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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어느 할머니

어제 자주 다나는 역의 어느 할머니를 혹시 볼수 있나해서 전철을 타기전 주의를 살폈다

어제도 오늘도 정말 살인적인 추위다 왼만해서 이런 추위에 잘 안다니는데 모임날짜가 하필 그날이라

주의를 왔가갔다 하며 하도 오랫만에 이역을 오니 추어서 안 나올수도 있고 연세가 있으셔서 노인들은 모른다 멀쩡히 다니다가도 황급히 가셨다는 소식도 들을수도 있다

근처의 청소하는 분이나 종이상자, 폐지를  줍는 분들은 알것 같은데 그런분들도 안보인다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는데....

그런데 엘리베터가 열리더니 할머니가 보따리 싣은 카를 끌며 천천히 내려온다 카를 같이 끌어주며

"할머니 이렇게 춘날도 나오세요? "   

이렇게 추운지 몰랐다고

할머니가 볼땐 자주 추우니 매일 그날이 그날 같은 모양이다

"이렇게 춘날은 집에서 tv보며 손자들과 있으셔야죠 뭐더러 이 늦은 시각에 나오세요?"

"하루라도 그냥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좀이 쑤셔서 못있어!"

 

얼마전에도 여기 어디에 이 할머니에 대해 쓴적있다

물건이라곤 콩과 깐도라지 딱 두제품인데 콩 한봉지에 만원이다 도라지값을 물어보니 만원이란다

가만보니 봉지에 몇개 안들었는데 비싸보인다 본인말로는 국산이라 비싸다는데 국산도라지는 큰 마트 같은데 아니면 껍질까서 안판다 껍질을 깠으니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어떡게 아는가

 

"누구하고 사세요 집은 어디에요?"

서대문쪽 살고 아들하고 손주도 있는데 손주들도 거의 결혼해서 나갔단다

"죄송하지만 할머니 이름과 연세는 어떡게 되세요?"

이름은 000이고 89세, 옛 어르신들은 음력설을 쇠야 한살 더 먹는다고 하니 올해 90살이다

안쓰러운것은 이분이 허리가 많이굽고 걸음걸이나 손도 겨우 움직이는데 매일 나오다시피 한다

 

"몸도 안좋으신것 같은데 물건을 어떡게 움직이는지요?"

서대문서는 택시타고 서울역까지 오고 서울역서는 여기까지 지하철타고 온단다 택시비는 사천원이라는 말까지도

한번도 상품을 사가는것을 못봤다 물론 나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자주 단속원들이 나와서 조용히 뭐라한다 워낙 나이많으신 분이기에 정중히 대하는 모양인데

그담 날이면 같은 자리에 또 나와있다

 

내가 관심갖는것은 이분이 꼭 이래야만 하는 사정이 있는지, 혼자 사는지, 아님 당신말대로 심심해서 나오는지 그역을 자주 다니는분들은 "저분 저거 안하면 심심해서 몸살날꺼야 "

 

팔 상품을 펼칠것 같으면 도아주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망서린다

오늘 너무 춰서 길거리에 시장에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들어가시라고 했다

다시 휘청거리며 엘리베터쪽으로 가면서 "여긴 장사가 잘 안돼"

 

옛여자분들은 지금의 사람보다 많은일을 했다 빨래도 할머니가 젊었을때는 냇가에서 방망이로 두들겼을테고 시부모와 시가댁 사람들 심하면 시할머니 시할아버지도 모셨다 하루에도 밥상을 수도 없이 차렸을테고

시골 같으면 논일, 밭일, 아이낳고 온 집안살림을 도맡아해서 일이 아주 몸에 배여 "이젠 좀 쉬어야지" 하는   분도 있지만 이분처럼 뭔가를 안하면

방황(?)하고 불안해 하고 뭐라도 하려한다 또 생활이 아주 어려워서 하는 경우도 있다

 

할머니: 뭘 그렇게 물어봐?

나      : 네에~ 자주 이역을 지나 다니는데 할머니가 너무 부지런해 보여서 이런분도 있다는걸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어요 정말로 너무 부지런하십니다

           하며 엘리베이터 타는데까지 같이 카를 끌고가고 내리고 타는 노인들 부축을 해주고 왔다

 

"할머니! 아프지말고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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