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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정신줄 놓다

요사이 정신이 아주 나가 버린것 같다

며칠전은 모임이 있어 나갔는데 하도 오랫만에 만나 그동안 안부와 더불어 00금 반환이 어떻게 됬냐고 물었더니 "벌써 들어왔는데.." 전부들 왔댄다 "난 못봤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집에와서 통장을 찾으니 없다 재발급 받으려면 토욜이라 월욜까지 기달려야 한다

밤에 잠도 안온다 환급받으라고 문서를 각자 보냈다는데 왜 나만 모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전혀 기억이 안나는것이다

 

일요일도 죙일 온집안을 이잡듯이 뒤졌는데도 통장이 안보인다

월요일 아침 되자마자 피부과도 가고 은행도 들려야지

피부과 가니 역시 사람많다 30~1시간 기다리는건 보통이다 이번에는 빨리 부른다 오랫만에 왔다고 인사나누고 상태를 말하니 일주일치만 약을 지워준단다  "아니 한달치 줘야죠?"   저번에 5일치 했으니 요번에는 7일치만 준다고  "저 여름내내 약 먹었어요!"  하며 전신마비 동생 인하대병원으로 약지러가는데 과장의사 차트를 보니 반신마비라고 적여있어 그걸 지적하고 왔다는 이야기까지 늘어놨다

의사분들도 그렇게 정신 없을 때가 있다고까지 말하며...

 

피부과 담당의사는 그래도 저번에  분명 너무 아프다고 해 5일치를 줬는데 이번에 오랫만에 왔다며 여름을 잘 넘겼다는 말까지 한다  주사맞고 약 지으로 내려와서 확인했다

"저번에 제가 몇 일치를 지었나요?"     "5일치 입니다"

 

'그렇다면 여지껏 먹은약은 뭐란 말인가?'

약을 받아들고 곰곰 생각해봤다  여름내 먹은약은 어디서 났지! 

 

"가만!?" 

봄에 한달치를  지었는데 습진이 심해  중간에 약을 다시 지으러 가고 그게 남아 가끔씩 먹은데가 6월초부터 치과치료를 하며 진통제를 가끔씩 먹었는데 그만 그것까지 포함하여 여름내 평소처럼  약을 먹은것을 착각했다  또 유산균도 먹는다  집에 오면서 생각하니 부끄럽다

의사는 겉으로 말을 안해서 그렇치 속으로는 "저 사람이 나이가 먹더니 이제 정신도 오락가락 하는군" 했을지도 모른다

 

은행가서도 받아보니 7월달에 제대로 와 있는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직 한국인의 평균수명 살으려면 20년도 더 남았는데 큰일이다 벌써부터 이렇게 정신줄을 놓고 다니니

 

주전자에 커피물 끓이는데 하도 태워먹어서 친구가 커피포트를 줬다

나는 내가 그래도 나이에 비해 덜 잊어먹고 수첩에다 꼼꼼히 잘 적는형이다 적어놓치 않으면 잊어버린다

 

집에 오면서 한숨이 절로난다 그나저나 피부과는 자주는 아니어도 지정의원으로 몇십년째 가는데 담에 무슨 얼굴로 보는가  그렇잖아도 오늘 나를 대하는 폼이 완전히 할머니들 상담하는투가 거슬렸는데...

에휴~`~ 어쩜 좋은가  가는세월 잡지 못하고 오늘세월 막을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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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요양원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사과를 깍겠다며 칼을 갔다 달랜다 이분은 치매가 있는분인데 마침 아들이 아버지를 보러온것이다 사과를 들은것도 아니고 야구공을 들고서 깍게 칼을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아들이 사과도 아니고 공을 들고 무슨 사과을 깍냐며 말리는데

아버지는 "아냐 사과 깍을거야 칼 갖고와!"

같은 병실에 있던 요양사가 "여기 칼있어요" 하며 숟가락을 준다 할아버지는 얼른 받아 사과(?)를 열심히 깍는 시늉을 하더라고

 

병실은 조용해졌다 요양사는 치매노인들을 다룰 줄 아는 사람였던것

나도 이렇게 되지 말라는법 없다 그전에 조금씩 아는분들 나보다 한 열살씩 더많은 분들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조금은 앞뒤가 안맞는 말을 한다 그럴때 나도 속으로 '이분이 나이 들다보니 깜박깜박 하나보다' 했는데

이제 내가 그 모양이 되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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