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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어떤 푸념

엊그제 언니네를 방문했다

추석이나 설 지나면 으례히 방문한다 서로 안부도 묻고 과일이나 음식도 나누고 한다

요번 추석에 형부가 5일이나 쉬었다 일선에서 벌써 퇴직을 했지만 기술이 있어 평택의 어느회사에서 아직도 일을 한다 정규직은 물론 아니다 언제라도 짜를 수 있는 자리지만 몇 년째 끄떡없이 일한다 ​

​자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이번에 너의 형부 닷세나 쉬었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삼시세끼 밥 차려줘야지 심부름 일일히 해야지! " 하며 생전 안하던 말을 한다 요새 흔히 말하듯 삼식이다 ​

언니도 이제 나이를 먹나보다 다른사람들은 몰라도 언니한테는 그런말 한마디도 여지껏 못들었다 ​

남자들이 퇴직한 후 집에만 있으니 아내가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밥차려줘야지, 심부름 일일히 해야지, 집안일은 하나도 도아주지않지, 잔소리하지, 이러니 여자들이 차라리 남편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삼식이니, 일식이니, 간나새끼니, 하는말이 지금도 돌고 있다 이런것을 이제서 언니가 실감하는 것이다

그런데다 형부가 올 여름 휴가때 무슨 수술인지 아주 커다란 (중환자실도 들어갔다고 한다) 수술을 거금을 들여가며 했단다 다행이 수술은 잘되고 앞으로 딱 1년만 더하고 그만둔댄다 힘들고 다리가아퍼 더이상 하기힘들다고 한다

언니도 그걸알고는 있다 내년이 자동차할부금이 아마 끝나는대로 회사도 그만다닌다고 이미 선포를 한것같다

언니도 형부가 너무 불쌍하다며 그만다니라고 할것이란다

"아니 퇴직하면 맨날 하루죙일 같이 있을것아냐​?" 했더니

시골로 내려가서 둘이 텃밭을 일구며 사는것이 꿈이란다 삼시세끼 해줘야 될것은 마찬가지다 ​ 그랬더니 시골생활은 좀 다르단다 방도 따로 쓴댄다

형부는 원래 스스로 뭘 하기를 좋아했는데 직장생활 오래하며 어느날부터 아무것도 안하고 토요일 들어오면 티비만 본다

그 꿈을 꾸며 둘이 그냥저냥 산댄다 형부성격이 워낙좋아 언니말을 잘 듣는편이다 자기밥 정도는 차려먹는 성격이다 지금이야 일을 다니고 몸도 안좋아 꼼짝도 안하지만....​

주말부부라 월~금까지는 언니는 만판이다 형부가 퇴직하고 바로 취업되어 평택으로 갔을 때 언니는 살판났다 신나게 혼자 여기저기 쏘다니고 자기할일하고 00의 전성시대라며 친구들도 만나고 사람들이 몹씨 부러워했다

토요일날 반찬 만들어놓고 기다리다 오면 일요일 저녁에 다시 올라간다

혼자 있다보니 밥을 덜 먹게되서 허리가 날씬하게되어 옷을 죄다 줄여입었다 본인도 살이 빠진것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요번 닷세동안 같이 밥을 먹고 간식먹고 하니 그만 며칠동안에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 버린것이다

겨우 닷세동안 같이 있는것이 힘들게 느끼는 나이가 되버린것이다 ​수술까지해서 손가락 까닥안해 힘들었단다

내가 아는 형부는 상당히 가정적이다 말이 좀 이상하지만 부인말을 듣는편이다 자식들도 부부싸우는것 여지껏 못보고 큰소리 한번 치는걸 못보고 자랐다 살림도 잘 도와줬다 심심하면 부엌에가서 무슨 음식인지 대충만들어와서 나도 같이 먹은적있다 이런 형부가 늦게까지 일을 하다보니 집에오면 피곤해서 아무일도 안하는 것이다 ​

언니도 몇 년 동안 혼자사는게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손님같은 남편이 며칠간 있어 자기도 힘들게(부부는 동갑)​느껴진 것이다 혼자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맘대로 살기때문에 간섭도 싫어하고 누가참견해주는 것도 싫고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해주는것도 싫다 그방면에 오래 길들어져있었기 때문이다 노예들이 오랫동안 노예생활을 하면 그 생활에 길들여져있드시

남자들이여? 부디 은퇴하면 일일히 잔소리 해가며

"물 갖고 와라 재털이 가져와라 간식먹자" 요런소리좀 덜 해야 한다

한끼 정도는 자신이 차려먹을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안하면 아내들이 당신을 싫어하게 된다

아내들도 오랫동안 현직에있다 온 남편을 이제 더이상 돈 못벌어 온다고 너무 구박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여기다 일일히 쓰지않아도 다 알것이다 ​ 죽을 때가지 서로 협조하는 정신으로 살아야 덜 부딧칠 것이다

참 힘든세상이다 이게 다 고령사회가 되어 인간이 오래살다보니 그런것이 아닌가 씁쓸한 생각을 해본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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