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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언니 얼굴을 보며

언니부부의 칠순을 한정식집에서 가족이 모여 식사 했다는 말을  했다

두 부부가 성격이 좋아 실지는 형부가 더 성격이 좋다 언니는 쫑알대는 편이고 암튼  싸우지 않고 잘산다

가진것이 없어서 그렇지 금슬 하나만은 금메달 감이다


그날 난 늦게까지 언니네 집에 있다 저녁먹고 왔다

그런데 가만보니 그날 한정식집에서 자식들, 손주들 전부모이니 형부는 그런대로 양복을 차려입었고 워낙 풍채가 좋아서일까 멋잇어 보인다

언니의 옷 입은것을 보고 얼굴도 흞어봤다 화장을 했는지 안했는지 내가볼 때 전혀 하지않은것 같이 보인다

다만 머리 파마를 약간해서 잘 빗고왔다 약간의 염색도 하고


우리집안은 힌머리 나는 사람이 거의없다 남동생이 머리가 허연대 머리칼은 좋다 가늘고 힘없고 머리 숱없는 나는 힌머리가 두세게 있을까 거의없다 그런데 언니는 약간 있는 새치때문에 염색을 한다

이런데 올 정도면 얼굴에 뭘 발라야 하고 눈썹도 그리고 하는데 입술만 살짝하고 온것처럼 뵌다

집에 와서 그날 슬랙스는 누가 해주고 코트는 며느리가 해주고 두 가지만 했는데도 37만원이라고


내 눈에 37만원어치처럼 안뵌다 그저 중노인이 대략 걸쳐입은것 같다 옷은 그렇다쳐도 화장기없는 얼굴이 많이 상해 있어 속상하다 왜 화장을 안했냐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언니는 분명 화장하고 나온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바르고 왔다 언니는 나처럼 싸구려화장품도 안쓴다 괜찮은 제품을  쓴다 여자들은 여기저기 호기심이 많아 같은 형제자매 끼리도 무슨옷을 입는지 화장품은 주로 뭘쓰는지 보게 된다


난 저렴한 화장품을 쓰고 저가의 옷을 입는다 수준에 맞춰 사는것이 내 신조다

그날 언니부부와 나는 마주앉아서 밥을 먹는데 자꾸 언니 얼굴에 눈이간다 몹씨 늙어뵌다

부모는 자식이 늙어가는 것이 몹씨도 속상하다고 한다 자식만큼은 어려야 되고 젊어야 되고 싱싱해야되고

난 부모도 아니고 동생인데도 이렇다


내가 왜 그날 언니의 얼굴에 관심을 가졌나하면 언니는 나와 다르게 체격도 크고 젊은날 미인소릴 듣던사람이다 같은 자매인데도 언니와 나는 딴판이다

오빠 친구들이 서로 달라고 했었다

일찍 결혼했지만 결혼즈음에 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형부가 데려간것은 워낙 인물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전부가 쳐다봤다 언니 자신도 그것을 잘 안다


오빠가 살아있을적에 온가족이 모인적이 있었다 물론 형부도 있었다 언니의 자식들이 중딩, 고딩였는데

"니 엄마 젊었을 때 무척 예뻤다 지금 자식낳고 살림하는라 저렇치" 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런데 그날본  언니는 왜 초라해 보였을까 조카녀석은 한수 더떠 나를 보며 "나이 먹어갈수록 이모하고 엄마하고 닮아가네" 이러는것이 아닌가

"그 피가 어디 갈까"  형부가 한 말이다


얼굴은 닮았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성격도 다르다 난 한성질 하지만 언니는 맏딸답게 인내한다

옷입는것도 다르다 난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기바지를 입고 미니스커트와 젊은이들이 신는 운동화도 신고 ...

강남 한복판 가면 젊은이들을 위해 멋진 세련된 옷들을 싸게판다 가끔씩 언니가 내옷을 보며 "넌 어디서 그런옷을 잘 사냐" 묻는데 옷고르는 눈도 다르다


암튼 집에 와서도 며칠동안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 예뻣던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화장하는 법을 잊어버렸냐고 다음번에 물어봐야겠다 그렇다고 기초화장을 한 얼굴도 아니다 집에서 적당히 크림만 찍어바르고 입술 바르고 온것만 같다


언니의  초라해지는 얼굴이 왜그리 나를 속상하게 할까???

얼굴이 받쳐주지 않아서 비싼옷을 입었음에도 전혀 빛이 나지 않았다 사람은 우선 얼굴부터 빛이 날 정도는 아니라도 그런 장소는 화사하게 하고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폭삭 먹은 나이도 아닌데

사느라고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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