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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동생 밥차려주며 별별 생각을..

 설이 가까이 오자 아무것도 안한다고 해놓고도 웬지 허전해서

시장가서 내가 좋아하는 해물 굴과 바지락 홍합을 사왔다 세가지를 넣고 당근 양파  빗깔 좋으라고 파란 깻잎이나 쑥갓도 잘게 찟어넣어 해물전을 지졌다

두부로는 하얀국을 끓였고 콩나물 잡채와 그외 몇가지 나물반찬을 해놓고 동생을 불렀다

 

차린것도 없이 먹던 붉으스런 밥을 그냥줬다

전기밥솥에 밥을 쬐금만 하는데 잘먹지 않으니 어떤때는 3~4일 갈때도 있고 길으면 1주일도 간다 그럴때는 밥을 퍼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현미에다 까만쌀과 하얀강낭콩도 넣는다 맛은 없어도 속이 편해서 먹는다

 

동생 온다고 따로 밥을 짓지 않는다 지금도 이렇게 밥이 며칠씩 가는데 만약 새로 했다간 정말로 맛없는 밥을 며칠씩이나 먹게될지도 모른다

동생불러 밥을  안먹는편인데 이번에 기특하게도 집을 장만하는 바람에 살짝 서비스햇다

 

나도 늙어가니 만사가 귀찮아서 어떤때는 내밥도 먹기싫을때 많은데 안먹고 버티다가 배고파 견딜수 없을때 할 수 없이 차려먹는다 친구들한데 이런소리하면 한소리 듣는다 그래서

여자들이 남자들 회사 퇴직하고나서 차려주기도 싫고 또 자기만의 자유를 여자들은 늙어서라도 찾으려고 하는것이 있다 이래서 나온것이 일본의 졸혼이래나 뭐래나

 

암튼 이번이 마지막이다

여자가 살림이 싫어지면 큰일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 나눠서 살림하고 같이 맞벌이 한다는데

우리엄마 8남매 낳고 그야말로 독박육아 독박살림 참 잘하셨다 

 

당시는 시대가 그래서 어쩔수 없었다쳐도 아무리생각해도 너무 했다 그런걸 내가 훤히보고 자랐다

엄마가 한푼이라도 번다고  밭일을 나간다 저녁때 늦게와서 연탄꺼지면 나무쪼개여 불을 다시 살려 밥을 짓는다 뻔뻔히 놀고있는 누구는 손하나 까딱않고 오히려 큰소리만 친다

 

밥은 여자가 죽어도 지어다 바쳐야 되고 남자는 가만히 집에서 펑펑 놀아도 밥하면 큰일 나는줄 ....

당시의 남자들 특별한 사람 몇사람 빼놓고는 90% 손가락 까딱도 안햇다 오히려 어느집은 여자가 장사하든지 식당일을 마치고 와서 집안일을 하는데 잔소리하며 뚜드려패는 집도 있었다

어린나이인데도 "난 저렇게 안살아...."

 

설날 이야기하다 다른데로 갔다 이것은 동생하고 아침밥을 차려먹으면서 커피마시고  후식으로 과일먹고 하는데 역시 갔다바쳤다

주방 설거지를 하면서 저거 내동생이니까 가만나두지 내남편이 만약 저랬다간 ...

 

어느 남자가 젊은날 바람펴서 수십년간 집을 나갔다 실컨 놀아나다 늙어서 돌아왔다 안받아주려고 했는데 남자가 싹싹싹 비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그냥 사는데 그때 나이가 두분다 70대 후반 남자는 지은죄가 많은걸 아는지 한동안은 쥐죽은듯 조용했다 그러다 어느날 밥을 먹고 난 후 남편이 "우리 과일먹자!"

이 소리에 열받아서 들고 있던 후라이팬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다고...

 

눈치빠른 사람은 내가 무슨소리 하는줄 알것이다

 

  쉽게 후라이팬 길들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