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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자원봉사의 이모저모 12

지난번 11번에서 어느 할머니 이야기를 잠깐 쓴적 있다 자식 셋이 전부 안좋은 상태인데 곧 90이 다되어가는 분이 자주 걱정을 한다는 글을 적었다

 빠트려 몇자 더 적어본다


할머니는 숫자를 몰라 전화 할 줄도 모른다 오는 전화는 받는다 

노인들 방문가면 데체로 신세타령, 팔자타령 아니면  가슴속에 묻어둔 말을 하는 경우가 자주있다 흔히 하는말로 하던말 또하고 또하고

이분은 또하는 말은 거의 없고 주로  위로와 격려를 잘한다 내가 이분을 유난히 기억하는것도 세상 힘들게 살아왔고 자식들도 안됀 편인데도 욕이라든지 화를 낸다든가 나뿐언어를 쓰지 않는것을 발견했다


할머니는 죙일 혼자 있으면서 누구와 말을 하고 싶어하는데 말할 사람이 없다 같이 사는 아들이 벙어리라 손짓발짓은 하겠지만 입으로 쏟아내기는 어렵겠고 그러니 우리가 가면 아무것도 못하게 하면서 이말 저말을 한다 더러 물어보기도 하고


할머니 댁엔 청소하러 오는 70대의 할머니도 있다는데 그분 오면 청소시키지 않고  둘이서 마주보며 이야기만 한다고

말도 하고 싶지만 우선 청소분이 할머니의 심부름을 가끔씩 해줘야기에 그 보답으로 청소를 안시키고  소주한잔씩 마시며 몇 마디라도 주고 받는단다


할머니가 그런것보면 머리가 좋은편, 눈치없는 사람은 심부름 시키고 또 청소는 청소대로 시킬수도 있다 청소하는 것도 국가가 내준다 


손주가 교대로 일을 나간다 낮에 자는것을 우리도 몇번 봤다 당시 20대 중반 살작 넘었는데 우릴보고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자존심 때문일것


짝꿍이 물어본다 "할머니 손주하고 이야기 하지 않나요?"     

할머니: "생전 말 안해!"

"그럼 밥해 준다면서 밥해놓고 밥 먹으라 할것 아닙니까?"   

할머니:  '나와서 혼자 꾸역꾸역 먹고 들어가"

하면서 손주탓 단 한번도 안한다 오히려 "손주가 말을 안해도  지애비한테 잘해 이뻐!"


이분은 도대체 저런 긍정적인 면을 어디서 배웠을까? 생전 남의 흉을 볼 줄 모른다

우리더러도 아직 젊을(할머니보단) 때 놀러다녀야지 늙으면 다리아퍼 못다니니 이런일만 하지 말라며 또 격려한다


단 이런말은 한적있다

손주가 고등학교 다닐 때 또래들에게 골목길로 끌려가 흔히 말하는 갈취를 당했는데

손주는 체격이 작고 많이 마른편이다 또래들 대여섯명이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내놔라?" 했는데 내놀 돈도  없고 싸울힘도 없고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단다


"난  나이많은 할머니하고 벙어리 아버지 하고 엄마는 일찍 돌아가시고 무슨동 영구임대아파트 몇동 몇호에 산다 가진돈도 없고 거짓말처럼 들리면 전화걸어봐라?" 하며 집전화까지 알려줬더니 그냥 '가라고' 하더란다

깡패같은 녀석들이 그래도 말귀는 알아 들어가지고

하긴 그렇게 안하고 무조건 가진돈 없다고 두들겨 팼다면 사람도 아니다

이 말을 할머니께서 단한번 들려주셨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손주가 착하고 이쁘다고 ~~


할머니는 고달푼 중에도 자기 삶의 의미를 지니고 계셨다

자식들에 대한 한없는 희생과 애정은 좀 그렇기는 하지만  예전에 살아온 습관과 마땅히 그렇게 해줘야하는것이 부모된 도리라고 그분들은 생각한다 80대 후반이면 여기저기 아프다 실지 그분은 잘 걷지도 못하면서 밥하고 반찬 만들고 집 치우고 장(고추장, 간장, 됀장)까지 담근다


아들이 이제 50대 중반이다 쌀 씼어서 전기밥솥에 앉히고 코드만 꽂으면 되는것을 왜 안시키냐고 했더니 

"내가 없거나 아프면 지들이 해" 절대 누구 탓을 할 줄 모른다 


세상 사람들 반수라도 할머니처럼 말을 한다면, 행동을 한다면, 아니 나부터도 당장  

그분댁을 몇 달 하고 겨울되면 자봉은 자동으로 끝난다 

평소에 불평불만 많았는데 그분댁을 보며 "난 거기에 비하면 가진것이 많은편인데..."하며 불만을 줄이도록 생각해 봤다  


자원봉사 하면서 이렇게 배울점이 많은분을 만나면 자신이 얼마나 부꾸러운지 모른다

끝나고 서로 사무실로 와서 일지를 쓰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는데 별별 사람들 많다

나는 그 할머니가 했던 말과 행동을 영원히 잊지 못하고 기억 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