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자식은 영원한 짐

메르스 때문에 우리나라는 난리다 요새 지하철 낮에 타면 한칸에 대여섯명 정도만 탄다 북적거리던 재래시장도 한산하고 모든 행사는 대부분 취소됬다 도서관도 당분간 휴관한다 매주 하루 시니어들을 찾아뵙는 자봉도 당분간 휴업이다

마지막 청강을 하러 강남성모병원을  거쳐간다 평일은 언제나 북적북적인데 사람들 거의없고 피아노도 치우고 많은 장식들을 걷어버려 아주 을씨년스러웠다

 

뉴스는 연신 오늘도 몇 명 정도가 감염되었다고 발표한다 친구들은 카톡으로 이러이러한 방법을 알려 예방하라고 보내오고 나도 따라서  잡동사니 같은 글을 보내줬다

이 균은 아직 백신이 없다 인류는 오래 사는데 새로운 신종의 바이러스들이 자꾸 생겨난다 그렇다고 사람들은 중세의 페스트처럼 한꺼번에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역시 의학의 발달과 위생관념도 좋아졌고 물도 맑아졌고 영양면에서도 훨씬 예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

지난번 시니어를 방문했을 때 할머니는 안계셨다 다리가 안좋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어디를 가셨을까 할머니는 핸폰을 안가져 소식도 알 수 없다 우리들은 그냥 돌아와서 일지만 쓰고 왔다

그담에 갔다 아들하고 대화를 하고 있다 우리가 가니 아들은 자기방으로 들어간다  "어르신 저번에 어디가셨었어요? 아무리 두드려도 또 두번씩이나 왔었습니다"  어르신 자연스럽게 속상했던 일을 털어논다

 

집에 있었는데 아무도 맞고싶지않아 문을 잠그고 그냥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 속상한 일에 혼자 가만히 있고 싶었던것이다 

큰 아들이 배를 가르는  큰 수술을 했다 딸도 알고있고 손주들도 형제들도 서로 다 알고 있었는데 어르신만 몰랐다는것에 너무 분통터지고  화가나 며칠간을 아무말도 안하고 끙끙 앓고 계셨던것이다

"이 에미만 빼놓고 지들끼리만 알고 있었던 것이여!"   그것도 화나지만 더욱 속터지는 일은  아들이 큰 수술을 한 것에 어머니는 어쩔줄을 몰라했던것이다 혹여 당신보다 먼저가면 어쩌나 하는 맘에....

 

큰 아들은 장애자다 아들 하나 낳아놓고 40대의 나이에 부인은 일찍 죽었다 이런것을 보는 부모마음은 좋을리 없다  아들은 환갑이 훨 넘었고 겨우겨우 살아가는데 수술까지하니  연로하신 어머님이 아시면 걱정을 끼쳐드릴까봐 자식들 나름대로 '쉬쉬' 하다 들통 난 것이다

"어르신이 알면 괸히 걱정만 드릴것 같아서 알리지 않았을거예요" 하며  그분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왔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커도 자식이고 걱정거리이고 짐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더 그렇다 

고인이 되신 문익환 목사님 생각난다 그 분이 70 나이였고 어머니는 90살 였을때 아들이 알다시피 민주화 운동을   하셨던 분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70먹은 아들더러 "얘야 차조심 하거라!" 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 할머니도 당신도 걷지 못하고 뼈만 앙상히 남았고 이빨도 없어 씹지를 못해 밥을 물말아 훌훌 김치국물에 그냥 먹는다고 한다 나의 짝궁은 인정이 많아 살살녹는 카스테라빵, 이번에는 쌀 튀긴것을 한봉지 드렸다 심심할 때 tv보면서 한주먹 입에 넣으면 그냥 녹는 것이라며 드렸다   이상하게 이분의 자식들이  전부 장애가 됬다  딸은 공부를 잘해 고등교육까지 받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다 결혼했는데 잘못되었고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은 요양병원서 사는 신세다

 

 평소 어르신은 명랑하다 친구들과 술도 잘 마셨고 싫은소리 안하는 편인데 큰아들이 수술을 하니 겁이 덜컥 난것이다 할머니는 낼모래 90이다 잠이 통 안와 밤새  뜬눈으로 샌다며 잠이라도 잤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뭔가를 깊이 골똘히 생각하면 잠은 저만치 달아난다 나이는 많지만 속이 깊어 자식들 걱정에 밤을 새우는것이다

"자식들도 이제 나이도 많고 하니 그만 걱정하시고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할거예요" 해도 부모맘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에그~~

내 파트너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자식은 영원한 애물단지고 짐이야!"

 

얼마전에 어디서 조사를 한적이 있다 우리나란 결혼도 잘 안하지만 결혼해도 아이를 안낳겠다는 또는 하나만 낳는다는것이 많았는데 첫째 이유가 자식한테 많은 에너지를 쏟는것이 싫단다 그것을  부모한데 보고 자랐던것

자기들 부모들만큼 할 능력이 없단다 나를 개발하면서 즐겁게 살지 온통 자식에게 매달려 살지 않겠다는 논리다

 

어르신  :  "빨리 죽어야 할텐데...오래 살아 걱정이야!"     "그런 소리 마세요"

하고 나왔지만 앞으론 정말 저런소리 진짜로 하는 노인들 많아질 것이다  고령화는 축복이 아닌것이다

어르신이 돌아가실 때 까지라도 제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않고 평혼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나저나  이놈의 메르스 빨리 추방되어야지  뒤숭숭하고 나도 곧 평창으로 이박삼일 가는데 취소 될가봐 걱정이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LETS  (0) 2015.06.17
무사히 마치고  (0) 2015.06.13
더 콘서트  (0) 2015.06.06
찾으면 있다  (0) 2015.06.06
도전하라  (0) 201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