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9.10.13 10:00 수정 2019.10.13 14:00
한국어 떼창, 기도실 마련··· 서로 위해준 BTS 사우디공연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1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디오니소스’가 울려 퍼지자 3만여 관객이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 6월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런던 웸블리 등에서 공연했을 때와 같은 오프닝 곡이었지만 공연장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BTS 포럼’ 기획자가 본 사우디 공연/해외 가수 최초로 스타디움 무대 장식
2017년 여성 입장 첫 허용된 장소에서/아바야 입은 3만팬 모여 160분간 만끽
“이번 계기로 잘못된 선입견 사라지길”
“배우기 힘든 아랍어로 인사 준비 감동”
![아바야를 입은 사우디 현지 팬들이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13/59ac2c01-1d07-41f6-8655-0ea772fd178c.jpg)
아바야를 입은 사우디 현지 팬들이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평소와 달리 복근 노출 등을 자제하고, ‘뱁새’ 등 일부 안무가 순화되긴 했지만,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장소에서 춤추는 것이 금기시됐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멤버들은 “아홉브쿰”(사랑해요), “알 아브딸”(최고), “슈크란”(감사합니다) 등 아랍어로 팬들과 소통했다. 13일 생일을 맞은 지민을 위해 아랍어로 “싸나 헬와 야 자밀”(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2017년 9월 열린 건국기념일 축제에서 처음 여성 입장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해 1월부터 경기장 내 여성의 축구 관람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우디 아미라 해도 이곳을 처음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학생 알리야 알 라시디(23)는 “아랍어는 가장 배우기 힘든 언어 중 하나인데 첫 공연에서 아랍어 인사말과 이벤트를 준비해 사우디를 포함한 모든 아랍 아미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노라 알 라시디(25)는 “동생과 함께 첫 콘서트를 보게 돼 너무 기쁘다. 가족은 물론 사촌들까지 모두 BTS 팬”이라며 “언젠가 한국 공연에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도실 마련·안무 수정 등 현지 문화 존중
![공연장에 마련된 기도실. 공연 전 관객들이 메카를 향해 절을 하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13/1ea163bd-0cc3-4a9d-ac67-734b9dc7bce9.jpg)
은행원인 마하 알 나세르(27)는 “이번 공연이 제대로 치러질까 다들 걱정이 많았는데 순조롭게 진행돼서 다행”이라며 “중동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팬들은 하나같이 “아바야는 이제 강제 착용이 아니다. 오늘 여기 입고 온 것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하에 경제ㆍ사회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이 추진되면서 여성의 권리가 날로 신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중동 지역에서 첫 콘서트를 연 방탄소년단은 ’이렇게 먼 곳에서,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셔서 놀랍다’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13/d9aba496-92e9-4e30-b0fc-8d9ed05a7ced.jpg)
중동 지역에서 첫 콘서트를 연 방탄소년단은 ’이렇게 먼 곳에서,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셔서 놀랍다’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BTS 공연 보름 앞두고 첫 관광비자 발급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랜드마크인 킹덤타워(왼쪽)와 알 파이살리야 타워가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색깔인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13/ee3f5c02-2332-41d1-9381-60e338746ff9.jpg)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랜드마크인 킹덤타워(왼쪽)와 알 파이살리야 타워가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색깔인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반면 인도에 사는 회계사 아브하 나약(30)은 “처음에 비자가 안 나와서 숙소와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는데 막판에 발급돼서 모두 다시 예약했다”며 “인도 팬들 대부분이 비자 발급이 거절됐다. BTS가 인도에서도 꼭 공연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아미가 한국에서 사우디까지 날아올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줬다”는 정국의 말처럼 곧 인도로 향할 날개도 준비되지 않을까. “우리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것이 BTS의 지론이니 말이다.
2시간 40여분간 펼쳐진 24곡의 공연은 순식간에 끝났다. 사우디에서 펼쳐진 첫 대형 공연이기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고, 숙소로 돌아오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짜증 내는 사람 하나 없이 다양한 언어의 대화가 오갔다. 우리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중이 넘쳐나는 밤이었다.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투어 마지막 공연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스피크 유어셀프’의 순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영미 문화마케팅 그룹 머쉬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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