그 녀석은 여러 가지로 모범생이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말도 잘 듣고, 별로 크게 실수(?)도 없고 과묵하며 12 ~ 1시까지 스탠드 켜놓고 얌전히 공부하며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밥 먹고 조용히 학교 가는 스타일이다
고등학생 때 어느 날 가방을 안 매고 가는 것을 지어미가 보고 ‘오늘은 가방을 안 가져가는 날인가 보다’ 했단다.
조금 있더니 헐떡 거리고와서 한다는 말이 학교 가서 가방을 내려놓으려니 갑자기 어깨가 허전하더란다. 쏜살같이 머리카락 날리며 나라와 가방을 가지고 가더라는 것
군인이 전쟁터에 총을 안가지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사건은 지금까지 가문에 해자되고 있다
•우리언니 이야기 어느 날 무슨 모임에서 버스 2대를 빌려 지방에 내려가는 중이였다 중간에 쉬였다 가는 중에 앞차버스를 타려고 내렸다가 탔는데 어디서 많이본 얼굴들이다 ‘분명히 내려서 딴 버스를 탔는데 어찌된 일이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버스뒷문으로(정확히 옆문)내려서 앞문으로 도로 탄 것이다 사람들은 그 순간 “우! 하하하!! 김00씨 왜 도로 타요?” ‘이런 젠장’ 꼭 늙은이 행세를 하는 것 같아 우울했었다고? 순간기억상실인 것 같다 동치미를 오랫동안 안 담가서 담는 법을 잊어 먹은 적도 있고 마늘을 잘 찧어서 국에 안 넣고 쓰레기통에 버린 적도 많다고 한다. 주부들은 칼에 붙은 찌꺼기들을 바로 버리는 습관 때문이다 - - - - •나는 어떻고 아! 말시키지 마시라 버스타고 집에 가면서 가끔씩 안 보던 건물 나오고 길도 이상하고 ‘이차가 왜 평소 가던 대로 안가고 이 길로 가지’ 하고 보면 엉뚱한 차를 타고 간다 한, 두 번도 아니다 마트가면 무얼 사러왔는지도 몰라 엉뚱한 것을 잘 사온다 집에 와서야 생각난다. 큰일을 치를 때는 반드시 메모해갖고 가야만 한다. 건망증도 심한데다 머리가 나빠 팔다리가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물건을 손에 쥐었다하면 대체로 어디서나 놓고 온다 한참 오다가 손이 허전해서 보면 물건을 놓고 온다. 시장가서도 산 물건을 놓고 오기 일쑤다 그냥 핸드백만 메고 얼마쯤 걸어 오다보면 손은 비어 있다 다시 되돌아가서 찾으면 다행이지만 못 찾을 때도 있다 이럴 땐 정말 속상하다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인가 1교시 끝나고 화장실에 가려고 신발을 찾는데, 그 당시는 신발을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고 교실에 들어갔다 아무리 찾아도 신발이 없는 것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큰일 났다 아무거나 신고 갔다 와서 일단 교실에 앉아서 좋은 신발도 아닌데 내 신발이 왜 눈에 안 띈 건지 아무래도 이상하다
‘집에는 어떻게 가지’ 부모님한테 혼날 생각, 형편도 어려운데…….어렸지만 별별 생각을 해가며 다음 쉬는 시간에 제일먼저 총알같이 튀어나와 신발장을 보는 순간 갑자기 ‘아! 엄마가 새신을 사주셨지!’ 그제야 생각이 나는 것이다
어린나이인데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기서는 간단히 쓰지만 그때 그 순간 얼마나 마음속으로 속을 태웠는지 모른다 그다음부터 부모님이 신발을 사주시면 꼭 그 일을 떠올리며 그런 일은 더 이상 없었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메모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