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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어떤 젊은이

9월도 벌써 중순으로 들어선다 눈 뜨면 하루간다 복지관 자봉도 한학기를 한셈, 올해는 메르스땜에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고 특히 방문 같은것은 되도록이면 안해 우리도 한달간이나 자봉을 쉬었다 그러다가 9월달이 되자 바로 시작하여 지난주까지 두번째 했다

 

우리팀의 어르신은 나이는 많은데 정신이 멀쩡(?)하고 말도 잘하시고 기억력도 좋다 아마도 당신이 그래서 더 고민많고 밤에 잠을 못이뤄 힘들어한다

어르신은 술을 좋아해 2인 1조인 우리팀의 누구는 꼭 술을 사갖고 간다 방문자는 원래 이것저것사다 주는것이 아니라고 내가 첨부터 슬쩍 말했건만 이분은 태생이 그런지 남 뭘 주기를 좋아한다 뜨개질도 잘해 예쁜실로 설거지 할 수 있는 수세미를 만들어 자봉하는 우리들에게 나눠주곤한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 술을 내놓으며 상을 피려니 피지말라고 한다 쬐그만 상을 펴서 안주도 내놓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랬는데 손주가 술먹는것을 싫어한단다 그래서 신문지펴고 안주 내놓고 잔에다 먹었다 실지 상만 안폈을뿐이지 먹는것은 똑같다 어르신의 이야기는 끝이없이 나온다 기억력도 좋아서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야기를 이빨도 홀랑빠진분이 잘 하신다

 

실제 어르신들은 아무도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것이 외롭다

둘째 아들하고 27살 먹은 손주하고 셋이서 13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서 산다 둘째 아들이 말을 못하는 즉 벙어리다 며느리는 아들하나 낳고 40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며느리도 아들처럼 말을 못했다

우리는 오늘 첨으로 손주의 뒷태를 봤다 우리가 갔는데 항상 없었다 오늘은 야간일을 나가는 날이란다 복지관에 손주가 볼 일 땜에 나가면서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도 안하고 나간다

할머니가 은근히 손주의 눈치를 보는것 같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손주가 할머니랑 이렇게 오랜시간 같이 살면서 말을 한마디 겨우 할까말까 그것도 할머니가 먼저 붙히지 생전 말을 안한단다

 

"아니 밥 해놓고 먹으라고 불러야 할때도 대답안해요?" 거의 회사에서 먹고 집에서 먹으라고 하면 말없이 나와서 밥만먹고 들어간단다

손주가 할미한텐 그래도 지애비한데 잘해서 좋다고 하신다 ​

할머니 이렇게 아들과 손주랑 살면서도 전혀 말할 상대가 없는것이다 다리가 아퍼 복지관 내려오려면 오랜시간 걸려 거의 못오신다 이러니 경노당도 못가고 주의 이웃과도 왕래를 못한다 아파트근처엔 비슷한 어르신들끼리 모여 담소하는걸 보는데 ​제대로 걷지를 못해 안타깝다 그래도 집안에서 아들 밥 해주고 여전히 김치담고 뭉그적거리면서도 반찬도 잘담고 집안도 깨끗히 청소한다

 

집은 어렵고도 장애인이 살아 동사무소나 단체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집안청소하러 우리보다 더 나이먹은 사람들이 온다 ​청소하는 사람이 오는날 일부러 깨끗히 쳐놓고 일 못하게 하고 이야기만 하고 간다 그렇게 하는것은 그런사람들 힘들까봐 그냥 놀다가라고 한단다 딴데서 힘들게 일하고 올텐데 여기서는 하지말라고 한다

그 사람하고도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한다 어르신은 무척 고독한 것이다

 

손주가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도없고 하는것은 아마도 부모님이 다 장애자이고 어렵게 살고 ​하니 말이 없어진것 같다 부모가 아이를 기를 때 아이가 듣던 안듣던 부모들은 말을건다 "우리 누구 훌쩍컷네! 많이먹어!" 뭐 이런말을 보통하는데 이 부모들은 서로 말을 안하니 아이도 말을 잘 안하고 그게 고착이 된것같다

"그래 나는 너를 이해한다" 속으로 말하며 그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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