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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인명은 제천

겨울이 다가오면 주부들이 먼저 생각하는것은 김장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행사라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다고 한다 김치가 아니라 김장문화이다

 

 해마다 언니가 해줬다 즉 언니는 김장을 자기식구 둘만 먹을것을 하는것이 아니라 아들네 자기동생 두명 나와 밑에 있는 동생것까지 하느라 허리횐다 그것을 여지껏 배추사서(20~25포기) 다듬어서 절이고 양념속 만들고 이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김장하려면 형부도 놀고 아들과 나를 불러서 만든다 절여놓고 불러 식구들 둘러안저 속을 만든다 우리는 그 많은 무를 칼로 일일히 썬다 채칼로 하면 '맛이 없대나! 물이 생긴대나 !

 

' 형부가 양념속을 뒤적인다 그 다음 배추속 넣기 바쁘다 언니는 항아리에 채곡채곡 담고 거의하고 나서는 점심을 준비한다  돼지고기 삶아서 놓고 먹는데  난 아토피가 있어 못먹는다  굴과 함께 비빈 배추겉절이 아주 좋아한다 밥먹고  과일먹고 마지막은 커피마시고 좀 떠들다가 김치한통을 가져온다

 

 그전에는 형부가 차로 부평역까지 데려다 줬지만 지금은 7호선이 생겨서 바로온다 그러던 김장이 재작년부터 달라졌다 딸이 힘들게 배추사지말고 절여놓은걸 사다 하라고 한다 첨에는 딸이 직접 해남배추라며 사다 주었다 작년에도 절인걸 사서 양념을 같이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아들이 아예 완성품을  사다줬다

 

 자기 엄마가 자꾸 힘들어지고 아퍼하기 때문이다 조미료가 전혀 안들어 갔다는 유명인의 김치를 샀다 이걸 두 동생들 나눠주려고 불렀다  난 이렇게 언제나 언니의 신세를 지고있다

 

 8형제 중 5명이 죽고 언니 나 남동생만 남았다 우리 집안이 가만히 보니 윗사람들은 그런대로 명을 사는데 형제들이 단명한다 정작 죽어도 괺찮은(?) 사람은 살아있고 결혼해서 멀쩡하게 사는 동생들 오빠가 죽었다  맨날 아프고 속썩히고 성질 못되고 우울증 앓는 나는 솔직히 말하면 죽어도 된다

 

우리는 흔히 '운명은 재천' 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것 같다 젊은날부터 약과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돈벌어 반은 병원비와 약값으로 날렸다

 

세상에 보면 정말로 살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잘 죽는다 시니어들 방문해보면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이젠 고만살고 조용히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70만해도 젊다 거의 80 다 되고 넘은분도 계신다 밥먹는것도 귀찮다고 한다  또 시니어들이 나이를 먹다보니 안아푼 사람이 거의 없다 허리 목 어깨 당뇨등 한 두가지 병은 모두 가지고 있다 

 

 난 젊은날 하도아퍼 딱 40만 살다 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그말의 댓가가 동생들에게 미쳤는지 젊은 나이에 모두 세상을 떳다 60살 넘어 사는 형제가 없다

지금은 이렇게 또 기도한다 "제발 언니앞에서 죽게 해 주세요"

 

우리 김씨집안의 대소사일은 언니가 몽땅 챙긴다 난  우리부모 돌아가신 月은 기억하지만 日은 모른다 당연히 밑에 동생들 죽은날짜도 모르는데 언니가 문자로 알려준다 친척들도 전부 언니네로 소식을 알려온다 나도 언니로부터 누가 결혼하고 누구네 칠순잔치고 외삼춘이 어떻고를 알려준다 이런 소식을 언니가 죽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느님 언니네 부부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자주 이런기도를 바치지만 언니가 자주 아프고 또 암카드를 가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수술받았다 지금은 허리를 못써 아예 복대를 차고 산다 

 

언젠가  '웰다잉 웰빙 엑스포' 가 열려 가본적 있는데  여기서 죽음체험(관속에 들어가본다) 유언장쓰기 등 행사와 체험을 하는데 약장수들도 많다 체질검사 해준다는 곳에 들러 검사하는데 이사람이 내얼굴을 딱보더니 

"아주머니 아무리 못살아도 95살 넘어 백세 가까히 살겠습니다 " 하는것이 아닌가 이말을 듣고 다리가 휘청거리고 맥이 탁 풀렸다 

 

 "제 얼굴을 보세요 보다시피 매일 아프고 힘이 없습니다" 했더니  골골거리면서 오래사는 체질을 가졌다고 한다  위장이 매우 작으며  그런사람들이 오래산다고 한다

 

"하느님 알다시피 저같은 사람이 오래살면 안됩니다 쓸모있는 언니가 오래살고 저는 얼른 데려갔으면 좋겠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할 일 없이 오래살면  초라하고 비참한 인생이다 이런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많다 이젠 쓸모없이 오래 사는것이 축복이 아니고 재앙이다 게다가 치매나 중풍걸려봐라 이건 삶도 아니다 제발제발 그런병 없이 적당히 살다 불러 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몇장을 올려본다

 

 

                         

올해 2월달 된통 아퍼서                웰다잉 하는데서 연극도 한다 1인역극인데 상당히 연기를 잘한다

동네의원실에서  며칠동안           '염쟁이 유씨"   조상대대로 염을하며 살아온 유씨 조폭장례식, 돈만아는

링거를   맞고 있는중,                   장례사, 부친이 죽었는데 유산갖고 싸우는 자식들, 별의별 장례  본다  

입원 안하고 다녔는데도              들려주는 죽음의 소재는 희극이지만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켜 울음,통쾌

짭짤하게 나갔다                           재미도 있다 시체를 관에 넣으며 들어갈 때 까지의 절차를 구수하게 말해 

                                                 준다 그것은 소박하고 진실하다  사진을 몰래 한장만 찍었다

 

 

 

이것이 진짜 관속 체험이다 난 하나도 안 무서웠다 관 뚜껑을 닫고 못을 밖는

소리가 들여오고 밖에서는 지나간날을 희상하는 대화를 한다

 

여러분이 이사진 보셨다면 꿈에서 죽은 사람보면 좋대잖아요

 

 또 아침부터 시체, 영구차보면 좋은재수라고 보통 하더군요

 

이사진 보신 모든분들 내년에는 좋은 일만 있엇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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