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

지하철의 할머니

지하철을 자주탄다  갈아 타가면서

지하철은 갈아타도 버스처럼 밀리거나 하지않아 자주 애용하는데

지하철을 내리면 우리는 항상 그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본다 간판을 내걸고 하는 것이 아닌 순간 펼쳐놓고 하는 장사다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그런줄은 서로가 아나 잠깐을 펼쳐놔도 어느정도 팔리니 아무리 말려도 자꾸들 들어온다

 

특히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그야말로 황금자리처럼 언제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 젊은 사람들이나 중년들인데 내가 갈아타는곳에는 허리도 못펴 바짝 꼬부라진 할머니가 도라지 깐것과 밥에 넣어 먹을수 있는 여러가지 콩을 봉지에 담아와서 판다

나도 맛있는 콩을 좋아해 시장가서 사먹는 편인데 할머니의 콩도 맛있어보여 한봉지 얼마냐고 물으니 만원이란다

 

이 할머니는 하루도 빠지는날이 없고 또 같은 시간에 자주본다

하루는 지하철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단속을 하는데 워낙 나이가 많고 몸도 안좋아 보여 그런지 정중히 말한다 "할머니 이런데서 이렇게 펼쳐놓고 장사하면 안됩니다"하니 주섬주섬 담는다

담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젊은 단속원들은 그 광경을 한참을 쳐다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할머니는 버틸지도 모른다

속을 뻔히 아니 다 담을때까지 단속원들이 쭈구리고 앉아서 가만히 본다

 

그것까지만 보고왔다

어떤곳에서는 단속원 떳다하면 얼른 챙겨서  빨리 사라지는데

여기 할머니는 내보내는데도 시간 걸린다

그래도 할머니는 그 다음날이면 또 같은 자리서  팔 물건을 주섬주섬 널어놓는것을 자주본다

 

중년의 여자들이 그분을 보며 "저 할머니는 저거 못하면 심심해서 못살꺼야"

누가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그냥 나온다 한번도 누가 사는것을 나는 못봤다

물건은 콩봉지와 깐도라지 두 제품이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제품들을 하나하나 널어 놓은데도 겨우겨우 움직여서 한다 여간 안스러운 것이다

 

그래도 하루에 한 두개는 파는 모양이다 하루도 안빠지고 단속을 나오든 말든 매일 같은 시간에 있다

허리가 완전히 꼬부라져서 사람도 잘 쳐다보지 못한다 말도 겨우겨우 한다 손도 떨리는지  물건 펼쳐놀 때 보면 정말로 안스럽다

 

사람들은 그런다 저분이 돈을 벌러 나오는것도 아니고 습관적으로 하는데 저걸 안하면 몸살을 앓을것이라고

단속원이 몇번 또 나와서 뭐라하는것을 몇번 봤다

그래도 그담 날이면 같은 자리에 여전히 지키고 있다

 

할 일이 없는것처럼 비참한 인생도 없다

뭐라도 하려는것이 인간이다

우리는 나이가 많아 생산성이 없는 노인들을 나쁘게 말하면 '잉여인간' 이라고도 불린다

그런것으로 볼 때 이분은 잉여인간이 아닌 노동하는 분이다

 

"할머니 아프지 말고 눈치껏 잘 파세요"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간을 살자  (0) 2017.11.22
폰 이야기  (0) 2017.11.20
노인들이 말하는 누구?  (0) 2017.11.19
여자의 외모  (0) 2017.11.12
얼굴이 우선이다  (0) 2017.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